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열씨, 남편 독도리장과 고향 방문 "내 손으로 지켜야죠"

울릉도에서 뱃길 따라 2백리, 거기가 우리국토 동쪽 끝이다. 그곳엔 동해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독도’가 있다. 그 독도에 지금도 매일같이 바다로 나가 물질로 억척스러운 삶을 사는 제주해녀 김신열(75) 씨가 있다. 그녀가 고향 땅에 왔다.

▲ 제주 한림읍 출신으로 독도에 살고 있는 제주해녀 김신열 씨와 그녀의 남편인 독도지킴이 김성도(73. 독도리장) 씨 부부를 한림수협이 16일 제주에 초청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 한림읍 출신으로 독도에 살고 있는 제주해녀 김신열 씨와 그녀의 남편인 독도지킴이 김성도(73. 독도리장) 씨 부부를 한림수협(조합장 김시준)이 제주로 초청, 16일 한림수협에서 초청행사를 가졌다. 김 씨의 딸 김진희 씨와 손주 김환 군 등 가족도 동행했다.

강호준 경무과장 주선으로 한림수협 초청

이번 김신열 씨 가족 초청행사는 강호준 제주경찰청 경무과장의 지난해 독도 방문이 계기가 됐다. 강호준 경무과장이 서귀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작년, 전국에서 40여명의 총경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했다가 독도에 제주해녀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만나고 돌아와 한림수협 김시준 조합장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서 초청행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강호준 경무과장은 이날 초청행사에 참석, “지난해 독도 영유권 문제로 일본과 매우 민감했던 시기에 독도를 방문했다가 한림읍 출신의 제주해녀가 계시다는 얘길 듣고 만나고 온 적이 있다. 그 분이 바로 김신열 씨”라며 “동도와 서도로 이뤄진 독도는 동도에는 경찰과 전투경찰이 주둔하고 있고, 독도에 간 날, 동도에서 배를 따로 타고 서도에 살고 있는 김신열 씨를 만나러 갔다. 독도의 제주해녀 김신열 씨를 만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고향에 모셔 다시 만나니 반갑다”고 인사했다.

▲ 제주 한림읍 출신으로 독도에 살고 있는 제주해녀 김신열 씨와 그녀의 남편인 독도지킴이 김성도(73. 독도리장) 씨 부부.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해녀 김신열 씨와 독도에서 함께 물질했던 장영미(58.오른쪽) 씨. 장영미 씨가 17살에 독도로 가 김신열 씨를 친언니처럼 의지하며 함께 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서른 살에 제주에서 울릉도로 나가 반세기 가까이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며 동해바다에서 그을린 김신열 씨의 얼굴과 깊게 패인 세월의 주름, 여위고 마른 등이 녹록치 않았을 그녀의 험한 해녀 생활을 그대로 읽게 했다. 세월의 무게 앞에선 어쩔 수 없었을까. 억양도 제주도가 아닌 경상도 말투가 더 가까웠다. 고향방문은 십수년 만이란다.

김신열 씨는 ‘독도에 왜 사느냐’는 물음에 “전에는 별거 아니다 싶으면서도 그냥 살았다”며 “요새는 일본이 하도 자기들 땅이라고 떠들어서 우리 땅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고, 우리나라 경찰·군인들이 합심해서 지키니까 더 잘 지켜야 하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우리가 좀 고생하더라도 우리 손으로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산다”고 말했다.

김신열 씨 부부는 일본의 독도 야욕을 막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역군이다. 김 씨의 남편 김성도 씨의 명함에 적힌 ‘독도 지킴이 독도리장’이라는 글자가 예사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도에서 김신열 씨 부부와 함께 물질을 했던 제주해녀 김공자(73) 씨와 장영미(58) 씨도 이날 김 씨 부부의 고향방문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 독도 제주해녀 김신열 씨 부부를 제주로 초청하는데 가교 역할을 한 강호준 제주경찰청 경무과장(오른쪽)이 지난해 독도에서 김신열 씨를 만나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역시 제주 한림읍(협재리) 출신으로 독도에서 한때 김신열 씨 부부와 함께 물질했던 김공자 씨(73)가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독도에 살고 있는 제주해녀 김신열 씨 부부의 이번 제주방문에는 그의 딸 김진희 씨(왼쪽 끝)와 손주 김환 군이 함께 동행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한림 협재에 살고 있는 김공자 씨는 “김성도·김신열 씨 부부와 울릉도·독도에서 같이 바다로 나가 일하면서 한 배를 타고 밥도 같이 해먹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지난 2010년 모 방송사와 동행해 이 부부를 만나러 독도를 찾아간 적도 있을 만큼 이들과의 추억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장영미 씨도 김신열 씨를 만나자 마자 반가움에 꼭 껴안은 채 “언니 온다는 소식 듣고 모든 일 다 제쳐놓고 달려왔다”며 활짝 웃자, 김신열 씨도 “영미야~, 너 연락처를 몰라 연락할 수도 없고, 그동안 영미가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영미야 정말 반갑다”면서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제주해녀들은 1950년대에 이미 울릉도와 독도를 오가며 일본이 독도 야욕을 꺾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생업을 위해 독도로 간 초창기 제주해녀들은 독도(서도)의 굴속에 볏짚이나 가마니를 깔고 생활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독도와 공존공생하며 일본의 독도 침탈을 앞장서서 견제하는 등 제주여인들의 강인한 기개를 유감없이 펼쳐왔다.

한때 독도에서 물질로 생활했던 김공자 씨와 장영미 씨 등 제주해녀들은 아예 독도에 터를 잡고 독도지킴이가 된 김신열 씨 부부가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동해의 험난한 파도도 독도를 지키며 살고 있는 제주해녀 앞에선 기꺼이 친구가 된다. 제주해녀 김신열 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녀가 외친 “독도는 우리 땅”이란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남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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