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성장 견인했던 '중국' 고통 삼켜야 하는 현실

보시라이(薄熙來)는 충칭(重慶)시 당서기로 부임하며 조직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3년 사이에 2000명을 체포하고 13명을 즉결 사형에 처했고 농촌에서 이주한 도시 무주택자의 거주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며 농민들에게도 도시노동자와 같은 의료보험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어릴 때의 행적은 출세 지향적인 그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의 아버지 보이보(薄一波)는 중국혁명 1세대 원로지만 문화혁명기에는 반동분자로 몰려 홍위병들에게 두들겨 맞았는데 이 때 17세의 보시라이는 홍위병에 가담하여 아버지의 가슴을 발로 밟아 늑골을 부러뜨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오늘날 그의 아들 보구아구아는 영국에서 명문 고등학교(해로우)와 대학교(옥스포드)를 나오고 미국 하버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초호화 스포츠카 페라리를 몰고 다니는 사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두 번째 부인 구카이라이는 그 자신도 명문 집안 딸인 데다 남편의 후광을 입어 베이징에서 카이라이 법률사무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의 중앙 기율위원회의 초기 조사 결과가 당 내부에 보고되었는데 그가 자기 가족에 대한 공안국의 수사에 개입하여 압력을 행사했음이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그의 심복이었던 공안국장 왕리쥔이 이를 항의하다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국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구하는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금년 가을 중국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상무위원으로 낙점이 확실시되던 그를 숙청하기에는 이런 혐의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중국의 최고권력은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의 1인 독재를 부정하면서 출발했다. 그 권력의 기저에는 대약진운동(무리한 철강생산을 할당하여 최소 1800만명의 아사자를 낳았음)과 문화대혁명(홍위병의 난동과 전 지식인의 일괄 숙청)이 저지른 엄청난 실책은 오직 절대적 카리스마를 지닌 1인 때문에 가능했었다는 역사적 반성이 자리하고 있다.

홍위병 전력의 보시라이

1인 독재를 대체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9인 정치국상무위원회로서 이들은 집단적 지혜의 힘을 믿으며 의사결정에 있어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덩샤오핑 본인은 물론 그를 계승한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의 면면은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

보시라이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되려는 노력을 공산당 내부에서 펼치려 하지 않고 그 대신 민심을 얻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현 중국 권력이 터부로 삼는 일, 즉 한 사람이 민중의 힘을 등에 업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깨뜨렸다.

그러나 권력 교체를 진행 중에 있던 신구 권력이 함께 이와 같은 보시라이의 행보를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비판해야 했던 진짜 이유는 앞으로 중국이 당면하고 헤쳐나가야 할 사회 계층간의 갈등과 대중적 불만이 적지 않음을 이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상황들에 중구난방으로 대처하다가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인은 유독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부자 부(富)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7년 동안 평균 11%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이어왔고 한번도 예외 없이 경제성장 목표를 8%로 잡아왔다. 그런데 금년은 성장률 목표를 7.5%로 잡았다.

거기에는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 왔던 지난 30년 간의 성장 모델을 내수의존형 모델로 수정하겠다는 의지와 그에 따라 저성장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가 숨어 있다. 저성장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투자수요 중에서도 주택건설은 중국 GDP 성장의 13%를 기여해 왔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부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되었다. 주택정책에 관한 한 관련 모든 당사자들이 불만으로 가득하다.

저성장 시대 준비하는 중국

주택가격이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불만은 당연하고, 규제완화를 하지 않으니 건설업자들도 불만이다. 토지를 가지고 있는 지방정부들도 땅값-실제로는 70년 조차(租借)권-이 오르지 않으니 덩달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의 중앙 권력집단은 시간을 두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때까지는 조급하게 민중의 불만에 불을 붙이는 자들을 철저하게 억누를 수밖에 없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세계에서 중국경제의 크기는 10%지만 중국의 세계경제 성장기여도는 40%에 달해왔다. 국제사회는 앞으로도 그런 견인차 역할을 중국에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중국의 현실은 자기의 숙제를 풀기에도 어깨가 무거울 지경이다. /김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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