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언론인들과 간담회…"각종 권한 폭넓게 인정"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제주 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 "조직권, 인사권, 재정은 물론 과세권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자치입법권까지 폭넓게 인정하는 자치 모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주지역 언론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제주도민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가다듬는 것에 맞게 중앙정부는 빠르게 진행하겠다. 내가 좀 앞당기겠다"며 "제주도에서만 뒷받침되면 올해안이라도 추진해서 제도를 마련하고 싶다"고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에 따른 정부 지원에 대해 "정부는 조금도 모자람 없이 성의를 다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법제상의 장애는 지체없이 해결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산 지원에 대해선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다"며 재정적 지원을 하는데 구분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내 자유도시추진기구 또는 전담 부서를 신설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청와대 전담 비서관을 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국제자유도시 추진 "내가 전담비서관 하겠다"...감귤농가 자구책 주문

노 대통령은 FTA 국회 비준에 따른 감귤 육성책에 대해 "자꾸만 대책도 없이 돈을 달라고 하면 정부는 앞으로 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품질개량 및 유통구조 개선등 농민들의 자구책을 먼저 주문한 뒤 "농민들이 스스로 노력해 경쟁력을 갖추면 정부도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했다.

화순항을 동양의 3대 미항으로 개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전문가들이 답을 내주는 대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은 "크루즈 부두라든지 국제여객터미널 이런 것을 포함한 제주외항 개발사업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주도가 좋은 여건이 되는데는 전부 지원을 하겠지만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민간 차원의 노력을 함께 요구했고, 첨단산업 육성과 관련해선 "쇼핑등 다른 것은 몰라도 첨단산업은 경쟁력에서 맞지 않는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6자회담' 제주 개최 용의를 묻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국내에서 무슨 회의를 유치한다 하면 우선 제주도를 생각하게 된다. 제주도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앞장서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APEC 개최지 선정 "내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4·3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평화공원과 사료관 등의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지만 4·3역사를 교과서에 반영하는 것은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밝히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보상에 대해선 "좀더 연구해야 할 사안"이라며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올해 4.3 추모공원 기공식 참석 여부에 대해선 "참석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진작 가지고 있었는데 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총선 직전이 돼서 시비들이 많다. 내가 시비 걸리는 것은 괜찮은데 초청한 사람들의 분위기도 시비가 걸리면 빛이 죽는다. 행사 자체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에 대해 "일단 '지방으로 하자'는 정도는 선정위원회에 요청은 하겠지만 내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환경파괴 우려에 대해 "제주도에선 끊임없이 개발과 환경 사이에 갈등이 있어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조화와 균형이 좋지만 선택은 제주도에서 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부에서 태풍 관측을 위한 국가센터를 제주도에 만들 계획을 갖고있다"며 2006년까지 '국가태풍센터'가 제주에 설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태풍센터' 제주설치 약속..."제주는 한국이 자랑하고 싶은 보배"

노 대통령은 지역항공사 설립등 지역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부에서 행정 절차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사업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오는 2007년까지 연간 1800만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주공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제주도는 우리 한국이 자랑하고 싶은 보배"라면서 "이런 제주도를 도민 여러분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가꿔달라"고 주문한 뒤 "제주도가 전 국민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자주 제주와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2년 경선(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제주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고 소개하고 "물론 그 이전에도 제주도에 대해서 특별한 인연이 있고 느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전 10시45분부터 1시간여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 등 신문 3사와 제주MBC 제주KBS 제주CBS JIBS 등 방송4사의 보도·편집국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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