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한양대학교동문회장, 김만덕기념사업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양 원장은 제주 마당발로 통한다. ⓒ 제주의소리
  한 때 100만 내외 제주도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3년전부터 120만으로 수정해 이제는 공식행사에서 120만 내외 제주도민이라고 말한다. 제주도민 인구가 56만이니, 그만큼의 도민은 섬 밖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략 60만명이 서울과 부산 등 국내와 일본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그들과 힘을 합쳐야 제주가 항상 ‘우리의 한계’라고 스스로 자책하는 1%를 넘는다.

지금도 대부분 제주 섬 밖으로 나가 살 기회란 건 ‘대학진학’이 절대적이었다. 인구도 몇 안되는 제주섬, 그나마 그 중에서 공부 잘하고 재력이 받쳐주는 친구들은 서울로 ‘유학’ 가버린다. 공부와 상관없이 제주에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무작정 서울로 떠나는 친구도 있다. 이래저래 제주를 떠난 그들은 ‘사람사는 땅’이 아니라 ‘말 키우는 땅’에서 올라왔다는 이유로 괄시받고 요즘말로는 왕따 당한다. 그래도 수십년 악착같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 떠오르는 게 ‘고향’이다. 부모는 물론, 친구가 그립고 선후배만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힘없고 빽없는 제주촌놈이지만 그래도 고향분들을 만나면 힘이 솟는다.
 
서울한복판에서 힘없고 외로운 제주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지고 힘이 돼 주자고 1955년에 만든 서울제주도민회가 이제 60년이 다 되고 있다. 아직도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도민회 힘은 괄목상대할 만큼 커졌다. 국정을 움직이는 장차관과 주요 요직 인물들도 많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중견기업 오너와 대기업 CEO도 즐비하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 학계 등 전문분야에서도 이제 제주출신을 자주 본다.

이들이 새롭게 ‘제주의 힘’이 되고 있다. 고향발전을 위한 중앙정부 로비에도 이들이 나선다. 제주가 필요로 하는 인적네트워크와 전문성도 이제 도민회가 없어선 안 될 파트너가 됐다. 그 중심에 양원찬(62) 회장이 섰다. 지난 2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8대 회장단 출범식을 갖고 25만 제주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도민회장을 맡으면서 도민회에는 시작부터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동안 도민회활동에 미온적이던 이른바 ‘잘나가는 실세(?)’들이 얼굴을 보이고, 도민회 활동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양원찬 회장을 아는 이들은 ‘양원찬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정형외과 원장에 불과하지만 그의 인적 네트워크는 가히 제주를 대표한다. 국가대표 야구 탁구 유도팀 주치의로 활동하면서 6공화국 황태자였던 박철언 장관과 함께 우리나라 국가대표 탁수선구 안재형과 중국 국가대표 자오즈민 결혼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친목모임으로 꾸려져 왔던 김만덕사업회를 사단법인으로 발족시키고 서울한복 광화문광장에서 교통을 전면 통제시킨 채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행사를 성공시켰다. 여기에 서울 초중고 130만명 학생이 참여하고 KBS가 생중계 할 정도로 제주의 김만덕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만들었다.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도 진행과정에서 논란이 있기 했지만 ‘양원찬’ 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데 대부분이 인정한다. 엄청난 인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짜인 기획, 그리고 확정된 사업에 대해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지난 28일 출범식을 가진 제28대 서울제주도민회 양원찬 회장은 흩어져 있는 “25만 서울제주도민들을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제주사회에 알게 모르게 있는 ‘좀쌀근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25만 제주도민들의 역량을 하나하나씩 묶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40년전 제주사람은 놀림감...한라산에서 공차면 바다에 빠지냐?”

- 서울제주도민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제주도민이 어느 정도 되나.

“서울도민회가 만들어 진지는 약 60년이 됐다. 이제는 돌아가선 고인호 회장께서 회장을 맡으시면서 도민회를 획기적으로 키웠다. 도민회원은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제주도민만 20~25만명 정도 된다. 선배들이 많은 노력을 해 와 도민회 존재는 많이 알려졌지만 이젠 변화할 때가 됐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다. 회장선거를 놓고 재판도 하고 체육관선거도 했다. 도민회장 자리가 어떻게 보면 영광되지만 무척 부담스런 자리다. 이번처럼 혼자 추대 받은 적이 없다. 선후배 원로들이 고향을 위해 맡으라고 결국 맡았는데 이왕 맡았으니 잘하려고 한다. 고향에서 보면 서울에서 와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들보다 ‘약간 처지가 낮지 않느냐’는 잠재의식이 있다.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고향이 우리를 위해 뭘 해줄까 기대하지 않고, 우리가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관점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44년전 올라온 게 서울생활 시작이었다는 양 원장. 그도 처음에는 제주출신이란 이유로 서울에서 설움과 따올림을 당했다. ⓒ 제주의소리
- 양 회장께서는 고향을 떠난 지 얼마나 됐나.

“고등학교(제주제일고)를 마치고 대학에 합격해서 67년 말에 올라왔다. 44년이 됐다.”

- 그 당시 제주에 대한 기억은 어땠다. 상당히 힘들었던 시절이었을 텐데. 

