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력한 대통령 후보 인식이 이정도라면...  

▲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 1일 제주발언은 제주도민 입장에서 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들 눈에서 보더라도 문제다. ⓒ 제주의소리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 1일 제주발언은 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란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혹 중앙정부, 중앙정치권이 제주, 강정, 해군기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대해 지금까지 박 위원장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지, 또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07년 제주방문 당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라며 설령 국가안보사업이라 하더라도 도민의 공감대 없이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하더라고 이는 이미 5년 전 이야기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4.11총선 정국에서 해군기지 찬성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야권을 향해 공세도 퍼부었다. 

박근혜 위원장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했다는 그 자체에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찬성과 반대 입장이 뚜렷한 해군기지 문제에 정치지도자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찬성과 반대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그걸 따지자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힌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바라보는 박근혜 위원장의 시각이다. 박 위원장 발언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해군기지가 제주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그 모델로 하와이를 들었다.

신성장동력은 뭘 말하는가. 그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먹여 살릴 먹거리 전략산업을 말한다.  대한민국 전체로 본다면 신재생에너지, 탄소저감에너지. LED응용, 그린수송시스템, 첨단그린도시, 방송통신융합산업, IT융합시스템, 로봇응용, 신소재나노융합,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문화콘텐츠SW를 말한다.

제주도도 스마트그리드, MICE, 물, 코스메틱, 의료관광, 식품바이오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신성장동력은 그 지역을 이끌 전략적 산업이다. 관련기업이 있고,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인재확보는 필수다. 관련산업의 광범위한 발전과 그 혜택이 넓게 퍼질 수 있는 산업을 신성장동력이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신성장동력으로 해군기지를 거론한건 너무나 이외다. 우리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할 정도다. 현장 취재한 기자에게 정말 그런 말 했나 묻고, 영상을 직접 확인해야 할 정도로 너무나 놀라운 발언이다.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방위산업이 거론되곤 한다. 이 때도 전투기나 헬기 전차 등 최첨단무기 생산이 첨단산업 각 분야를 망라한 고도의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양산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위산업이 아닌 군사기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해군기지가 가져다 줄 지역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건 있을 수 있지만 해군기지 자체를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하는 건 논리적 비약을 넘어 해괴하기 까지 하다. 군사기지를 제주도민의 미래 먹거리로 삼으라니,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지도자에게서 어떻게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거기에다가 해군기지를 감귤산업과 비교하는 대목에선 정말 답답해진다. 왜 제주에서 감귤산업을 성장동력을 넘어 생명산업이라고 하는지, 해군기지와 감귤산업을 비교하는 자체가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르고 한 발언인지 아리송하다. 

제주도 전체 13만가구 중 23%인 3만가구가 종사하는 게 감귤이다. 제주에서 4가구 중 한 가구가 감귤산업에 종사한다. 감귤로 벌어들이는 직접적인 조수입만도 한해 6천억원이 된다. 관련산업까지 포함한 감귤산업의 부가가치로 따지면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이걸 해군기지와 비교하다니, 찬반논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 위원장은 정말 강정 해군기지가 이 정도 먹거리가 되는 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 진다.

박 위원장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제주가 하와이처럼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하와이에 해군기지가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잘못된 인식이자 비교다. 제주와 하와이가 비교되는 건 평화의섬, 국제적 관광지에 군사기지가 들어설 수 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호주 시드니도 그런 차원에서 거론된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하와이 재정수입 중 관광이 24%, 해군기지로 인한 수익이 20%를 차지할 정도로 (해군기지가) 하와이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말하는 재정수입이 뭘 의미하는 지, 또 어떤 근거로 해군기지로 인한 수익이 20%를 차지한다고 한지는 모르겠지만 제주가 하와이처럼 가야 한다는 건 이 땅 제주섬을 군사기지로 물들이자는 것도 다름 아니다.

박 위원장 발언 후 쏟아져 나오는 반론과 하와이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등골이 오싹해 질 정도다. 미국의 50개주의 각 주별 생활비를 조사 비교한 자료(ACCRA Cost of Living Index)에 따르면 하와이는 미국 50개 중에서 식료품비, 주택비, 전기, 상하수도, 쓰레기비, 교통비, 건강보험료 등이 가장 비싼 곳이다. 한마디로 가장 살기 힘든 곳이다. 박 위원장이 이런 하와이를 제주도 모델로 삼으라고 할리는 없고, 그냥 ‘하와이 낙원의 이면’을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알면서도 그랬다면 심각한 문제다.

여기에다 2004년 의회 보고 중 방위 환경 복구 프로그램(Defense environmental restoration program)을 보면 하와이 828개 지역이 오염되었고, 749곳 오염지역이 진주만 해군 단지(Naval Complex)에 있다고 한다. 오염물질은 폴리염화비페닐(PCB), 사염화에틸렌(PERC), 비행기 연료, 디젤, 수은, 납, 방사능코발트60, 불발탄, 과연소산염, 열화우라늄 등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미 국방부에 의해 확인됐다.

미국 환경운동가들은 하와이를 제주 모델이라고 밝힌 박 위원장에게 “하와이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관광지인 진주만에서 수영해 보라고 초청하고 싶다”고 말한다. 진주만 바다가 독성으로 오염돼 이 곳에서 나온 수산물은 더 이상 안심해서 먹을 수가 없고, 그 유명한 진주조개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않다. 진주만관광이라고 하는 게 박물관이 고작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위원장은 하와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몰라도 너무 사정을 몰랐다. 그랬으니 이 말을 했을 것으로 밖에 이해가 안된다. 알고도 했다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서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제주에 온 목적은 4.11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행사 참석차였다. 4.11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그리고 그 후보들이 총선에서 제주도민과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어떻게 지키겠다는 게 나와야 했다. 신공항은 어떻게 할 건지, 4.3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한미 한중FTA로 바람 앞에 등불이 된 제주농업은 또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유력한 대통령 후보 군으로서의 비전을 내 놓아야 했다. 국민들이 제주도민들이 박 위원장에게 기대한 건 제주에 대한 비전이었다.

▲ 이재홍 편집국장
그러나 박 위원장은 생뚱맞게 해군기지를 제주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라는 말을 하니 제주사회가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박 위원장 말대로 문제는 ‘신뢰’다. 정부와 제주도, 강정주민들 사이에 신뢰가 있었다면 이 문제가 이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0명 가까운 강정주민들을 제쳐놓고 87명만 참여한 주민총회를 마을 전체의 뜻이라고 우기는 정부에게 무슨 신뢰를 보내겠는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면 그에 걸맞는 문제 인식과 해법이 있어야 한다. 몰랐다면 정말 문제다. 알면서 그랬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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