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청 축구팀 백넘버 7, 고경일씨.
칠흙같이 어두운 밤, 눈길에 미끄러진 차를 돕고 홀연히 떠난 공무원 고경일씨에 대한 감사의 사연이 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3월이 무색하게 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11일 밤 9시 30분경, 장모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향하는 5.16 도로를 달리던 중 성판악 근처에서 미끄러져 도로 옆 도랑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장씨는 거세지는 눈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나가던 차를 향해 구원 요청을 했지만 추워진 날씨에 쉽사리 도움을 주는 운전자들이 없었다.

여러 대의 차가 지나가고 고경일씨가 탄 차량이 도랑으로 고꾸라진 차량 옆으로 세웠다. 고씨는 도로 위에서 구원요청을 하느라 추위에 떨던 장씨를 따뜻한 차로 태웠고 경황이 없어 보험사에 연락을 못한 장씨를 대신해 연락을 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보험사 직원이 도착하기 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고씨는 2차 사고를 예방하고자 차량 유도까지 했다.

보험사 직원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정씨와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고씨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장씨는 고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의 마음을 담아 지난 14일 도청 홈페이지에 ‘도지사님 고마운 시청 직원분을 찾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장씨는 당시 제주시청의 유니폼을 기억해 내며 “등번호가 7번 이였어요. 제주시청 축구팀 7번… 찾을 수 있을까요?”라며 단서(?)를 남겼다.

제주시청 공보과가 추적(?)한 결과 축구복을 입은 천사는 환경시설 관리과 소속의 고경일씨로 "서귀포에서 축구경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추운날 산중에서 여성 운전자가 추위와 공포에 떨며 도움을 요청하면 당연히 도와주는 것 아닌가”라며 “저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그냥 돕게 됐다”며 ‘당연한 일’인 듯 말했다.

보험회사와 견인 차량이 도착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돼 그냥 말없이 귀가 했다는 고씨는 “사고 운전자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고맙다”며 “ 사고 운전자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밤길 운전을 더 조심히 하면 좋겠다”며 끝까지 사고 운전자를 걱정했다.  <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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