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년 칼럼] 그저그런 홍보기사 아닌 '힘있는 필체'를 보고 싶다

<제주의소리>가 창간 1주년을 조금 넘길 무렵부터 기사를 올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8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세월이 빠르게 흘렀다는 생각과 함께 여러 아쉬운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창간 8주년을 맞았다며 ‘쓴 소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제주의소리>의 발전을 위해 애정 어린 비판을 해달라는 요구인데, 지금으로서는 ‘쓴 소리’를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 뜻을 비쳤다. 그래도 진정성을 담아 글을 보내달라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보니, 기왕에 마음먹은 바에야 개인적인 소망까지도 담아보기로 했다.

우선, 지금은 무턱대로 쓴 소리부터 할 수가 없다. 언론이 처한 시장 상황이 그렇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에 힘입어 최근 많은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제주도만 해도 20개가 넘는 매체들이 ‘언론사’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도내 광고시장은 이들을 뒷받침하기엔 그 규모가 턱없이 작은 상황이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사들이 아쉬운 대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언론사가 지방 행정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어떻게 지방 언론사를 향해 쉽게 ‘정론’과 ‘직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쓴 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다. 기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세상에 나와 푸른 꿈을 키워나가는 젊은 기자들이 딱해서 그렇다. 가끔 독자의 입장이 되어 <제주의소리>의 특정 기자가 최근에 쓴 기사들만을 모아 보는 습관이 생겼다. 기자들이 각자 맡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한 기자의 기사만을 보는 것이 특정 사안에 대한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기자 한 명이 하루에 작성하는 기사가 7~8꼭지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하루에 기사 한두 꼭지를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판인데, 기자들이 이같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 그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나?

그래도 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한 때 유행했던 개그코너에서 했던 것처럼 “니들이 고생이 많다”고 위로만 할 수도 없다. 언론은 애초부터 타고난 업보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늘 권력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민들 혹은 서민들의 권익을 지켜야할 파수꾼의 업보를 타고 났다. 그래서 언론에 종사하는 자 곧 기자는 늘 시민사회 혹은 서민들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눈을 부라릴 책임이 있다. 이런 책임을 공감하지 못할 바에야 그 언론사는 사회에 있으나마나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대부분 지역 언론은 점차 권력과 긴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2009년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운동이나 2011년 7대 경관 이벤트 과정에서 제주의 언론사들은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고 말았다. 두 가지 주요한 사안에 대해 언론은 지방 권력자의 눈치만을 살피거나 그들의 요구에 봉사하기 위해 철저하게 동원되었다. 권력과의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권력을 감시해야할 언론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한 일간지가 7대 경관 이벤트와 관련하여 도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다가 관급 광고를 수주하지 못한 것이 ‘좋은 선례’로는 거의 유일하다. 개인적인 욕심은 <제주의소리>가 이런 경우 제 역할을 감당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만족할 만한 차별성을 찾을 수 가 없었다.

<제주의소리>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이 매체를 만들기로 뜻을 모은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제주의소리>에서는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빛나는 기사를 읽고 싶다. 빛나는 기사란 빼어난 안목, 풍부한 정보와 식견, 힘 있는 필체 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기사를 말한다. 그런데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비판적이면서도, 지성을 갖춘 훌륭한 기자가 있어야한다. 그런데 훌륭한 기자가 어디 하루아침에 태어나는가? 끊임없는 독서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부단한 훈련으로 글쓰기의 기량을 갈고닦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서두에도 밝혔듯이 하루에 기사 7~8꼭지를 처리해야하는 기자에게 풍부한 독서와  끊임없는 훈련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열심히 노동할수록 매체의 질이 떨어진다는 딜레마가 남는 것이다. 그간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던 기자들에게서 “쉼 없이 밀려오는 보도자료들을 처리하다보면 마치 공장의 프레스 노동자가 된 기분이 든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를 못 견뎌 다른 일을 찾는 이들을 보면서 언론사가 기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래서 짧은 소견이지만 이제 잡다한 기사들을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주문을 드리고자 한다. 공공기관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홍보성 보도자료들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굳이 필요하다면 기관에서 직접 기사를 올리도록 유도하면 그만이다. 대신에 기사 한 꼭지를 쓰더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 독자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쓰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여건이라야 훌륭한 기자가 나오고, 훌륭한 글이 나오고, 그런 연후라야 훌륭한 독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소리>에서 “나는 기자다”라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는 기자들을 만나고 싶다. 그러면 “나는 제주의소리 독자다”라는 고백을 조금 더 자주 듣게 되지 않을까?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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