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64주기] 한겨레 허호준 기자 "토벌대, 사투리 쓰는 제주도민 이민족으로 인식"

▲ 한겨레 신문 허호준 기자가 '제주4.3시기 토벌대의 제주도민 인식과 대량학살 논리'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4.3당시 토벌대들이 제주에서 대량학살을 행했던 것은 이들이 제주를‘적지(敵地)’로, 제주도민을 ‘이민족’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가 29일 연 4·3 64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에서 한겨레 신문 허호준 기자가 제주 4·3시기 토벌대의 제주도민에 대한 인식과 대량학살의 논리를 풀어헤쳤다.

허 기자는 "제주4.3사건을 대유격전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당시의 군부대의 초토화전략을 대게릴라전이라는 시각에서 대게릴라전과 초토화전략에서 대량학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며 말머리를 열었다.

제주대에서 첫 4·3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한 허 기자는 특별취재반으로 다랑쉬굴 유해 발굴 당시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굴 속에서 두려움 보다는 4.3의 비극을 똑바로 인식하게 됐다. 거기서부터 4.3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허 기자는 “제주4.3의 비극성은 엄청난 인명피해에 있다. 그리고 인명피해의 당사자는 다랑쉬굴 속 희생자들처럼 대부분 비무장 민간인이라는데 있다. “4.3은 제주의 공동체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9살 어린이에서부터 50대에 이르는 부녀자까지 비무장 민간인이었다는 측면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도 없었던 대량학살이 어떤 이유로 제주도에서 일어나게 됐는지, 또한 이러한 대량학살을 가져온 토벌대의 제주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인식은 어땠는지 짚었다. 대량학살을 촉발시킨 내적인 원인을 살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에 부임한 군인들의 눈에 비친 제주도는 유배지였다. 1947년 4월 제9연대장으로 부임한 이치업은 “경비대 장교들이 근무를 꺼리는 유배지와 같은 모습 그대로였다”고 회고록에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당시 경비대 장교과 서북청년회 단원들은 제주를 가리켜 ‘공산당 소굴’, ‘용납할 수 없는 난장판’ 등으로 표현했다. 특히 오랜 세월 혈연과 지연의 유대 속에서 살아온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외지인일 수밖에 없었던 서북청년단은 제주도를 '정복'의 대상으로 봤다.

이들 토벌대가 제주에서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의사소통’이었다. 이들은 제주도 방언을 이해하지 못했고, 생활습관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생활수준이 낮은 제주사람들을 이민족 또는 열등민족으로 인식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 기자는 “사람을 보면 전부 공비 같아 보였고 누가 공비가 아닌지 몰랐다. 제주도 사투리로 말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어 일본말로 소통했다. 심지어 다른 병사는 제주도 사투리를 통역해주는 통역관도 있었다고 할 정도다. 이들이 일본어로 소통한 것은 제주사람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이민족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은 곧 제주사람을 비인간화 하는 기제로 작용했고 대량학살의 촉발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1948년 초토화작전 시기 제9연대 대장이었던 송요찬이 미군에게 제공한 수기를 근거로 대게릴라전과 대량학살을 설명했다. “송요찬은 인민과 게릴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에 비유하면서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거나 독약을 풀어 넣어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토벌대의 초토화는 ‘씨말리기’와 다름 없었고, 토벌대가 지나간 땅은 황량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4.3시기 토벌대 지휘관들은 4.3 무장봉기를 게릴라전으로 인식했고 이에 따라 대게릴라전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토벌대는 제주도를 유배지나 적지, 미개한 지역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인식이 곧 제주도에서 대량학살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허 기자는 4·3취재반과 합동조사에 동행했던 채정옥씨와 그 당시 토벌 작전 참가했던 분들 진술을 토대로 1948년 12월 18일 다랑쉬굴에서 단 하루동안 행해졌던 무참한 학살현장을 재구성해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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