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대학교 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한 여학생이 고건혁 대표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인디 음악’이 뭘까요?”

5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여덟 번째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의 고건혁 대표가 제주지역 젊은이들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제주의소리, 한국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JDC대학생아카데미는 제주대학교 학생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글로벌 마인드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고 대표는 “음반을 내줄 기획사나, 음반을 들어줄 사람, 즉 자본이나 대중의 간섭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인디 음악’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들어줄 것이냐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제주 출신이기도 한 고 대표는 후배들에게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하여’를 주제로 70분 간 명강연을 펼쳤다.

통통한 몸매 덕에 ‘곰사장’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고건혁 대표. 그가 이끄는 ‘붕가붕가 레코드’는 몇 해 전 툭 하고 튀어나와 전국을 달궜던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소속된 인디레이블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브로콜리 너마저’가 몸 담았었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아침, 눈뜨고코베인, 코스모스 사운드 등 인디씬을 주름잡는 밴드들이 한 울타리 식구들로 국내 최고의 인디레이블로 꼽힌다.

‘붕가붕가 레코드’. 언뜻 우스꽝스러운 이 이름은 의외의 뜻을 품고 있었다.

“‘붕가붕가’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치면 19세 성인 인증하라고 뜬다. 개나 고양이들이 봉제인형이나 사람 다리에 비비적대며 스스로 성욕을 달래는 행위다.”

그렇다고 표면적인 뜻으로만 이해해선 곤란하다. 고 대표는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우선이지만, 남에게 들려주는 것이 곧 나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즉 자긍심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디 음악의 의미이자 붕가붕가 레코드의 모토”라고 설명했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에서 나고 자란 고 대표는 어릴 적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유난했다. 게다가 한참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시절 대중 음반 시장 분위기도 그의 정서 함양에 한 몫 했다. 그 당시 음반 차트를 장악했던 마이클 잭슨을 밀어내고 너바나같은 지저분한(?) 음악이 차트 앞 순위를 꿰찼던 것. 너바나의 음악은 한 마디로 ‘너 스스로 하라(Do It Yourself)’는 정신이 배었다.

고등학생이던 고 대표는 여기서 깨달음을 얻어 알음알음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곧 좌절에 부딪혔다. “막상 밴드를 해보니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것과 기획, 홍보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깨달았다.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하듯 뮤지션도 이를 받쳐줄 존재가 필요하다. 대중음악이란 만드는 것 못지않게 대중에게 전달시키는 과정이 중요한데, 그렇다면 전달 과정 자체도 창작의 일부가 아닐까.”

비록 악기를 잡진 않더라도 음악의 끊을 놓지 않고 서울대에 진학한 고 대표는 2005년 지금의 ‘붕가붕가 레코드’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선배들이 사회에 나가 음악을 놓는 걸 보면서 내 친구들은 음악을 놓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일을 벌이고 만 것.

“교과서에서 봐왔던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을 보존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뜻 아닌가.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자신의 음악을 온전하게 표현할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딴따라질”이다.

그 때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지속’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어야 지금의 딴따라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몇 평짜리 자취방에서 컴퓨터 한 대와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서도 최선의 음악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 장기하와 얼굴들이 내 놓는 음악은 짱짱한 사운드를 자랑하지만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싸구려 커피’만 해도 통기타 반주가 전부다. 그것이 그 당시 우리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여덟 번째 강사로 나선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대학교 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한 여학생이 고건혁 대표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지금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를 선보였던 이유도 다름이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우리가 한 장씩 찍어낼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거둬들인 수익으로 다음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2010년 까지 총 9장의 앨범을, 30만장 찍어냈다”고 고 대표는 회상했다.

고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지속가능한가?’ 스스로 또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붕가붕가 레코드의 간판격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열풍을 짚었다.

“2008~9년 인디음악의 중흥기였다. 이 배경을 보면 미디어들의 역할이 컸다. 장기하와 얼굴들 본인들의 역량이 70%라면 30% 환경이다. 10대 때 인디음악을 듣고 자란 내 또래들이 각 미디어의 게이트 키퍼 위치에 올라갔다. 미디어의 간택을 받는 것처럼 KBS와 네이버, 디씨인사이드의 ‘간택’을 받아 성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염려는 여기서 다시 시작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성공을 거두자 회사 수익이 3200% 성장했다. 이들이 휴직에 들어가니 나머지 8팀의 수입이 5%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속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지에 ‘근본적’으로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또 다시 대안을 찾아 나섰다. 강연에서 고 대표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구상을 밝혔다.

현 음악 시장의 세 가지 문제점인 소비자의 수도권 집중, 창작자의 홍대 집중, 음악 수요층의 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 ‘제주’를 주목했다.

“수도권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을 비수도권으로 데리고 나가는 실력 있는 밴드들을 서울 바깥에서 볼 수 있게 하고, 홍대 뮤지션들이 바깥으로 네트워크를 틀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음악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이것 저것 섞어 복합적 콘텐츠를 내 놓으면 된다”며 “공연과 여행과 강연이 함께 하는 2박3일 제주문화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 명의 제주 출신 문화인들이 뭉쳤다. 박은석 음악평론가와 제주지역 인디레이블 부스뮤직컴퍼니의 부세현 대표, 그리고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음과 NXC와 함께 이 구상을 실현하게 된다.

“이 제주문화투어를 계기로 새로운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또한 제주 문화 생태계를 활성화 하고 싶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됐듯, 제주가 음악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 제주 출신의 문화인들이, 제주에 거주하는 문화인들과 손을 잡고, 제주 기반의 기업과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제주’가 가진 자산을 살려내고 싶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속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한 걸음 나가면 반 걸음 물러나고, 이런 식으로 나아가다보면 점차 어딘가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강연을 맺었다.<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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