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일단 권한만 갖고 오자" 종전 주장 되풀이
공대위 근거 자료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

교육·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제주도와 시민사회단체의 재논의가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하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설득시키고 도민사회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할 제주도 당국은 시장개방의 당위성에 대한 구체적 자료나 데이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해 교육·의료 산업발전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단 권한만 갖고 온 후 나머지는 조례로 정하면 된다"는 지금까지의 입장만 되풀이 해 시민사회단체와의 재논의 역시 도민의견 수렴과 마찬가지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김태환 지사와 공대위 대표가 합의한 대로 24일과 25일 양 일간에 걸쳐 의료시장과 교육시장 개방에 대한 재논의 자리에 앉았으나 '인식의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의료시장 개방과 관련한 간담회는 24일 오후3시부터 오후7시간까지 장장 4시간 동안 이뤄졌으나 도 당국의 답변이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이뤄져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공대위측은 대화가 시작되자 "지금까지 정부의 국토발전계획은 물론 지난해 마련된 제주도지역혁신발전 5개년계획에서 조차 의료는 성장가능성이 없는 산업으로 분류돼 전략산업에서 배제됐으나 지난 5월 정부가 기본구상안에서 이를 포함시킨 후 어느 날 갑자기 지역전략산업을 부상됐다"면서 "의료산업이 왜 제주도의 전략산업으로 선정됐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제주도 당국은 이에 대한 검토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제주도 당국은 "그동안 충분하게 검토으며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고 답변만 되풀이 하자 "검토 자료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자 아무런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공대위가 "도 당국은 외국의 큰 병원이 들어오면 오히려 도내에 있는 종사자들이 이탈돼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도내 병의원 생존이 어렵게 됐다"면서 제로섬 게임 가능성을 제기한데 대해서도 "외국병원이 들어오면 고용이 된다. 어떻게 되느냐는 하기 나름이다"라면서 객관적인 고용창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사의료 보험에 대해서도 "국내외 영리법인에게 병의원 설립을 허용하고, 당연의료기관 지정을 배제한 상황에서 사의료보험을 제외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도 당국자는 "사의료보험은 뺐다.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영리법인과 사의료보험이 작동여부에 대해 전혀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노출시켰다.

일요일인 25일 교육시장 개방 간담회도 마찬가지였다.

전교조측은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제주도내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제주도 당국은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다. 일단은 권한만 갖고 오자는 것"이라고 일관해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했다.

전교조 측은 제주도의 초중고 시장을 개방할 경우 몇 개의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유치할 수 있는지, 돈 벌이가 된다면 제주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제주도 당국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돈벌이도 돈벌이지만 교육인프라를 갖춤으로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무형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계량화하기가 힘들다"면서 교육시장 개방이 가져올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제주도 당국은 또 "교육자치에 대한 도의 입장은 뭐냐. 교육위원회에 대한 도의 견해는 뭐냐"고 묻자 "조례로 정하면 된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교육위원회에 대해서는 도의 입장이 없다"고만 답변하는데 그쳤다.

제주도 당국은 국제학교 설립과 일선학교의 교육자치 강화방안에 대해서도 "교육감이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도교육청이 조례로 정하면 된다"면서 "국제학교도 교육청이 조례를 정하지 않으면 설립할 수 없다"면서 모든 것을 조례 제정 이후로만 돌리는데 급급했다.

전교조는 특히 제주도 당국이 지난 8월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재검토 용역에 교육과 의료산업을 포함시킨 것과 관련 "제주도가 말로는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았다. 일단은 권한만 갖고 온 후 조례로 정하면 된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는 이미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을 겨냥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교적 측은 3시간을 넘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얻어 내지 못하자 "바나나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려고 해도 최소한 감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고 난 후 수입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제주도의 백년대계를 그리겠다면서 아무런 근거와 데이터도 없이 무조건 동의만 해달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제주도의 무성이를 비판했다.

전교조는 또 "오늘 이 자리가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자리인 만큼 이 자리에서 만큼은 터 놓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는 진지함이 있어 야 할 게 아니냐"면서 "특별자치도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도 없이 기본계획만 갖고 나머지는 조례로 정하겠다. 무조건 동의해 달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라면서 무책임한 도정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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