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춘천물포럼에서 비판한 하천정비사업

▲ 2005 춘천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 장면입니다. 출처는 생명운동본부입니다.

2005년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간 춘천 두산리조트에서 열린 ‘2005 춘천 물포럼’에 참석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물과 재해’라는 주제로 11개의 회의와 45개에 달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춘천물포럼은 물과 관련한 기관, 단체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하였다. 특히, 이번 물포럼에서 발표된 논문 중에는 제주지역의 하천정비사업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하나는 경남 거창의 (사)푸른산내들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유영재 총무가 발표한 ‘산지하천 정비사업의 문제’ 이고, 다른 하나는 부산의 하천연구센터 이준경 연구원이 발표한 ‘하천생명살리기를 위하여’이다.

위 두 발제문에는 하천정비(복원)사업의 문제점을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비판하여 바람직한 대안을 이끌어 내었다.

유영재 총무가 지적한 내용은 제주지역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과 아주 유사하다. 전석쌓기 등을 통한 하천직강화가 결국은 수해를 더 크게 불러일으키고, 수서생물 및 주변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 호안과 바닥에 전석을 이용하여 수해복구를 하였다. 뜨겁게 달구어진 전석사이에서 식물들은 생육이 극히 부진하여 호안에 식생대가 형성되기 어렵다. 출처는 푸른산내들.

따라서 인공적인 공사를 가능하면 자제하고, 그 비용으로 하천주변의 부지를 매입하여 하천구역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은 제주지역의 하천정비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천연구센터의 이준경 연구원은 전국의 하천공사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하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 결론은 역시나 하천부지매입이었다.

아래는 유영재 총무와 이준경 연구원의 발제문을 요약한 글이다.

산지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 요약

▲ 보에 설치된 어도가 훼손되어 그 기능을 잃었다. 이것은 하천환경에 적절치못하게 설계되었고, 불합리하게 시공되었기 때문이다. 출처는 푸른산내들.
# 그 동안의 하천정비

산지하천의 경우 하천을 따라가는 도로 건설의 용이성으로 하천변의 많은 부분이 도로화 되었고,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하천을 직강화하고 하천변 자연습지를 매립하게 되었다.

식량증산이 농촌사회의 가장 큰 ‘기능적 과제’로 부여되고, 경작지 면적이 증가하면서 농업용수의 수요가 늘고 공급면에서의 안정성이 요청되었다.

이에 따라 농촌하천은 직강화와 함께 곳곳에 댐이 설치되는가 하면, 농업용수용 보가 산간의 작은 개울에 까지 설치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나마 자연에 가까운 산지 하천도 많은 부분 이미 훼손되었다. 이제 국내에서는 자연 하천은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여겨지고, 단지 산간 계곡에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 호안의 보호를 위해 조성한 둔치가 수해를 입었다. 이는 예방시설이 오히려 수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이다. 출처는 푸른산내들.
# 인공화된 하천

그러나 2002년 루사로부터 시작하여 메기, 매미에 이르기까지 대형태풍이 연이어 휩쓸고 지나가면서 지리산과 덕유산을 끼고 있는 서북부 산악지대의 산지 하천은 심각한 수해를 입었고, 이에 따라 대규모 복구공사가 이루어지면서 그나마 자연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거나 오래전에 개수되어 자연스럽게 건강성을 회복한 하천마저도 수해에 휩쓸리거나 수해복구공사 과정에서 전면적으로 개수되어 다시금 인공화되거나, 인공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 하천정비의 결과

하천의 기능은 사라지고 농업용수의 공급처, 홍수시 통수로의 역할만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농경지를 따라 흐르는 산지 하천은 획일적으로 직강화 되었고, 심지어 하천폭은 최대한 좁힌 상태에서 통수능을 확보하기 위해 직각의 석축을 높이 쌓는 획일적 형태로 개수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자연하천에서 볼 수 있는 소와 여울은 물론이고 천변습지나 전통적인 논농사에서 농업용수의 공급원이 되었던 둠벙까지 사라지게 되었다.

