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범 칼럼] (11) 소통은 최우선 해야 한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냈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 근처에는 3층으로 된 좋은 집이 있었다. 그는 어른이 되면 3층 집을 지을 것이라고 항상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세월이 흘러 그는 돈을 많이 벌게 되었고, 드디어 어린시절부터 그려오던 3층 집을 짓게 되었다. 설계와  공사를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후 자신의 집이 얼마나 지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공사 현장을 찾아 갔다.

공사현장을 돌아본 그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3층 집을 지으라고 했지 , 왜 1층부터  집을 짓고 있느냐?” 라고 공사현장 사람들에게 소리를 쳤다. 이 이야기 속에는  2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꿈은 오랜 시간 지나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일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좋은 경험들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자되기도 하며 그때의 꿈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그때의 꿈을 완성해 보려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어린시절 좋은 경험과 체험을 위해서 부모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체험보다 학습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시간 관리를 부모들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청소년들에게 초등학교 시절 좋은 추억이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적에 관한 이야기로 답을 대신했다. 성적이라는 것이 어느 덧 청소년 시기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것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공부를 목표와 비전을 정하고 한다면 어떨까? 달려가는 곳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 뛰는 경우와 모르고 뛰는 경우의 차이다. 누가 더 빨리, 누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아이들이 힘들 때 자신이 경험했고, 체험한 부분이 다시 달리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8000번의 칭찬을 듣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하기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말을 듣는다. 언어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말을 듣고 난 후 입 밖의 세상을 구경 할 수 있다. 부모는 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어 준다. 그리고 아이는 그림을 보며 상상을 한다. 이런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꿈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여기에는 글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문법적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 배우지 않는다. 이론적인 부분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학년별 수준에 맞는  문법적 공부와 이해를 해나가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언어들을 학습하는 시스템은 같을 것이다. 글조차 모르는 아이에게 이해하지 못하는 문법을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순서가 바뀌게 되면 아이들은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다시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얼마 전, 자식의 진로 때문에 걱정이라는 어느 부모의 하소연을 들었다. 이유인즉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해서 학교에 잘 다니다가 갑자기 재수를 해서 다른 과를 선택하겠다고 말한 자녀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했고, 부모들이 원하는 과를 선택하기까지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지 1년 만에 진로를 바꾸겠다고 했을 때 부모들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설득을 했지만 아이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진로를 찾은 것에 대해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 인터넷 신문에 한 청소년이 올린  부모와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부모가 자신들의 대화를 경청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글이 관심를 끌었다. 참고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라는 책에 서는 ‘영국에서 실시한 연구결과 10대중 약 75%가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라 답했고 이에 비해 자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41%에 불과했다. 부모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독립심이 강해지며 사회적 능력이 강화된다.’ 라고 이 책은  기술하고  있다.

▲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상기 사례들처럼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다를 때 조화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소통이며 최우선 해야 하는 이유다.

소통은 자신이 할 말을 멈추고, 상대를 바라보며 들어주는 아주 단순한 방법이다. 여기에 순수한 관심을 기울이고 적절한 질문을 해보라. 그러면 꿈과 행복이 조화롭게 조성될 것이다. /박호범 제주카네기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