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공사 방해 혐의로 정부에 의해 출국명령을 받아 21일 한국을 떠나는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인 영국 평화활동가 앤지 젤터 ⓒ제주의소리

[구럼비에서 만난 사람] 해군기지 공사방해, 21일 출국 당하는 노벨평화상 후보 앤지 젤터

강정 해군기지에 저지 투쟁을 위해 제주에 온 노벨평화상 후보인 영국 평화운동가 앤지 젤터(61. Angie Zelter)가 업무방해 혐의로 출국명령을 받아 결국 21일 한국을 떠난다. 지난 2월24일 제주국제평화회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이후 해군기지를 저지하기 위한 실천 투쟁을 전개한 지 딱 한달만이다.

앤지 젤터는 전설적인 평화운동가다. 핵잠수함 통제 부품을 파손하고, 전투기를 손괴한 혐의로 기소되며 전세계에 평화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영국법원은 그러나 핵잠수함과 전투기를 파손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보수언론에서 강정마을에서 평화를 지지려는 활동가들에게  ‘외부세력’, ‘전문시위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비추어 보면 앤지 젤터는 ‘국제 전문시위꾼’이다. 

실제로 그는 세계 10여개 나라에서 평화활동을 위해 100여차례 이상 체포되고, 연행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말레이시아에선 출국명령도 받았다.

그는 구럼비 폭파가 시작된 8일과 12일 구럼비 바위로 들어가 해군기지 저지 투쟁에 참여하다 경찰에 연행됐고, 그리고 한국에서 출국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군사기지 반대 시위 참여에 대한 그의 뜻은 여전하다. 그는  “나는 첫째가 세계 시민이고, 두번째가 한 국가의 시민이다. 한 나라의 개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은 연결돼 있고, 그 투쟁을 알면 참여한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해군기지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해 그는 “한국정부는 매우 무감각한 정부”라고 일침을 날렸다.

앤지 젤터는  “한국 정부는 제주도의 문제를 무시하고 제주도에 폭력경찰을 파견하며, 많은 경찰들이 강정에 상주하게 했다. 경찰 공권력으로 제주도민들의 권리는 이미 박탈됐다. 도민들의 인권은 유린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 앤지 젤터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한국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체포됐을 때 경찰은 이미 나를 범죄자 취급했다. 재판도 없이 범죄자로 취급했다. 만약 법치주의나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나라였다면 법정에서 범죄 혐의를 다퉈야 한다.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도 앤지 젤터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강정포구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막고 있다. 구럼비도 들어갈 수 있는데  하지만 카약도 막고, 빼앗아간다. 차량도 몰수 한다. 모두 법 위반이다. 경찰도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 카약을 빼앗아가는 것은 절도행위”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평화는 무엇일까? 그는 "단순히 전쟁없는 세상이 평화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빈부 격차가 심한 것도 평화가 아니고, 자원이 잘 배분되지 않아도 평화가 아니며, 지속가능성이 없는 사회도 평화가 아니다. 비폭력적으로 서로 기대고 살아갈 수 있는 게 평화다. 그래서 평화는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비록 출국명령을 받아 영국으로 돌아가지만 영국 주한대사관 앞에서 제주해군기지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반전평화 운동을 벌여온 그는 영국의 평화운동가 매어리드 매과이어(68ㆍMairead Maguire)의 추천으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다.

- 강정마을 소식은 어떻게 알게 됐나
"영국의 평화운동단체에서 강정의 저항 소식을 들었다. 강정은 현재 군사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매우 유명하다. 나는 영국에서 평화와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평화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정에 오게 됐다. 한달동안 강정에 머물렀다."

