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리층은 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이이지는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분포한다.
이 일대 지질을 설명하는 그림(성산 일출봉에서 촬영)
일출봉의 북쪽 외벽인데, 풍화의 흔적이 선명하다.
신양리층은 일출봉의 외벽이 깎여 나간후, 해안에 다시 퇴적되어 형성되었다.
신양리층 위에 다양한 생물이 자리 잡고 있다.
신양리층을 이루는 물질들. 대부분 자갈, 모래 등의 화산쇄설물이다.
신양리층 위에 고토양층이 퇴적되고, 그 위에 해빈사와 풍성사구가 형성되었다.

<장태욱의 지질기행> 11 일출봉 살을 깎아 만든 신양리층

▲ 신양리층은 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이이지는 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분포한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에 정말로 큰 비가 쏟아졌다. 곡우에 내린 비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많은 귤꽃이 세상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이처럼 많은 꽃망울을 잉태하고 출산하느라 나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며칠 비가 내리는 동안 찌들었던 몸과 마음에 새로운 충전이 필요하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찾아 신양리 해안으로 떠났다.

신양리는 성산일출봉의 남서쪽으로 돌출한 섭치코지로 유명한 마을이다. 해안 백사장이 일출봉과 섭치코지의 절경과 어우러져 연출하는 장관을 보기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 이 일대 지질을 설명하는 그림(성산 일출봉에서 촬영)

 

성산 일출봉은 원래 제주 본섬과 떨어진 화산섬이었기 때문에, 일출봉과 섭치코지는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퇴적물질들이 쌓여서 두 지형을 연결하는 다리가 형성되었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이 모래언덕을 육계사주라고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돌출되어 마치 가오리의 꼬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육계사주는 남서방향으로 뻗은 후, 신양리 해안에 연결된다. 이 일대 해안이 섭지코지 입구에 이르면 그 모양은 잘록해지는고, 그 주변은 온통 모래로 덮여있다. 백사장 위에 서면 성산일출봉의 형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에, 지나는 관광객들도 이곳에선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놓는다.

그런데, 일출봉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해안에는 관광객들이 잘 알지 못한 채로 지나치는 독특한 지층이 있다. 제주의 대부분 해안 바닥이 끝이 날카롭고 구멍이 많은 다공질 현무암으로 되어있는데 반해, 이곳의 바닥은 마치 검은 모래와 자갈을 섞어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처럼 판판하다. 학자들은 이 지층에 신양리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일출봉의 북쪽 외벽인데, 풍화의 흔적이 선명하다.

▲ 신양리층은 일출봉의 외벽이 깎여 나간후, 해안에 다시 퇴적되어 형성되었다.

 

신양리층은 일출봉 응회구로부터 섭지코지까지 연장되는 해안선을 따라 분포하는 퇴적층으로, 주로 화산쇄설물, 현무암자갈, 조개껍질조각 등으로 구성되었다. 대체로 판판한 형태를 띠면서도, 표면에는 바닷물에 의해 만들어진 물결무늬나 파식에 의해 만들어진 골, 돌개구멍 등이 흔하게 관찰된다.  

신양리층 위에는 제주의 여느 해안과 같이 수많은 생물들이 모여 식생을 형성하고 있다. 지충이, 모란갈파래, 부챗말, 청각, 톳, 바위주름 등의 식물들이 퇴적암층을 뒤덮고 있고, 고둥, 군부, 산갓조개, 배말, 말미잘 등의 동물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일출봉은 앝은 바다환경에서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응회구이다. 화산활동이 진행되는 내내 지하수와 마그마의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물기가 많은 화산쇄설물의 퇴적이 오래도록 진행되었다. 그 결과 일출봉의 경사각이 매우 커졌고, 결국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받은 일출봉의 외벽은 높은 경사각 때문에 붕괴를 거듭했다. 지금도 일출봉의 외벽에는 풍화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 신양리층을 이루는 물질들. 대부분 자갈, 모래 등의 화산쇄설물이다.

▲ 신양리층 위에 다양한 생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깎여나간 화산쇄설물은 상당량은 다시 주변 해안에 퇴적되어 신양리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신양리층은 일출봉에서 섭지코지 남단까지 연속적으로 분포하는데, 지층의 방향은 해안도로의 방향을 따라 거의 남북방향이고, 층의 두께는 보통 25~30㎝이다.

신양리층의 내부에는 다양한 유공충의 화석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학자들은 유공층의 연구를 통해 신양리층이 만들어질 당시의 환경이 얕은 바다에서 지금보다도 평균 7℃이상 온도가 높은 상태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육계사주를 포함하여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신양리층 위에 형성되었다. 신양리층 상부에는 약 1미터 두께의 고토양이 놓이고, 그 위에 해빈사(바다와 접한 백사장)와 풍성사구층(바람의 영향으로 쌓인 모래언덕)이 퇴적되었다. 풍성사구층은 주로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지역에 해빈사가 바람에 의해 이동하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구의 모래는 주로 조개껍질로 된 패사이다.  

▲ 신양리층 위에 고토양층이 퇴적되고, 그 위에 해빈사와 풍성사구가 형성되었다.

신양리, 종달리, 하도리 등 일출봉 인근 해안에는 다른 해안과 달리 두터운 모래사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모래의 대부분이 조개껍질에서 기원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때 이 일대에 조개류가 번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바닷물이 따뜻했음을 암시한다. 당시 해수의 온도가 현재보다 매우 높았던 것이, 빙하기 이후 진행된 지구의 온난화와만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일출봉을 빚어낸 마그마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장태욱
 
   
장태욱 시민기자는 1969년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했다. 서귀고등학교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에 입학해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42년 후배가 됐다.  1992년 졸업 후 항해사 생활을 참 재미나게 했다. 인도네시아 낙후된 섬에서 의사 흉내를 내며 원주민들 치료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대학교 의예과 입학해 수료했다. 의지가 박약한 탓에 의사되기는 포기했다.  그 후 입시학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씨름하다 2005년에 <오마이뉴스>와 <제주의소리>에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에 바람이 부는 망장포로 귀촌해 귤을 재배하며 지내다 갑자기 제주도 지질에 꽂혀 지질기행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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