[이지훈 칼럼] 민노당 비례대표 현애자후보 도민관심 필요

필자는 오래 전부터 한심한 여야 정치판을 보면서 우리 정치도 '보수와 진보'의 양대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여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내심 기대해 왔다.

지난 16대 총선시에는 아쉽게도 실패했으나, 이번 총선 만큼은 민노당의 원내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갖는다. 자민련보다 앞서는 현재의 당 지지율을 보거나, 최초로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시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민노당 당원이 아니면서도 민노당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런 중 필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을 듣게 됐다.

"전 제주여농회장 현애자씨, 전국 200만 여성농민을 대표하여 민노당 비례대표로 등록!"

왜 필자는 이 소식에 흥분하는가? 단지 제주출신 여성농민이 특정정당의 비례대표로 등록했다는 것 때문에? 아니다. 제주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그것도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나올 가능성을 엿보기 때문이다.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한번 들어보시라...

지난 3월 1일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등록 일정이 마감되고, 추첨을 통해 비례대표 기호가 확정됐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일반명부'를 기호 순으로 열거해 보면

①천영세(62. 부대표) ②노회찬(49. 당 사무총장) ③정태흥(33. 반미넷 대표) ④김석진(44.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⑤김병일(48.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⑥남만진(47.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사무처장 겸 정치위원장) ⑦이문옥(66. 당 고문 겸 부패추방운동본부장) ⑧이선근(51. 당 민생보호단장) ⑨장봉주(45. 전노련 부의장) ⑩강기갑(52. 전농 부의장) ⑪단병호(56.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총 11명이다.

이 중 단병호, 천영세, 이문옥, 노회찬, 이선근 씨 등이 대중적 지명도를 지닌 인사들이며 선순위 안착을 위해 경합중이다.

'여성명부'는 ①김수정(35. 변호사. 당 인권위원) ②현애자(42.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전 회장) ③김미경(33.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충청지회 교육선전부장) ④심상정(46.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 ⑤이영순(43. 현 울산시지부 여성위원장) ⑥송경아(35. 소설가) ⑦이주희(26. 현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4학년) ⑧최순영(52. 당 부대표) ⑨석윤수경(37. 당 중앙위원) ⑩이정미(39. 당 소파개정운동본부장) 순으로 기호가 확정됬다.

민노당은 이들 2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 투표를 실시하고 15일 개표한뒤 득표순으로 여성후보 10명, 일반후보 10명의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키로 했다. 인터넷과 직접투표, 우편투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치러지는 투표에는 전국의 '진성당원' 2만5000여명이 참여한다. 당원 1인당 여성후보에 2표, 일반후보에 2표등 모두 4표를 행사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여농 회장 출신인 현애자 씨이다. 그가 당내 쟁쟁한 후보들과 함께 민노당 비례대표 여성후보 기호 2번으로 당당히 등록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마치고 제주에 내려와 문화운동을 하다가, '평생운동의 길'을 농민운동으로 삼아 꾸준히 여성농민의 권익을 위해 헌신해 온 지 어언 16년이 되는 그녀이다. 88년 대정읍 농민회 간사로 출발하여 97년 제주도여성농민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남제주군 여성농민회장 직에 이르기까지 제주여성농민운동의 산증인인 그가 전국 200만 여성농민들을 대표하여 민노당 비례대표로 등록한 것이다. 이것만 해도 당락을 떠나 크게 축하할만한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최초로 여성비례대표 50% 이상 할당제가 도입된다. 이에 맞추어 민주노동당은 홀수 순번을 여성에 배정하고, 나아가 짝수순번에도 남녀구분을 두지 않음으로써 여성 50% 이상 할당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또한 3일 명망자 중심의 여성정치세력화가 아니라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주부 등 땀흘려 일하는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비례대표 예비후보 일동 명의의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 민노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5%를 달성하여 비례대표로만 8 내지 9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10% 정도의 득표를 기록한다면) 이 중에서 최소 4∼5석은 무난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최종 확정예정인 선거법에서 비례대표수가 10석 정도 확대될 예정으로 있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공산도 있다. 이 중 여성 몫이 50%로 할당돼 있다면 여성비례대표는 후보를 등록한 10명 중 최소 2∼3인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씨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여성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그리 녹녹치 않다.

맨 먼저 눈에 띠는 후보가 기호 8번 최순영씨로서 '당 부대표'라는 직함이 갖는 당내 무게와 함께 조직적 지지 전망은 물론 '7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인 기호 4번 심상정씨로서 최씨와 함께 당내 역학상 지지표가 많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기호 3번 김미경씨는 비정규직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은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기호 7번인 이주희씨는 나이가 어리고 서울대학생이라는 역풍이 우려되는 반면, 이미 언론에 노출돼 있으며 주위에 젊은 사람과 나이드신 분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외로도 일반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소설가'나 '변호사'도 끼어 있어 모두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들에 비해 현씨는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현씨가 갖는 최대의 강점은 바로 '여성농민 후보'라는 점에 있다. 민노당의 주력이 민주노총등 노동자 층이라 하지만 이번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민노당 지지를 선언한 이상 농민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1명은 반드시 선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당원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농민'이라는 코드가 크게 어필하여 전략적으로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그것인데, 이러한 움직임은 벌써 실제화되고 있는 듯하다.

전 인민노련과 진정추의 핵심이자 현 민주노동당 경상남도지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주대환씨(마산지구당위원장)가 최근, 비례대표 당선권 5인의 후보로 현애자 씨를 최순영, 단병호씨 다음의 세 번째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주대환씨의 언급은 그의 포지션과 당내 영향력, 정치적 상징성 등을 미루어봤을 때 이번 선거에 대한 개인 견해의 피력으로 그치지 않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전농 내부의 흐름도 주목된다. 현재 전농의 주요 간부들은 FTA반대 등 그동안의 지속적 투쟁으로 인해 거의 모두 피선거권이 제약돼 있다. 정광훈, 정현찬 전 전농 의장, 강병기 전 정책위원장을 비롯 전농의 주요 간부와 도연맹의 대표자급들은 모두 사면복권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문제로 전농은 이번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고 한다. 전농은 지역추천과 중앙위원회를 거쳐 지난 26일 정광훈 전 의장을 ‘전농 추천 비례대표 후보’로 결정했지만 사면복권 문제로 출마가 불가능해지면서 지난 해 사면복권된 강기갑 현 부의장을 전농 추천후보로 다시 결정하고, 당 비례대표 경선에 후보로 등록했다.

전농이 지도력과 조직력에 상당한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강 부의장을 출마시킨 것은 그만큼 전농 또한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전농조직 차원에서 강 후보(여성농민 대표인 현씨 포함)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민노당에 가입한 전농회원들은 강후보와 현애자 후보를 동시에 찍을 가능성이 많은 반면,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일반 당원들의 경우 농민 몫과 여성 몫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전략적 투표 대상으로 강부의장 보다 현씨를 선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그녀의 비례대표 선순위 가능성이 더 크게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출신 최초의 여성국회의원이자 진보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탄생이 단지 꿈만이 아니라는 것을, 민노당원도 아닌 필자가 조심스레 점치며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이것이 실제화된다면 제주 정치역사를 다시 쓰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에, 특정 정당의 지지여부를 떠나 도민들 또한 관심을 가질만 하다.

3월 15일 민노당 전 당원이 참가하는 비례 대표 선출 결과를 주목한다.

<이지훈의 쓴소리 단소리 designtimesp=1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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