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 도민합의부터 이뤄야 더 빠를 수 있다

# 도민 공감대 형성, 어디에?

기본계획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도지사는 특별자치도 추진이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한시가 급하다는 말씀이다.

과연 그럴까? 시간적으로 어느쪽이 더 효율적일까? 반발을 무마하고 도민공감대를 이룬 후에 기본계획안을 제출한다면 역량을 한데 모을 수 있어서 더욱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도지사 개인적으로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안달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기자회견에 임해서는 ‘生則死 死則生(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고 임하면 살 것이다)’라는 명구를 인용하기도 했던데 현재 제주도민이 처한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지사 개인의 처지에 딱 부합되는 내용을 잘 고르기는 했다. 하지만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死則生’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도민들의 기마저 꺾어버리는 오만과 만용을 제주도정이 부리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도하 각 언론에서 우유부단한 도정을 질타하면서 행정책임자는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고 제기하는 바람에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결단’이라, ‘강력한 리더십’이라, 뭔가를 보여주기는 해야 하겠고, 빼든 칼이니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하겠다는 오기 발동으로 인한 상황연출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흡사 대대적 도민저항이라는 작은 불씨가 살아나는 곳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 “도민을 기만했다”

도민저항은 행정행위가 기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에 확산일로에 있다.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의 제출에 앞서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겠다는 약속은 공수표로 돌아갔다.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했으면 적어도 며칠간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견수렴기간에 제시된 의견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서 쓰레기 취급해 버린 듯한 인상이 짙다.

애초에 아예 그런 마음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듯이 거짓 시늉이었다는 것이다.

폼나게 제주도의회 의장을 배석시켜서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더니만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계획안도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지사 스스로 “(개방이) 적어도 인천경제자유특구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말함으로써 베끼기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저 가감·보완한 수준이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혹시 용역비까지 지출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도민들은 제주도 자치역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로드맵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로드맵의 일부만 인지하고 있는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도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 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해서 개최된 여당 정책토론회에서 관련 중앙 인사가 제주특별자치구상은 참여 확대와 분권·자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목적에 맞게 이뤄져야 함이 강조하고 있음을 봤다.

물론 원론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특별자치가 추구하는 발전방향은 급격한 산업구조 개혁보다는 도민 생존과 지역 비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무엇보다 도민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과연, 도대체, 도민공감대 형성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인가. 파열음이 일어나기 전에 행정자치 능력을 보여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발이 일어나더라도 도민설득에 나서서 통합된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어떤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나 잡아봐라?”

지사는 “혁신과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도민들을 훈계하고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도민들이 혁신과 개방을 두려워하거나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을까봐 그것이 두려운 것일 뿐이다.

그것까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면 독단이며 언어도단이다.

현재 지사는 갈등의 모든 책임을 도민의 자치역량으로 전가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인지한 도민들이 분개하는 것이다.

알만한 도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인색하기 그지없는 그 좁은 손바닥으로 하늘과 땅을 모두 가릴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나고 만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지사직을 내놓을망정 도민을 속이는 행정 행위를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될 것이다.

도민이 지향하는 특별자치도는 유리알처럼 투명해야 한다.

제주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잘못 집행했던 행정행위들에 대한 비위사실들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도 깨닫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5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음악분수의 경우, 27억원 공사비를 투입한 의혹 등 산지천 복원공사 진상규명을 위한 제주시의회특위에 산지천 복원으로 유명세를 탔던 당시 시장, 도지사는 출석하지도 않았다.

   
특위에 출석한 당시 담당 공직자는 “이런 의회 생전 처음 본다”면서 집어삼킬 듯이 눈을 부라리던 모습을 TV뉴스를 시청했던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충성심이 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유발시키는 모양이다.

제발 이제 이러한 잘못된 커넥션도 그만두자. 욕심을 버릴 때 도민통합은 물론 특별자치도 추진이나 행정계층구조개편이든, 평화의 섬이든, 아니 도민과 함께, 제주 발전의 바른 방향을 찾아서, 제대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안창흡 언론개혁제주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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