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강사윤 교수 '제주 의료시장 개방의 진실'
고가 의료비 도민에게 그림의 떡… 공공의료만 '붕괴'

제주도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에 담겨 있는 교육, 의료개방 정책으로 인해 제주도와 정당 및 관계 단체간의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사회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의 일관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의료개방 문제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의 도민들이 개방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접하며 도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감과 함께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현재 제주도의 의료수준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제주도의 의료시장화라는 특단적 조치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더욱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 특별자치도 의료개방조치의 핵심은 “국·내외 의료기관 유치를 위한 규제완화'로 이는 곧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의미한다.

영리병원의 투자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현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 책정을 가능하게 하여 실제로 같은 질환에서도 도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현재 진료비의 몇 배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의료비가 높아진 병원은 90% 이상의 제주도민에게는 근접조차 어려운 병원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은 상상하기조차 싫지만 계층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영리병원들의 수익구조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비영리의료기관과 대부분의 의원들에도 영향을 미쳐 불필요한 의료 창출과 의료비 상승의 도미노 현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 현행 의료보험수가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내 의료계가 역차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수가 인상과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요구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말하자면 도내 영리병원의 설립은 매우 높은 의료비로 도민들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병원으로 남게 되며 동시에 직간접적 영향으로 의료비의 앙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제주도의 전면적 의료시장화 정책은 도민의료복지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다란 해악을 가져올 것이다.

이와 같이 도민의료복지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정책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려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료개방 계획은 결국 전국적 영리법인 허용과 의료산업화 정책의 지역적 실험이라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제주도민의 이익을 위한 충분한 검토 없이 검증되지 않은 정부 정책을 도민을 대상으로 실험하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내 의료수요의 충족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해외환자 유치를 논하면서 고비용의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제주도의 의료문제는 현실적 의료수요의 구체적 분석에 근거하여 이를 담당할 공공의료부문(제주대학병원의 조기 완공, 제주 및 서귀포의료원의 전문병원화)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민간병원과의 협조하에 안정적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도민들의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의료산업화 정책의 실험적 추구는 우리 후손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갈 제주도의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내의 계층 양극화를 조장하고 기존 보건의료부문의 붕괴와 영리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제주도에 재차 강조하고 싶다.

[ 강사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신경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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