연이은 태풍의 피해도 기록적인 것이었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하천공사가 이루어진 것 또한 초유의 일이어서, 사업 하나하나에 대한 검토나 다른 측면의 고려는 거의 없이 대부분의 하천공사가 진행되었고, 2005년 우기 이전에 모든 하천공사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한다.

▲ 복구된 개울이다. 반듯한 돌을 쌓아 식생이 자랄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출처는 푸른산내들.
비교적 건강했던 이 들 하천은 수해복구공사 이후에 예전의 하천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경관이 바뀌었다. 이전의 하천개수가 ‘반인공화’ 였다면, 이번 수해복구사업은 이들 하천을 거의 완전히 인공화 시켰다. 하천의 호안은 거의 대부분 전석으로 새로 쌓여졌고 하상의 큰 암석들조차 흔적 없이 사라졌다.

예전의 이곳 하천이 비록 오래전에 인간에 의해 개수된 곳이기는 하지만 얼핏 봐서는, 인간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심산의 계곡으로 여길 만큼 잘 회복되었던 곳이었다.

# 수해복구공사의 문제점

이들 하천의 수해복구공사로부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해당 하천의 어류의 서식지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하천의 전 구간에 걸쳐 공사를 했기 때문에 어류가 피난해 살아남을 곳조차 전혀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수해복구공사는 일시적인 교란에도 불구하고 어류들이 어딘가에 피난해서 살아남아 몇 해 지나면 다시 볼 수 있었던 여느 하천공사와는 전혀 다르다.

수개월 째 하천의 전 구간에 흙탕물이 흘러내리면서 돌에 붙어사는 조류가 햇빛을 보지 못해 사라지고 그나마 살아남은 수서곤충과 물고기도 먹이 감을 찾지 못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천변의 식생대를 제거함으로서 호안의 식생대로부터 하천에 공급되는 수서곤충의 먹잇감이 없어지면서 어류뿐 아니라 수서곤충의 서식환경이 파괴되었다.

▲ 복구된 개울모습이다. 호안이 급경사를 이룬다. 마치 배수구 같다. 출처는 푸른산내들.
둘째, 하천의 직강화가 더욱 강화되고 보가 너무 빈번하게 설치되었다. 큰 돌과 작은 돌들이 교차하여 하상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낙차공과 웅덩이를 없애고 인공의 보를 여러 곳에 설치하였다. 보의 설치로 인해 수서생물의 이동이 제한을 받게 되었다, 직강화는 유속을 더욱 빠르게 하여 하상경사를 줄이기 위해 보를 설치하는 것을 의미 없게 만들뿐 아니라 하류로 내려 갈수록 수해의 가능성을 높인다.

보를 새로 설치하면서 도입한 어도는 하천환경에 적절치 않은 형태로 설계되어 거의 대부분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불합리하게 시공되었다.

셋째, 인접 농경지를 매입해서 하천유역에 편입시키고 습지 등으로 만드는 것이 수해예방을 위해 더 효과적이고, 더욱 경제적인 경우에도 수해복구예산의 용도가 경직되어 있어, 수해와 복구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넷째, 토목 재료로 거의 전적으로 전석(석산폐석)을 사용하여 호안을 조성하였는데, 석재가 자연재료라 하여 하천 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하천경관이 매우 단조로워졌다. 전석으로 조성된 호안의 경우 식생이 형성되기 힘들고,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뿌리내릴 면적이 좁아서 양호한 천변 식생대가 형성되기 힘들다.

다섯째, 전석 호안의 조성과 함께 하상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평탄화 시킴으로서 하천의 경관이 단조롭고 삭막해졌고, 수서생물의 서식환경이 열악하여 종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섯째, 양호안 중 한편의 호안만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안정화된 나머지 한쪽 호안까지 복구공사를 명목으로 허물고 다시 호안을 조성하는 반환경적 공사가 빈번하다.

