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21 자청비 여신 원형 ①

(자청비 신화 이야기에 이어 이번 글부터는 자청비 여신 원형에 대한 글입니다.)


자청비는 여성적인, 너무나 여성적인 여신 원형이다.
우선 그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담론 그대로, 시주가 모자라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나게 된 완전하지 못한 존재, 결핍된 존재다.


의미심장하고 강한 것들에 비해 늘 하찮고 방해나 되는 것으로 지적받곤 하는 ‘사랑’에,  빠지고 몰두하고 목숨도 걸 것 같은 젊은 처자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사랑만큼 그녀에게 큰 동기가 되는 것은 없다.  


자청비의 부모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태어난 아이가 딸인 것도 별로 섭섭해 하지 않을 만큼의 개방적 사고를 지녔지만, 자청비가 밖으로 나돌다가 일을 해야 하는 힘 좋은 하인 정수남을 죽여 버려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타격을 가하자 그녀를 머슴처럼 부린다.


여자인 그녀는 집에 다소곳이 앉아서 아무런 탈 없이 모두를 평안히 지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그녀에 의해 탈이 나면 안 된다.


자청비가 15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는 그녀에게 베틀을 만들어 준다(신화에서 15세는 성인으로 가는 시기다.)
이 시기에 자청비는 해당 기득권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전형적인 일들, 실을 곱게 잣고 조신한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을 배워 간다. 빨래를 하여 손이 고와졌다는 몸종의 말을 듣고 손을 곱게 하기 위해 빨래를 하러 가기도 한다.

▲ 반짇고리 (출처=부평역사박물관).

그녀는 이렇게 사회적, 생물학적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지는 것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찬사와 규정들을 경험하고 배운다. 여성에 대한 사회의 규정과 개인이 가지는 본능, 둘 모두도 그녀는 부정하지 않는다. 완전치 못한 존재로서의 출생, 성장과정에서의 여성적 교육, 외모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 무엇보다도 사랑을 중요시하는 욕구 등은 그녀가 너무나 여성적인 여신 원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계속>/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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