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준 "의료산업화는 돈벌이를 위해 도민만 희생될 것"

의료산업화 전략을 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계획안이 제주도민의 이해와 정서를 무시한 채 중앙정부의 의지만 일방적으로 반영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주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다.

또한, 의료산업화는 제주도민의 이해와 무관할 뿐 아니라 민간보험사와 일부 재벌병원, 그리고 극소수 부유층만을 위해 대다수 도민을 희생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의료는 산업화의 논리로 운영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이다. 효율성의 논리로 부자와 빈자에게 제공되는 치료의 양과 질이 달라지는 것이 용인될 수 없으며, 누구나 필요한 사람에게 적기에 적절한 질과 양으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공공재인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나라들은 의료산업화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을 정도로 국가나 지방정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거나 비영리기관을 통해 공공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 공공의료 20%-싱가포르 80%, 애당초 비교대상이 아니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료산업화 전략은 기본부터 잘못된 계획이다. 또한 관광산업이 발전한 대부분의 국가를 보면 의료의 공공인프라가 매우 강하다는 공통적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다. 의료산업화의 전진 기지라고 소개한 싱가포르조차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공공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구체적인 영리병원 도입 계획안을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병원은 영리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영리추구 경향이 크다. 80% 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일 정도로 공공 부문이 취약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상당수 민간병원이 영리병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지만 일반 사기업과 달리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병원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영리추구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비영리법인 형태의 민간병원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자산이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경우 언제든지 공공적 역할의 수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기업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될 경우 의료 부문은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 조례로 제한불구 결국 전면적인 영리법인 허용으로 변질

제주도청은 영리법인의 인정이 모든 병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조례를 통해 일부 전문병원에 국한될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언제든지 조례는 개정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도내 민간의료기관의 역차별 논리로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영리법인 허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은 영리병원이 도내에서 설립될 경우 그 대상은 당연히 도내 부유층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 과정에서 도내 민간의료기관은 수요가 줄어들게 되어 두 가지 길을 강요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하나는 행위량을 늘려서 수입을 늘리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현 병원을 폐업하고 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길이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의료비는 상승하고 도민의 의료비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도청은 영리병원의 주요 대상이 미용성형 등의 목적으로 온 일부 관광객이기 때문에 도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의료에 대해 한참 모르는 주장일 뿐이다.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려면 기본적으로 20-30만 명 이상의 배후 인구를 갖고 있어야 가능한 규모다. 이러한 규모의 병원을 성형미용 등 극히 특수한 경우로 메울 수 있고,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주장이다. 그러한 목적이라면 소규모의 성형클리닉이면 충분하고 별도의 제도를 바꿀 필요조차 없다.

# 외국병원의 목적은 국내 부유층을 겨냥한 돈벌이

이미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확인하였듯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지 않으면 외국계 병원은 전혀 진출할 의사가 없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한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에 진출할 외국계병원 역시 주요 마케팅 대상은 제주도와 일부 수도권의 부유층일 수밖에 없다. 결국 영리병원은 호텔식 고급서비스를 통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의료이용에 있어서 계층 간 격차 증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타 의료기관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보건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비싼 건강보험료를 내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부유층이 건강보험에서 이탈하고 민간의료보험으로 넘어가려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 부유층은 건강보험에서 이탈, 서민 고통만 커져

미국의 예를 보듯이 전반적인 의료비 상승이 뒤를 따르게 되고, 서민들의 고통은 커져 가게 될 것이다.
국감을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현 정부는 재벌을 위해 거의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있고, 의료 역시 풀어야 할 규제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의료산업화 추진 전략을 제주도가 앞장서서 받게 될 경우 전면적인 의료산업화의 기폭제 구실을 하는 꼴이 된다. 이는 결코 제주도민의 이해와 무관하며, 민간보험회사와 재벌병원, 그리고 일부 부유층을 위해 제주도민이 희생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영리병원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이다. [임  준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노동 건강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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