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칼럼> 문제는 제왕적 리더십이다

  함정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함정에 빠졌으면서도 그 사실 조차 모르는 것이다. 바로 우근민 도정의 이야기다. 세계 7대자연경관 논란에 대해서는 “선정효과를 극대화겠다”고 간부들을 독려한다. 7대자연경관 선정에 쓰인 행정요금 80여억원을 의회의 승인없이 예비비로 지출한데 대해서는 ‘의회의 동의와 이해’를 이야기한다. 목표를 초과달성할 테니 일부 꼼수는 눈감아달라는 이야기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에 ‘꼼수’를 이해해달라고 하면서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꼼수’조차 내놓지 않는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평화운동가 197명이 연행되어도, 도정은 침묵한다. 해군기지 설계오류가 지적되도 말을 삼간다. 마을이 산산조각나도 묵묵부답이다. 주민들의 대화요구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치적과 성과는 앞장서 챙기면서도 풀리지 않는 갈등은 외면한다. 의문이다. 함정에 빠져 앞이 보이지 않는 다음에야 이런 행보를 보일 리 만무하다. 사실 우근민 지사가 내세우는 장점은 자칭 ‘갈등 해소, 화합’이 아니던가.

   우리의 기억을 조금 되새겨보자. 95년 치러진 제1회 동시지방선거로 가보자. 당시 우근민 민주자유당 후보의 선거공보에는 “4대 선거로 지역간 계층간 갈등과 반목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상처를 아물게 할 인물이 필요합니다.”라며 “화합의 명수”“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이 모든이의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릇. 큰 인물 우근민”이라는 홍보문구가 적시되어 있다.(당시 선거공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구범과 우근민. 두 정치적 라이벌의 싸움으로 도민사회의 갈등이 커져 갈 때 당시 우근민 민주자유당 후보(젊은 독자의 이해를 돕자면 민주자유당은 이후 한나라당으로 최근에는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정당의 전신이다)는 ‘화합’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로부터 20년이 더 흘렀다. 지금 제주도민들에게 우근민 지사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물어본다면 ‘화합형 지도자’라고 말할 도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답 대신 우근민 지사의 리더십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짚어보자.(이후 내용은 제주의소리의 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10635)

   지난 2월 8일 오후 5시 제주도청 4층 회의실로 가보자. 이날은 제주도와 교육기관 정책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5시 5분께 등장한 우근민 지사. 자리 배치를 보고 역정을 낸다. “자리 배치가 이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제주대학교 제주도교육청과의 3자 정책간담회인데 테이블 배치를 ‘보통회의테이블’처럼 배치했다는 것이다.(보통 회의테이블 배치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들은 위 기사의 사진을 살펴보시길) 실무자들은 지사의 불호령에 허둥지둥 좌석배치를 바꾸기 시작했고 정책간담회는 25분 정도 뒤에 시작됐다.

   사소한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은 사소한 일에서 더 잘 드러난다. 작은 일에 소리 내는 사람은 큰 일에도 소리내기 마련. 프로이트가 말하지 않았던가. 말더듬. 사소한 말실수가 오히려 사람의 무의식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회의 자리배치에 역정을 내고 실무자들은 지사의 한마디에 호들갑을 떨며 자리배치를 바꾼 사실은 지금 제주도정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부회의 자리에서도 우근민 지사는 농업직 7~8급 공무원들에게 국내에서 배울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유럽으로 보내 FTA 극복방안을 배워오도록 지시하고 신공항 건설추진단에게는 대중앙절충강화를 주문한다. ‘지시와 독려’가 주를 이룬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지시한다. 지사의 말한마디에 도정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이런 일사불란함 속에서도 우근민지사에 대한 도청 공무원들의 평가는 박하다. 공무원 인사평가를 보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의 인사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모색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공무원들이 매긴 우근민 지사의 인사 점사는 100점 만점에 46.3점이다. 도지사의 말한마디에 좌석 배치를 바꾸고 지사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제주도청의 공무원들이 정작 우근민 지사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왕적 리더십, 작은 것까지 세밀하게 챙기는 우근민 지사의 리더십이 스스로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보고싶은 하늘만 보면서도 정작 눈 앞의 벽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 김동현
  20년 넘게 제주의 도지사로 상징되었던‘우근민’이라는 기표에 우근민 지사도, 공무원들도, 도민들도 함께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닐까. 그 기표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한 가지 가능성은 있다. 회의 자리 배치까지 챙기는 꼼꼼한 우근민 지사가 ‘꼼꼼하게’ 제주의 현안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그 시작은 해군기지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무 조건 없이 강정으로 가서 주민들을 만나는 것이다. /김동현 국민대 대학원 박사과정(현대문학 전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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