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엄마의 마르지 않는 눈물
성추행 > 왕따 > 협박 > 남친 왕따 > 공개적모욕..."자살 안 할 학생이..."

▲ 따돌림으로 숨진 딸을 그리워하며 어머니 김씨가 쓴 글.
"00아!
하늘 만큼 그리움을 담아 너를 불러 본다.
엄마 삶속이 유일한 너를,
엄마 딸이여서 고마웠다.
엄마의 자랑이여서 고마웠다.

00아!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이젠 조금이나마 짐을 던 기분이야
하늘에서 잘지내라."

하나밖에 없는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던 김씨(39). 그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어 가출신고를 한 지 11시간만인 12월25일 오후 1시50분께 제주시 이호테우해변 동쪽 해안가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딸 한모양(15)이 차디찬 사체로 발견됐다.

그는 해경이 수사를 통해 딸이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해경이 밝힌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뿐이었다.

어머니는 해경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지 않았다. 딸이 6개월 동안 학교에서 어떤 따돌림과 협박을 받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딸이 학교폭력에 의해 숨졌다고 제주도교육청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고발하기 시작했다. 딸은 이세상을 떠났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고, 더 이상 딸처럼, 자신처럼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22일 오후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밝고 명랑한 아이였고, 한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간다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며 "하지만 그 일이 있던 후부터..."라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 일이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는 딸이 숨지기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학교 친구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다고 차마 꺼내기 싫은 아픈 일을 털어놓았다. 성추행을 당한 딸은 충격을 받고, 상담센터와 원스톱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을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가해학생이 떠나면서 마무리 될 줄 알았던 한양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2차 폭력이 덮쳤다. .

이 때부터 즐겁던 학교가 '악몽'의 공간으로 변했다. 학교 선배와 다른 친구로부터 따돌림과 협박을 받기 시작했다.

▲ 숨진 한양의 방 화이트보드. 딸은 '매일 할일로 영단어 40개',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공부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을 써놓았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딸의 선배와 일부 친구들은  "넌 왜 징계를 받지 않느냐" "너의 거짓말 때문에 남학생이 전학갔다"  "너도 전학가라"라며 괴롭히며 왕따 시키기 시작했다. 딸은 "'엄마도 학교에서 1시간만 있어봐. 학교에 있는 게 죽을 만큼 힘들다'는 말을 자신에게 자주 했다"고 엄마는 말했다. 

또한 "발신번호가 조작된 휴대전화로 딸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오기도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성추행 충격에다 갑작스런 선배와 친구들의 따돌림 등으로 한양은 지난해 10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린 후 딸을 위로하기 위해 3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한양에게 무단결석 처리하고, 학교폭력 사실을 덮어두려고만 했다.

어머니는 "자살기도 이후 딸이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어느 정도 심리적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선배와 친구들의 따돌림은 딸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에게도 'ooo를 만나지 말라'는 식의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왕따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양에 대한 왕따는 급기야 그녀가 숨지기 이틀 전인 12월23일 학생들이 전부 모여 있는 학교 교실에서 남자친구 사진을 빔프로젝트 화면에 올려 놓고는  '저 재수없는 애는 누구냐'며 노골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방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머니는 "어떤 친구는 딸에게 '2학년이 되서 같은 반이 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며 "따돌림과 협박, 수치심까지 얻은 딸이 24일 집을 나간 후 결국..."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어머니 얼굴은 딸을 그리워 하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아름이가 죽은 지 2달. 김씨는 매일 아름이의 방에서 미니홈피를 통해 추억을 나눈다.
어머니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 딸이 죽음이 왜곡되는 현실이 너무나 분했다. 어머지는 "딸이 죽은 후 지난 두 달 동안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다"며 "억울한 우리 아이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기자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는 딸의 휴대전화와 미니홈페에 나와 있는 글을 증거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는 아이의 장례식 이후 연락조차 안되고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해양경찰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나 했는 지 모르겠다"며 "사건이 발생한 후 2달이 다 됐는데 아무런 통보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관계자는 "서장님께서도 억울한 죽음으로 보고 있고,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며 "자살인지, 타살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정황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족께서 수사가 늦어져서 불만을 느낄 수 있다"며 "하지만 한양의 휴대폰은 국과수에서 조사하고 있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 조심스런 학교 "성추행 문제 감추지 않아...수사로 모든 문제 밝혀졌으면"

학교폭력으로 인해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학부모의 주장에 대해 해당 학교측은 몹시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학부모가 주장한 '성추행' 문제 등에 대해서는 학교측은 '쉬쉬'하지도 않았고,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해결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아이를 먼저 보낸 어머니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현재 해경에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 수사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은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학생들과 교사 10여명이 해경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의 요청에 학교에서도 적극 협조하고 있고, 관련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서도 "학교가 먼저 인식해 원스톱센터에 보냈고, 곧바로 제주도교육청에 보고했다"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학교선도위원회를 개최하고, 피해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가해 학생을 전학시켰다"고 학부모와 상반된 말을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자체 조사를 했지만 집단 따돌림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미니홈피나 휴대전화로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빔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당시 피해 학생 반에 있던 빔프로젝트는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경찰 수사에서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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