일곱째, 수해예방 또는 편의를 위해 설치한 하상 구조물이 오히려 홍수로 인해 파괴되어, 예방시설이 오히려 수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다.

여덟째, 마을과 인접한 소하천 또는 개울로 인한 수해의 경우, 수해의 원인을 추적하여 제거하지 않고 통수능 확보를 위해 소하천 또는 개울의 극심한 변형을 초래하였다.

특히 산지하천의 경우에는 수해를 입은 곳은 거의 예외 없이 예전에 하천부지였던 곳을 개간하거나 축을 쌓아 도로를 낸 곳이 대부분이고, 최소한 인간의 이런 개입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큰물 때문에 하천이 재물길 찾아갔다”고 하면서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면에서 긴박한 수해복구 과정에서도 환경 순응적인 하천관리 기법을 도입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해복구공사는 새로 난 물길을 허용하지 않고 성토와 호안축조를 통해 수해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데 급급하다.

비록 인공화 되었다고는 하나 수십 년 세월을 거쳐 생태적, 구조적으로 안정화된 호안이 견뎌내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 축조된 호안은 연이은 태풍과 호우로 반복된 피해를 입었다. 설사 새로 만든 호안이 홍수에 견딘다 하여도 하폭이 협소하고 직강화된 상태에서는 하류로 내려 갈수록 에너지가 급격하게 축적되어 하류에서 더 큰 피해를 입히기도 하였다.

따라서 산지하천의 수해를 복구함에 있어 하천의 선형을 수해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소극적인 ‘수해복구’ 차원에서는 자연형 하천공법은 적용성을 잃을 뿐 아니라, 하도 내 식생, 만곡 여울과 소, 기타 자연 서식처 등의 복원도 어렵고, 수해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마저도 훼손을 피하기 힘들다.

앞서 거창의 예에서 보는 것과 같이 거석쌓기로 호안을 만드는 경우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전통적인 토목재료 이상의 강도를 가지므로 홍수에 대비하여 치수의 목적은 일부 달성할 수 있겠으나, 자연재료라 하여 결코 하천생태계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석쌓기로 호안을 형성하고 바닥깔기를 하여 하상을 만드는 경우, 콘크리트와 달리 돌 사이로 틈이 있기는 하지만 바닥의 토양에서 윗면까지 거리가 멀어 식물체가 성장하기 어렵고, 뜨겁게 달구어진 돌 사이에서 생육이 극히 부진하여 호안에 식생대가 형성되기 매우 어렵다.

하상에서는 상당한 토사가 퇴적되지 않으면 식물체가 뿌리내리기 힘들고 작은 비에도 쓸러내려가기 때문에 유량이 있어도 사막화를 피할 수 없다.

# 하천정비의 대안

산지하천에서 수해는 자연하천의 형태적 특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자연하천이 홍수에 대해 가지는 유리한 점은 홍수터와 지질과 지형적 특성에 따라 형성된 만곡으로 인해 에너지가 분산되는데 있다.

자연하천의 이런 형태적 특성은 자연스럽게 여울과 소, 기타 자연 서식처를 형성하게 되고, 별도로 식생의 이식 없이도 하천과 산림 생태계의 연결을 통해 부분적으로 훼손된 경우에도 급속히 천변식생이 회복되어 인위적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산지하천에서 하천복원형 수해복구사업은 바로 수해를 통해 드러난 자연하천의 형태적 특성을 존중하여 인공적 호안의 축조와 하상의 평탄화를 자제하고 그 비용으로, 농지와 도로로 편입된 부분을 새로 난 물길을 따라 하천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이준경 연구원이 꼽은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

이 연구원은 하천정비사업에서의 문제점으로 1) 시골 자연하천을 신도시 개발을 위해 훼손, 2) 생태복원이름으로 시행된 하천정비가 계획은 좋으나,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자연하천을 훼손, 3) 따로국밥식 도시하천복원, 4) 치적행정, 전시행정으로 인공적 체육놀이 시설 난무, 과다유지관리비용, 5) 불필요한 공법적용예산낭비, 6) 소하천 복개 및 시골하천 석축옹벽사업, 7) 국가하천 도시구간 둔치정비사업이 공원시설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음 등을 들었다.

