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단체에 매각될 위기에 처한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의 제주전쟁역사평화박물관.
경영난으로 매각 컨설팅 의뢰...일본 단체-개인 매수의향 밝혀

일본군 지하요새를 재현한 제주의 전쟁역사평화박물관(가마오름평화박물관)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침략전쟁의 당사자인 일본의 특정단체에 매각이 추진돼 안타까움을 주고있다. 

가마오름평화박물관의 이영근 관장은 4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평화박물관 지원의사를 밝힌 단체와 기업 등을 찾지 못해 매수를 희망하는 일본단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자리잡은 평화박물관은 이 관장의 아버지 故이성찬(1921년생. 2010년 작고)씨가 1943년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돼 노역을 했던 장소다.

이씨는 아버지가 겪었던 고통의 날들을 이해하고 자손들에게 전쟁의 고통을 보여주기 위해 2004년 이곳에 수억원의 자비를 들여 평화박물관을 건립했다.

박물관에는 근대문화유산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308호인 일본군진지동굴이 자리하고 있다. 강제동원된 조상들이 만든 지하요새는 3층구조에 길이만도 2km에 달하는 미로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는 일본군 제58군 사령부 소속 111사단이 주둔했다. 박물관에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2000여점의 유물도 전시돼 있다.

평화의 산 교육장인 이곳이 느닷없는 일본 매각설에 휩싸인 이유는 다름아닌 경영난 때문이다. 사립박물관의 특성상 정부지원이 힘들어 운영비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

박물관 유지를 위해 이 관장은 매해 제주도청을 찾아 해설사 지원 등을 요구했으나 다른 사립박물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수차례 거절을 당했다.

국내 기업과 단체, 독지가 등을 상대로 후원과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마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수십억원의 적자로 가족들의 부담이 커지자 이씨는 결국 매각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됐다.

실제 이씨는 최근 컨설팅회사를 통해 매수 의향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 박물관 매입에 관심을 보인 쪽은 일본내 단체와 개인 2곳이다.

해당 일본 단체의 경우 이미 지난해 2차례 직접 평화박물관을 방문해 이 관장을 상대로 관련 자료와 박물관 전체에 대한 매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련 자료가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갈 경우 역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에 매각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압박이 심해지면서 현재는 매각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다.

이 관장은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아버지 한을 풀기 위해 2004년 박물관을 세웠다"며 "방문객이 줄고 박물관 운영마저 힘들어지면서 빚이 수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매각을 위해 컨설팅회사에 의뢰를 했고 일본 내 단체와 동경에 거주하는 개인이 매입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관련 자료를 모두 보내 매각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그동안 박물관을 살리기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면 지원을 호소했으나 어느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죽하면 이런 결정을 했겠느냐. 관심을 갖고 있는 쪽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