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동 주상절리. 약 25만 년 전에 녹하지악에서 분출된 용암이 이 일대에서 냉각될 때 형성된 것이다.
바위 기둥의 크기와 절리면의 모양이 다양하다.
파도의 침식을 받아 기둥이 해수면 높이까지 깎여나간 구간도 있다.  낚시꾼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대포동 주상절리의 일반적 구조(안내표지에서 촬영)
주상절리가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안내표지에서 촬영)
함께 따라나선 아들 우진이. 검은 바위들이 연출하는 다양한 문양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장태욱의 지질기행> 용암 반죽을 굽고 파도로 다듬은 거작 '주상절리'
▲ 대포동 주상절리. 약 25만 년 전에 녹하지악에서 분출된 용암이 이 일대에서 냉각될 때 형성된 것이다.

서귀포시 대포동과 중문동이 만나는 해안에 '지삿개'라 부르는 조그만 포구가 있다. 1950년 이전에 이 마을 사람들은 지삿개를 테우 메어두는 장소로 사용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해산물 채취를 마치고 돌아와서 불을 쬐는 '불턱'으로 사용되었다.

최근에 이 일대에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곳 해안에 늘어선 가파른 주상절리 절벽이 그 빼어난 절경과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다.

바람이 부는 날, 아들 우진이와 주상절리를 찾았다. 주상절리 인근에 산책로를 따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해안으로 직접 들어설 수 없고, 탐방로에서만 볼수 있게 되어있다. 자연이 만든 오묘한 문양을 손으로 만져볼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자연의 거작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 함께 따라나선 아들 우진이. 검은 바위들이 연출하는 다양한 문양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주상절리는 다각형의 돌기둥이 겹겹이 솟아있거나 부러진 채로 남아있는 구조를 이른다. 지삿개 주상절리는 현무암질 용암이 고체로 굳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어 수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높이 수 십 미터의 사각기둥·오각기둥·육각기둥이 겹겹이 포개진 구조를 하고 있는데, 검은 현무암 기둥에 푸른 파도가 부딪쳐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이 보는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대자연은 용암을 반죽해서 구운 후에 문양을 감춰뒀고, 다시 세월과 파도를 이용해 깎고 다듬는 과정에서 조금씩 그 비밀스런 문양을 세상에 드러냈다. 거장의 솜씨에 입을 다듬지 못할 지경이다.

이 해안의 현무암은 대부분 녹하지악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녹하지악 휘석현무암'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 일대의 현무암이 지니는 독특한 특징에 근거하여 '대포동현무암'으로 부른다. 이 현무암은 성천포에서 월평동에 이르는 약 3.5km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상절리를 이루는 구간은 그중에 약 2km 정도에 이른다.

 

▲ 바위 기둥의 크기와 절리면의 모양이 다양하다.

주상절리는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냉각되어 온도 1065~900℃에 이르면 수축이 진행되는데, 이때는 용암덩어리에 수축의 핵이 되는 점들이 골고루 분포하게 된다. 수축은 그 핵을 중심으로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직방향으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때, 용암의 아랫부분에서는 위를 향해 균열이 진행되고, 윗부분에서는 아래로 균열이 진행되다가 서로 만난다. 기둥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용암의 온도와 두께, 냉각속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용암이 빨리 식을수록 기둥의 두께는 가늘고, 절리면에 나타나는 띠구조 간격은 좁아진다.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주상절리가 상부기둥열(Upper colonnade), 기둥 얽힘부(entablature), 하부기둥열(lower colonnade) 등이 나타나는데, 지삿개 주상절리에서는 기둥얽힘부는 잘 타나나지 않고, 상부기둥열이 가장 뚜렷하게 관찰된다.

 

▲ 주상절리가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안내표지에서 촬영)

▲ 대포동 주상절리의 일반적 구조(안내표지에서 촬영)

 

주상절리의 절리면은 마치 축구공의 표면과 같이 다각형의 면들이 덮고 있는데, 이중에서도 육각형, 오각형, 칠각형 순으로 우세하고, 팔각형이나 사각형도 드물게 관찰된다. 그리고 이들 다각기둥의 최대 직경은 기둥에 따라서 190~205cm에 이른다. 

녹하지악이 분출될 당시는 빙하기로서 동아시아의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기이다. 25만 년 전에 용암이 냉각 수축되어 주상절리를 형성하였고, 1만 년 전쯤 해수면이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자 파도의 침식을 받아 절벽의 구조를 띠게 된 것으로 보인다.

주상절리가 파도의 침식을 받은 정도에 따라 주상절리의 높이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침식이 심한 경우는 해수면 높이까지 깎여나가기도 했고, 침식을 거의 받지 않은 경우는 주상절리 원형이 그대로 보전되었다. 또 절리의 중간부분만 차별적으로 침식을 받아 버섯바위처럼 허리가 잘록하게 된 곳도 있다.

 

▲ 파도의 침식을 받아 기둥이 해수면 높이까지 깎여나간 구간도 있다. 낚시꾼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주상절리 기둥의 상부가 침식을 받아 깎여나간 경우에, 기둥의 상부에 해당하는 절리면에 가운데가 볼록한 모양이 관찰된다. 마치 중절모자와 같은 모양의 구조인데, 이는 주상절리 기둥의 가장자리보다 중심부가 더 단단해서 파도의 침식을 잘 견딘 결과로 보인다. 

주상절리를 관찰하고 나오는데, 큰 소라 모양의 인공 전시물이 눈에 띄었다. 소라의 안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인데, 많은 관광객들이 소라의 안으로 들어가서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도 부자가 나란히 촬영을 하고 나오는 데, 길거리에서 기념품과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의 소리가 중국 관광객들 떠드는 소리와 뒤섞여 온통 요란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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