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회장,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선택 놓고 '정중동'
측근 인사 "변화가능성 많아 아직은 당선택 시기 아니"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에 이어 한나라당 책임당원 입당이 마무리되면서 정가의 시선이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 쪽으로 쏠리고 있다.

차기 도지사 예비후보 구도는 열린 우리당은 3파전, 한나라당은 2파전 양상을 띠고 있으나 현명관 회장이 정당선택을 미루면서 전체적인 역학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아 각 후보 진영마다 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차기 도지사 선거구도는 열린우리당에서는 진철훈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과 송재호 제주대 교수,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과의 3파전,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환 지사와 강상주 서귀포시장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들 5명의 예비후보는 어차피 내년 3~4월로 예상되는 당내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가 가려지게 되는 만큼 차기 도지사 후보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 당 대결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기란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현명관 회장의 거취이다.

차기 도지사 출마를 일찌감치 확정지은 현 회장은 지난 5월 이후 본인은 물론 측근들을 앞세워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정당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당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선 '사전포석'인 기간당원 또는 책임당원을 끌어 모아야 하나 현 회장은 지난 8월말 완료된 열린우리당은 물론, 9월말로 입당이 마무리된 한나라당에도 본인을 포함해 지지세력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을 입당시키지 않았다.

그동안 도내 정가에서는 현 회장이 김태환 지사와 경선에서 맞붙기 위해 지지자들을 대거 입당시키는 정공법 카드를 사용할 것이란 그럴듯한 소문이 나돌았으나 아직까지 이 같은 '소문'은 실체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과연 현 회장이 어떤 포석을 두려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명관 회장 측근은 3일 제주의 소리와 통화에서 "지금은 선거를 위한 준비를 하려는 단계일 뿐 어느 정당을 선택해야 하는 지 그 수준까지는 아직 나가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8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면서 변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큰 그림으로 봤을 땐 중앙정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또 그 변화가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제주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한 검토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예상되는 중앙정치권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측근은 그러면서도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연정이나 신당에 대해서는 솔직히 관심이 없을 뿐더러 연말까지 가시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연정과 고건 전 총리의 중부권 신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인사는 "내년 선거에 현 회장이 출마하는 것은 확실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고건 전 총리가 중심이 되는 신당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으나 설령 신당이 구체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2007년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당장 2~3개월내에 전국단위 정당모습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현 회장이 모험을 무릅쓰면서 신당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 관계자는 "제주도가 과거에는 무소속이 득세했지만 최근 들어 열린우리당이 국회 3석을 차지하는 등 정치민도가 높아지면서 정당정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 않았느냐"는 말로 무소속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 인사는 "현 회장이 정당선택을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 게 제주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결국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 당을 두고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특정 정당에 입당한다도 하더라도 과거처럼 낙하산 공천은 우리 스스로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경선을 통해 정면 돌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도내 정가에서 제기되는 각종 소문과 현 회장의 행보를 종합하면 그는 여전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정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앙정치권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치지형 변화와 제주정가에 미치는 영향이 본인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그 시점을 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당분간은 당 밖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세를 결집하는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 회장이 언제 어느 정당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특정정당 당내 경선구도는 물론 전체 선거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현 회장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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