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서 만난 사람] 미디어몽구 "조중동 '강정 때리기', 이야기 할 가치도 못 느껴..."

 

▲ ‘1인 시사미디어’로 통하는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36). 그는 제주 서귀포시가 고향으로 그가 찍은 사진.영상 등은 이미 국내외 유력 언론에 무수히 제공될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 사진=미디어몽구 홈페이지 www.mongu.net ⓒ제주의소리

“현장에 있을 때 내 가슴은 뛴다”. 미디어몽구 홈페이지에 써놓은 그의 소감이자, 다짐(?)이다. 그가 찍은 사진과 영상, 쓰는 글의 영향력은 웬만한 언론사 이상의 위력을 갖는다.

그래서 언론 판에선 이미 그를 국내 최고의 ‘1인 시사미디어’라 부르는데 주저 없다. 미디어몽구 스스로는 ‘네티즌 언론’이라 불러달란다. 그의 홈페이지에 ‘영상취재전문 블로거’라 쓰여 있기에 ‘파워블로거라 해도 되느냐’라 물었더니 괜한 질문을 했나보다. 아연실색, 딱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첫인상에서 고집스러움과 순수함이 뿜어져 나왔다.

해직언론인들이 중심이 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 제작팀의 해적단원(?)으로 제주 강정마을서 연일 취재에 땀 흘리고 있는 미디어몽구 운영자 김정환 씨(36)를 지난 10일 강정천 구럼비 해안 들머리 집회 현장에서 만났다. ‘몽구’는 그의 필명이다.

# 집배원 아버지 전근으로 서귀포와 고향 인연 맺은 ‘몽구’

그의 강정마을 방문은 이번 취재일정까지 모두 여섯 번째였다. 지난해 초가을 첫 발길 이후 무엇에 씌운 사람처럼 자꾸 강정마을로 몸과 마음이 향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환 씨의 출생지가 바로 서귀포시였다. 
 
집배원이던 아버지가 제주도로 전근 오게 된 것이 그가 제주와 고향의 연을 맺게 된 사연이다. 정방폭포 근처 어딘가가 자신이 태어난 집이라는 정도가 그가 고향 제주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전부였다. 태어나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인 갓 돌을 넘긴 그가 나이 두 살 먹을 즈음 다시 육지로 나갔으니 그럴 법 하다.

지난해 언제부턴가 트위터에서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들이 강정의 소식을 많이 전하기 시작하면서 그도 다시 고향 서귀포에 대한 눈과 귀를 열기 시작했다. 김정환 씨의 말이다.

“고향이 서귀포라는 점도 있고, 트위터에서 활동가 분들이 강정마을 소식과 해군기지 강행 상황을 많이 전하고 있기에 꼭 한번 와야지 마음먹다가 지난해 초가을 처음 내려오게 됐습니다. 이번 일정은 <뉴스타파> 취재팀 일원으로 온 것인데 강정은 벌써 여섯 번째 방문입니다”
 
김 씨에게 ‘육지에서 보는 해군기지 시각과 직접 현지에서 보는 시각의 온도차가 없느냐’고 물었다. 약간 의외이기도 했지만, 아픈 곳을 한 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찌르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제가 의외였던 것이 서울에선 지금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 저는 다른 것 떠나서 현장의 소식과 분위기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선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관심이 굉장히 높다. 돈이라도 있으면 당장 내려오고 싶은, 그렇지 않고 못갈 입장이면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그런 곳이 지금의 강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제주공항에 내리면 오히려 제주도민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보다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에서 치열해야 할 소통과 관심이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 ‘1인 시사미디어’로 통하는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36). 그는 제주 서귀포시가 고향으로 그가 찍은 사진.영상 등은 이미 국내외 유력 언론에 무수히 제공될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 문제 ‘지겨워할’ 일 아닙니다!

김 씨는 나름의 진단도 꺼냈다. 그는 “부산도 그랬다. 한진중공업 사태 때도 그랬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관심이 높은데 정작 부산시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하도 이 문제가 오래되고 길어지면서 오히려 무덤덤했던 것 같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강정마을에서 현실인 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리곤, “어제 서귀포시에서 밥을 먹었는데 어떤 분이 해군기지 얘기 나오니까 ‘지겹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며 도민여론을 모아내지 못한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의 ‘강정마을 때리기’에 대해선 “이야기할 가치도 못 느낀다”며 “이야기하기도, 입에 담기도 싫다”고 말을 잘랐다.

극소수 주민들에 의해, 그것도 절차를 지키지 않고 해군기지 유치를 단 몇분 만에 박수로 결정한 6년전(2007년 4월26일 마을임시총회)을 시작으로, 제주해군기지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문제가 지역에서 치열하게 지적될 때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던 것이 누군지 알 사람은 다 안다는 표정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그리고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진정성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주를 등에 업고 경찰에 항의하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로 답을 대신했다.

“강정에 와서 가장 충격 받았던 것이 있다. (전국)집회현장 정말 많이 다녔는데 강정마을에서 할머니가 아이를 등에 업으시고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제가 본 시위 모습 중 가장 충격이었다. 그동안 강정에서 어떤 충돌이 있었고 어떤 대립이 있었기에 할머니까지 아이를 업고 얼마나 다급했으면 저럴까, 얼마나 분노했으면 저럴까를 느꼈다. 그 모습이 강정주민들이 지금까지 싸워온 모습의 단면인 셈…”이라며 더 이상의 말을 삭인다.

카메라와 24시간 붙어살지만 자신이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것에 대해 유난히 낯설어 하는 그였다. 인터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자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해진다. 빠트린 질문을 서둘러 물었다.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은 언제까지냐’고 물었다.

그는 “저는 한번 관심가지면 끝까지 관심 갖는다”라고 말했다. 다시, ‘강정, 어떻게 될 것 같나’는 물음에 “주민들의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다. 바람이다. 이념이니 뭐니 다른 것보단 주민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저도 강정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인다. 강호 고수가 따로 있나. 현장에 살고 현장에 죽는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가 미더어계의 강호 고수이자 진정한 저널리스트다. 미디어몽구 홈페이지 www.mongu.net / 미디어몽구 트워터 @mediamongu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미디어몽구는 누구?

 

   

<미디어몽구> 운영자 김정환 씨(36)는 필명이 '몽구'다.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이름 이다. 영상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블로거로서, 2005년 12월부터 블로그를 운영해 오고 있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작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상과 사진으로 생생한 현장 소식을 네티즌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존 언론에서 비중은 있는데 단신보도 됐거나, 보도 되지 않았던 내용, 사회적으로 소외 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 등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발로 뛰며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스스로는 영상과 사진의 완성도나 전문성이 부족한 글들이 대부분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이미 국내 유력언론사에 그의 영상·사진 제공 횟수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프랑스2TV(프랑스 공영방송)와 세계 3대통신사 중 하나인 AFT통신사에도 영상과 사진이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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