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정현 신부 추락사고후 퇴원 "강정마을로 다시 향할 것"

19일 오전 병실에 들어서자 문정현 신부가 환하게 웃었다. 종교행사 도중 해양경찰의 제지로 강정포구 구조물서 추락한지 13일만에 병원서 퇴원을 허락한 날이다.

평화의섬 천주교 연대의 오두희 사무처장과 천주교 제주교구의 고경수 신부가 문 신부의 퇴원을 위해 뛰어다녔다. 담당 주치의는 연신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문 신부는 기자를 향해 강정에 갈거라며 다시 웃었다. 문 신부의 퇴원 당일 병실을 찾은 순간 공교롭게도 추락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해양경찰 관계자가 병실을 찾아왔다.

담당 주치의까지 병실을 찾으면서 인터뷰는 다소 늦어졌다. 의사는 문 신부의 몸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를 다친 만큼 운동을 금하고 야외 활동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그 시각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정보관이 병실을 찾아 문 신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해경 관계자는 건강상태를 먼저 물었고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갔다.

▲퇴원을 앞둔 문정현 신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문 신부는 이날 해경 관계자에게 "내가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문정현 신부가 퇴원을 앞두고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분여의 대화 속에서 문 신부는 테트라포트 위에서 대치를 벌였던 젊은 순경을 걱정했다. "내가 떨어져서 다행이다. 그 친구 맘고생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 관계는 묵묵히 문 신부의 말을 듣고 "건강을 되찾아서 다행"이라는 짧은 대답을 건넸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문 신부는 창문을 넌지시 바라보며 2011년 6월을 회상했다.

지난해 6월15일 그가 강정마을에 다시 돌아온 날이다. 목적은 단 하나 평화를 위해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놔야 한다 신념때문이었다.

문 신부는 "해군기지 소식을 듣고 발길이 강정과 구럼비를 향했다. 10개월 동안 강정 생활을 하면서 속속히 해군기지 철회에 대한 정당성이 드러났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갈등과 상처가 있는 강정을 두고 떠날 수는 없다. 고향을 빼앗기는 강정주민들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 문정현 신부가 병원을 나서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문 신부는 송강호 박사 면회를 위해 곧바로 제주교도소로 향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문정현 신부가 퇴원에 앞서 허리보호를 위한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오두희 평화의섬 천주교연대 사무처장과 고병수 신부가 함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문 신부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나의 사명이고 천주교의 가르침"이라며 "강정은 나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락사고에 대해서는 "해경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앞으로 싸워야할 의무감이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추락사고로 육체적으로 내 몸은 더 아프고 힘들지만 내 마음까지는 막지 못할 것"이라며 "조금만 몸을 추스리고 다시 강정에서 해야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화가 끝난 후 문 신부는 성직자들의 부축없이 홀로 병실을 나섰다. 평화활동가의 차량에 올라탄 문 신부는 해군기지 반대활동 도중 구속수감 된 송강호 박사를 만나기위해 제주교도소로 향했다.

문 신부는 면회가 끝난후 곧바로 강정마을 자택으로 향했다. 20일 군산으로 이동한 문 신부는 몸을 추스려 다시 강정마을로 향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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