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막화복원사업 방문기(5)] 경제 이데올로기로 우리의 자원을 외부인에게
제주관광, 거대자본은 필요없다

▲ 몽고족들은 초원위에 파오를 지어놓고, 관광객들에게 숙박서비스를 제공했다.

모기

중국에 도착한 첫 날,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체험하기위해 ‘차간화’ 지역에 있는 몽골 파오(이동식 천막)에서 밤을 보냈다. 초원을 바탕으로 살 던 몽골족의 주거양식인 파오를 숙박시설로 이용한 것이다.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보면서 도착한 파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모기떼(?)들이 우리를 반겼다. 그나마 며칠간 비가 내리지 않아서 많지 않은 것이라 했지만, 도저히 믿을 수 가 없었다. 마치 벌통에서 꿀을 꺼낼 때 벌들이 주위를 왱왱거리면서 날아다니는 것처럼 모기들은 그렇게 우리 주변을 상회하면서, 우리의 달콤한 ‘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 삶은 양, 구운 양, 요구르트 등이 있다. 음식은 아가씨들이 차례로 가져다주었다.

▲ 음식을 가져다주었던 아기씨들이다. 자매처럼 보였다. 다음 날 아침, 그들도 평상복을 입었을 때, 내 또래 임을 느꼈다.
미리부터 이러한 현지사정을 전해 듣고 우리는 바르는 모기약과 물파스, 그리고 모기향을 준비해 간 덕분에 꽤 효과적으로 모기로부터 우리의 피와 살을 방어(?) 할 수 있었다.

모기떼를 쫓아내며 ‘파오’안으로 들어갔다. 파오 안에는 3명이 잘 수 있는 잠자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한 쪽 벽에 ‘칭기스 한’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그의 후예들은 1000년 전 아시아와 유럽을 호령하던 그를 방문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파오의 내부이다. 잠자리가 3개 있고, 벽에 칭기스 한 사진이 걸려있다. 징기즈 칸, 칭기스 한 등으로 불린다. 나는 그들이 칭기스 한이라 부르는 것을 들었다.
독한 술

도착하자마자 방을 배정받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식사때에는 외부인을 환영하는 의식이 있었다.

그 의식은 몽골족 여인으로부터 술을 한잔 받고 땅과 하늘에 술 방울을 뿌린 뒤, 그 여인의 이마에 찍어주고,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이로써 그들과 우리는 하나가 된 것이었다.

술은 39°로 아주 독했다.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취해 버렸다. 술이 술을 마시듯이, 그 이후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다음 날 새벽에 깨어나 보니 ‘파오’안에서 자고 있었다. 초원의 새벽은 나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몽롱한 상태로 초원을 거닐었다.

▲ 새벽 안개 와 파오. 파오에 비친 그림자는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이다.

멀리서 말을 타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것은 백마였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취기로 인해 백마를 타고 초원을 달리고픈 욕구가 솟구쳤다.

그에게로 다가가 말을 타고 싶다는 표시를 하였다. 그는 선뜻 안장에서 내려와 나를 말에 태웠다. 취기에 의한 욕구를 발산 할 만큼 나는 승마에 능숙하지 않다. 그도 그런 것을 잘 알고있는 것처럼, 말고삐를 잡고 백마를 이리 저리 이끈다.

안장위에서 바라본 초원의 새벽은 기마 민족의 아침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물가에 다다르자, 말에서 내렸다. 펌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직도 몽롱한 정신으로부터 나의 육신을 보호하기 위해 초겨울의 수돗물처럼 매우 찬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렸다.

세수대야에 물을 채우고 머리를 담그며 세수를 했는데도, 술이 깨지 않았다. 역시 해장국의 부재는 나에게 엄청난 고난을 주었다.

그 날 하루 종일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머리도, 속도 아프고 쓰린 것은 아니었는데, 팔과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역시, 낯선 곳에 가서는 술부터 조심하고 볼 일이다.

몽골 파오에서는 저녁 식사는 앞에 이야기 했듯이, 삶은 양과 구운 양이 주식이었고, 튀긴 조를 요구르트와 섞어서 먹기도 하였다. 아침식사는 뜨거운 양젖과 죽이 나왔다. 이렇기 때문에 해장을 못한 것이다.


▲ 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끌어쓰고 있었다. 매우 차가웠다.

제주관광

몽골 파오는 유목민들의 잠자리와 먹거리를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이었다. 몽골족 아가씨가 따라준 술에 취하면서 제주관광을 생각해보았다.

그들의 ‘파오’처럼 우리의 ‘초가집’에서 자고, 초원의 ‘양’처럼, 우리의 중산간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초원의 여명같이 오름 위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낮에는 드넓은 목장에서 말을 타고 거닐거나, 바다에 가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관광이라면 제주를 제주답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실천가능하다.

▲ 말을 타고 거닐면서 보았던 소도(?). 파오 와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오색천으로 장식한 돌무더기...제주의 방사탑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이러한 제주다움을 모조리 거세한 채, 골프장 등의 대규모 관광시설을 추진하면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곶자왈’이라는 역사문화적 유산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자원을 불도저로 밀어 버리고 목장을 만들더니, 이제는 축산산업의 사양화로 인해 목장이 골프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제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동주씨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 인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외부인에게 팔아 넘겨주는 것 뿐 만 아니라, 더욱이 파괴에 협조하는 그러한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고, 앞으로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오래된 미래를 파국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행동해야겠다는 결의를 하면서 초원의 새벽은 밝았다.

김동주 님은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 숲과 나무에 대해 배울수 있는 임학(산림자원환경학)을 복수전공으로 했습니다. 
현재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관심분야는 '도시농업'과 '한반도 평화'이며,  블로그는  
http://sne.knu.ac.kr/~mzsinbi/blog/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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