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진영 특별자치 공대위 상임대표
제주도의 외국병원 유치전략의 문제점

제주도의 외국병원 유치전략을 보면 ▲유치방향에서 ‘제주도의 특성에 맞고 유치 가능한 전문의료분야를 검토하고, 기존 의료기관과 시너지효과’를 노린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유치방식으로 ‘외국유명병원브랜드+국내자본+도내 의료기관’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외국유명브랜드를 도입하기 위하여 전면적인 규제완화를 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브랜드의 힘으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은 그 현실성이 전무하다. 외국이나 국내의 의료자본은 높은 수익성을 보고 진출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관광시장의 규모부터가 협소하여 경쟁국가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주관광의 패턴 역시 타국(태국, 싱가포르 등)에 비해 고비용으로 단기 체류형이며 외국관광객의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국내 고소득층을 겨냥하여 전문의료기관을 유치하는 전략도 실현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미 인천, 부산 등의 경제특구에 유명의료기관 설립이 허용된 마당에 굳이 제주까지 내려와 진료를 받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형 의료기관들의 의료수준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며 근처 대도시의 종합병원을 두고 최하 5배나 되는 진료비를 내고 외국의료기관 특히 제주도까지 비용을 들여 오면서 진료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실효성 없는 유치정책으로 들어오는 외국의료기관은 없고, ‘역차별 불가'라는 이유로 제주도내 의료기관까지 적용되는 '규제완화(영리법인 허용, 사보험도입 등)' 조치로 인해 지역 의료체계만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배우자---외국의 발전된 의료산업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문제점도 같이 보아야

제주도의 외국병원 유치전략에서는 의료산업화의 성공 사례로 몇 개의 나라를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제시하는 내용은(인터넷 검색 수준의) 성공의 화려한 겉모습만 그리고 있다. 각각의 경우를 간단히 살펴보자.

태국의 경우 메디컬투어리즘(의료와 연계한 관광상품의 개발)의 대표적 나라로 꼽힌다. 일년에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제주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태국의 강점은 풍부한 관광 인프라와 싼 통화가치에 있다. 낮은 체제비와 진료비(미국 현지 진료비의 15% 수준), 태국정부의 강력한  자국 내 의료기관 육성정책이 태국 의료관광의 성공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낮은 여행경비와 체제비는 선진국의 은퇴 퇴직자를 포함한 중, 장기 체류형 관광, 휴양을 가능하게 했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의료서비스의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태국정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태국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해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여행 경비, 더 높은 진료비(라식수술의 경우 태국의 약 2배 수준으로 미국의 진료비와 거의 비슷하다)로 인하여 태국과 비교를 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중국을 가리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국가의료체계가 무너진 나라라고 말한다. 과거 사회주의 의료체계가 유지되던 시절 비록 낮은 의료수준이기는 하지만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국가에서 제공되던 의료체계는 90년대 초,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급속하게 해체된다.

중국 국가 경제의 성장에 따라 형성되는 고소득층(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나 국가적 차원의 의료 인프라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해외의료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기본 이유는 바로 이런 자국민의 의료수요를 해결함과 동시에 국가의료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다. 350만평 규모의 국제의료특구에 대한 의료 선진국의 투자가 몰리는 것도 역시 풍부한 중국 내 의료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기관의 중국진출을 돕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
  
최근의 의료실태 보고에 의하면 상하이 일류병원의 특급병실 입원료가 서울 강남의 유명병원의 특급병실 입원료에 비해 십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인 환자의 유치는 사실상 힘들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중국 내 의료 인프라가 의료관광과 연계될 가능성과 이미 해외 유명 의료기관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볼 때 중국환자를 목표로 제주도가 해외유명의료기관을 유치하는 것은 무모하기까지 한 일이다. 오히려 미용성형, 보철 등의 특정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의료기관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싱가포르는 우리가 배워야할 반면교사

싱가포르의 의료체계는 공공의료기관이 80%를 차지한다. 이 말의 의미는 대다수의 싱가포르 국민(80% 이상)이 정부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싱가포르정부의 의료예산은 국민일인당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약 20배에 이른다. 나머지 20%의 민간의료기관을 적극 육성하여 의료허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해외환자는 대부분이 인접한 동일문화권이면서 의료수준이 열악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환자다. 그 외에 동남아 화교, 외국상사 직원 등이 있으며 중국환자는 싱가포르로 유치하는 것이 현실성이 없어 직접 중국현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키우자 
--- 외국유명병원브랜드를 들여오자고 지역의료를 포기할 수는 없어

그런데 제주도의 유치전략에서 외국브랜드를 생략하고 국내자본을 공공자본으로 대치하면 그동안 제주발전연구원등에서 연구되어 온 의료산업화 방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제주도의 의료산업 인프라를 육성, 강화하기 위하여 공공의료부문(제주대학교 병원의 3차 의료기관화, 제주의료원의 수준높은 노인전문병원화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와 연관돤 관광상품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유력한 방안이라 볼 수 있다.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라면 강화되는 제주대학교 병원의 부설기관 형태로 외국인 진료능력이 있는 우수인력을 배치한 '외국인 전용 진료센터'로 충분할 것이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과감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통하여 의료 관광 인프라는 더욱 확대, 강화될 수 있다. 이것이 제주도가 추구하는 ‘의료와 관광의 결합을 통한 지역산업 발전’이자 ‘도민 의료복지 향상’의 올바른 모습이지 않은가 한다.

허진영님은 푸른치과 원장으로,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특별자치공대위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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