- 강정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정마을 주민들은 매우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이어서 놀라웠다. 이 마을을 왔을 때, 나는 왜 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싸움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강정은 너무 아름답고 구럼비는 마을주민들에게 너무나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민들이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이 싸움을 계속해야만 했던 것이 너무나 슬프다. 주민들은 많이 지쳐 있었고, 많은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비폭력적인 저항을 매우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군대는 분명 이 마을을, 세계 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 마을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한국정부는 매우 무감각한 정부이다. 왜냐하면 마치 1948년 4.3사건 때와도 같이, 중앙정부와 제주도정 사이에 협의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주도의 문제를 무시하고 제주도에 폭력경찰을 파견하며, 많은 경찰들이 이곳에 상주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제주도민들의 권리는 이미 박탈되었다. 도민들의 인권은 유린 되고  있다. 해군과 용역들은 구럼비로 가는 보트를 막고 카약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구럼비 바위는 신성하다. 그러나 해군과 용역들은 마을주민들이 그 바위로 가지 못하게 막는다. 농로도 차단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남한에 상주해왔다. 미군들은 이곳에서 매우 가혹하고 문제적이다. 나는 남한에 평화를 만드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다. 미국은 점점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적 성장을 통제하는데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제주가 미국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한 안보는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진정한 안보는 일어난 문제의 원일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갈등상황을 보면,우리는 강력한 국가들과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자원들을 움켜쥐고 있는지 않 수 있다.  아프리카를 둘러싼 현재의 갈등은 바로 이것을 반증한다. 미군과 나토군은 아프리카, 그리고 중국의 자원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매우 낡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입이 원하는 것만을 여전히 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정부가 그런 방식으로 하기를 원한다. 세계 시민들은 현재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장해야만 한다. 이 지구는 점점 생태계가 파괴되고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바꾸기 위한 세계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군수산업이나 군대가 아니다. 그들은 더 많은 죽음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한다. 나는 한국정부가 제주의 민주주의에 진정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제주도정이 그런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압박해야 한다."

▲ 지난 7일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에 들어갔던 앤지 젤터. 앤지 젤터는 구럼비를 막고 카약과 자동차를 아무런 근거 없이 빼앗는 경찰도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세계의 연대 움직임은 있나
"이미 진행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지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 앞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작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더 크게 조직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위를 조직할 예정이다."

- 경찰에 체포 당시 상황은 어땠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체포를 각오했다. 하지만 경찰에 체포됐을 때 경찰은 이미 나를 범죄자 취급했다. 재판도 없이 경찰에서 범죄자로 취급했다. 만약 법치주의나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나라였다면 법정에서 범죄 혐의를 다퉈야 한다.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 출국 명령을 받아 21일 출국한다. 내가 출국하게 되면 법정에서 무죄를 증명할 수 없게 된다. 안타깝다."

-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첫째가 세계 시민이고, 두번째가 한 국가의 시민이다. 한 나라의 개인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은 연결돼 있다. 그 투쟁을  알면 참여한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 얼마나 많이 체포됐나
"100회 이상이다. 정확한 숫자는 셀 수 없다. 한국에서 두번 연행됐는데 이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 재판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연행된 것은 포함할 수 없다."

▲ 앤지 젤터는 영국에 돌아가서도 강정마을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연대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출국명령을 받았나
"이스라엘과 말레이시아. 아! 한국까지 3곳이다."

- 잠수함과 항공기를 파괴했다는데. 
"핵잠수함 전체를 파괴한 것은 아니다. 1999년 핵잠수함 통제기계를 파손했다. 또 동티모르를 공격하려는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전투기를 부분 파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재판에서 모두 이겼다. 핵무기와 독재자를 대해 더 큰 악을 막기 위해서 행동한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

- 한국 공권력의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강정포구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 있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막고 있다. 포구는 오픈된 공간이고, 구럼비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카약도 막고, 빼앗아간다. 차량도 몰수 한다. 모두 법 위반이다. 경찰도 재판에 회부돼야 한다. 카약을 빼앗아가는 것은 절도행위다. 경찰이 주민을 탄압하는 데 한번도 재판에 회부된 적이 없다. 지방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제기해야 한다. "

- 당신이 생각하는 평화는 무엇인가?
"평화는 전쟁이 없는 사회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자원이 잘 분배되고 비폭력적이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게 평화다. 예를 들면 빈부 격차가 심한 것도 평화가 아니다. 자원이 잘 배분되지 않아도 평화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도 평화가 아니다. 서로 기대고 살아갈 수 있는 게 평화다. 그래서 평화는 복잡하고 어렵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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