# 하천정비사업의 올바른 방향

하천정비의 올바른 방향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바람직한 하천정비사업의 방향으로 이준경 연구원은 몇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1) 물리ㆍ화학ㆍ생물ㆍ경관ㆍ이용도 등 기초적인 수변조사ㆍ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2) 하천환경사업이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사업에 대해 유지관리방안과 모니터링이 수행되어야한다.

3) 보존구간이나 자연성이 뛰어나고 도시화 되지 않은 하천에는 하천생태계의 다양한 서식공간을 위해 처음부터 저수로 법선을 설정하여 저수로 및 저수호안의 인위적 고착화를 지양해야 한다. 자유로운 사행을 유도하여 퇴적과 침식이 허용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둔치이용을 위한 인위적 복단면과 저수호안을 지양하고 자연저류 지체기능이 유지되는 공간을 조성행 한다.

4) 수변완충지대를 조성하기위해 구하천 부지, 폐천부지 등 수변매입을 통한 비점오염원 유입 저감과 에코스톤 형성이 필요하다.

5) 하안의 기울기는 완만할수록 생태적으로 유리하고 물리적으로 안정되므로 제방축조시 가능한 완경사로 조성하여 생태계 단절 최소화 해야한다.

6) 이상적인 자연형 하천의 조성은 의도적 식생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이므로 경사가 완만한 곳은 식물 도입을 하지말고, 천이를 유도하자.

7) 자연현 하천공법에서 재료는 자연자료(식물류를 이용한 공법을 우선적으로 선택)가 많은 수록 좋으며, 과다한 자연형 공법의 적용은 또 다른 인공하천 조성이므로 단순화하고 최소화 하자.

8) 시공시 유의사항 준수가 필요하다. 하천생태계를 배려하여 시공시 생물의 산란기, 번식기, 발아시기 등을 고려하고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 하는 등 저감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공사 후 복토재료는 식물의 씨와 미소곤충, 박테리아 등을 포함한 원래 표토를 임시로 보관하여 사용한다.

9) 공학, 생태학, 문화, 역사 등 학제간 전문가 및 주민, NGO 참여가 필수적이다.

# 예산배정은 이렇게

예산배정은 이렇게 마지막으로 이준경 연구원은 하천정비사업의 예산배정과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예산배정을 하지 말아야 할 하천정비사업에는 1) 유역주민과 지역 시민환경단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2) 생태복원 원칙에 위배되는 인공시설, 체육놀이시설을 하는 사업, 3) 생태보전을 위한 우선적 사업구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경우, 4) 중복사업 예산이 높은 경우, 5)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마스터플랜 등이 기수립되지 않은 경우, 6) 막연하고 구체성이 결여된 사업, 사업계획이 미흡한 경우, 7) 유지관리, 모니터링 계획이 부족한 경우, 8) 하수도 시설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하수직접유입, 월류수 등) 등을 꼽았다.

이에 비해 우선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하는 하천사업에는 1) 하천수질이 양호하거나 수질개선사업이 추진 중인 하천, 2) 하천수량 확보 가능성이 있는 하천, 3) 하천 복원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분명한 목표가 제시된 하천, 4) 폐천부지, 구하천부지 등 수변매입이 가능한 곳, 5) 개발사업 보다는 보존사업이 우선되는 사업, 6) 사업추진부서 일원화, 통합행정이 된 경우, 7) 구상단계부터 주민과 시민단체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하천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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