“제주시 동문로터리에 주변에 살았다. 그 때 서울이란 데를 처음 왔다. 통금이 있을 땐데 배타고 기차타고 24시간만인 밤11시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 때부터 서울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올라왔을 때 제주출신 학생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서울사람들이 우습게 봤다. ‘공차면 바다에 빠지냐’고 놀리고, 나도 의과대학에 다녔지만 서울 유수의 고교 출신들에게 설움과 왕따도 많이 당했다.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 분명한 건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44년동안 환자를 치료하거나 언제 누구를 만나든지 제주사람임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건물 앞에도 돌하르방을 갖다 놨다. 저를 아는 사람은 양원찬하면 제주도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랜드마크가 돼 있다.”

- 가난한 제주출신 대학생 설움이 느껴진다. 44년이 지나 나름 서울에서는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지금 고향은 어떻게 변했다. 

“양적 팽창은 정말 많이 됐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건 제주가 인구나 정치적으로나 1% 밖에 안된다. 잘 화합해서 10% 정치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제주 전체를 위한 일이라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거짓말 않고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게 내 인생철학이자 삶의 무기”

- 예전 어느 언론은 ‘서울은 양원찬으로 통한다’고 쓸 정도로 양 회장의 인적네트워크는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1% 제주가 가장 취약하고 시급한데 우리의 인적네트워크를 넓히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인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 

“비결은 따로 없다. 분명한 인생철학은 하나 있다. 저는 지금까지 일생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해 본적이 없다. 공익이 아닌 일에 개인적 욕심을 부리거나 사사로이 관여해 본 적이 없다. 제주도에 가더라도 도지사를 알아도 인사부탁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억울하고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은 도와준다는 게 내 신조다. 누굴 만나더라도 ‘공익적으로 좋은 일 하시네요 도와주겠습니다.’라고 한다.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 주는 게 가장 큰 혜택이고 무기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 욕도 하고 쓴 소리도 자주한다.”

- 때론 욕쟁이 선배로 불리기도 한다.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기 때문에 때론 오해하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애정의 표현이다. 후배들을 잘 되도록 지도해주는 것이다. 그 정도 욕하는 건 후배들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내 스스로가 사탕발림은 안한다. 그러다보니 처음 만난사람은 건방지다고 오해 할 수도 있다.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대학 동문회장은 매우 어려운 자리다. 의사가 총장을 한 적은 있지만 동문회장을 한 적이 없다. 한양대도 그동안 재벌이 주로 해왔다. 젊어서부터 수십년동안 부회장을 맡아 일하면서 바르고 정직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동문들 많은 원로들이 ‘이젠 시대에 맞춰 변화를 주자’며 나를 만장일치로 동문회장에 추대해 줬다. 아무리 높은 사람 장관 총리 대통령을 만나도 정의로운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피하지 않는다. 그들이 듣기 싫어해도 꼭 한다. 정 듣기 싫어하면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내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 공익이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인 게 김만덕기념사업회다. 양 회장께서 기념사업회를 조직하고 대표를 맡으면서 김만덕 정신을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넓히는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가 도민회장에다 김만덕 대표까지 맡으니 혹자는 ‘굉장히 감투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9년 전 김만덕사업회는 여성들의 친목모임이었다. 그 분들이 이걸 법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서 서울에 계신 유지들과 함께 법인을 만들고 2억원도 모금해 드리면서 제주에서도 임원도 맡아 해보시라고 했는데 조금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5년전 제주에서 ‘천섬쌓기’를 했다. 내가 한 일이지만 그 때 감동을 먹었고 몇 년 안에 서울에서 ‘만섬쌓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를 했다. 서울시내 초중고등학생 130만명이 참여했고 KBS를 비롯한 중앙언론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줘 성공했다. 그 때 모은 돈으로 베트남에 김만덕 학교 2개를 짓고 있다.”

- 서울 한복판 광화문을 ‘제주’란 이름을 내걸고 교통통제까지 하면서 행사를 했다. 아마 전무후무한 일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올해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번 만섬쌓기 할 때 서울시에서 받은 보조금 중 7천만원을 돌려줬다. 보조금을 돌려주는 단체가 어디 있느냐 서울시도 놀란다. ‘회의도 않고 식사도 않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회의나 식사비는 전부 우리 돈으로 낸다고 했더니 정말 깜짝 놀란다. 심지어는 베트남 학교 건립위해 출장 갈 때도 전부 자기 돈으로 간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당시 우리 기념사업회에 대해 감동을 느겼다.. 10월중 세계빈곤퇴치의날 기념해서 서울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서 여는 것을 계획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과도 협의를 진행중이다.”

▲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2009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를 성공기에 마친 그는 올해도 만섬쌓기를 준비 중이다. 그는 제주에 들어설 김만덕 기념관이 김만덕 할머니처럼 기부와 봉사를 펼치는 세계적인 인물들을 모시는 기념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제주의소리
  “올해도 서울서 김만덕 만섬쌓기 할 것...금강산에 만덕학교 짓는 바람”

- 올해는 어떤 것을 준비 중인가.

“개인적 욕심 같아선 올해 성공하면 김만덕 할머니가 정조 임금에게 포상을 받아 금강산 구경을 했는데 할머니가 갔다 온 금강산에 만덕학교를 지었으면 한다. 또 올해는 김만덕 기념관도 짓는데 우리가 모금한 5억원을 내 놓을 계획이다. 제주의소리에서도 아름다운마라톤 기부금 기천만원을 기부했는데 그런 걸 다 적립해서 5억원을 모았다.”

- 김만덕 기념관 건립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어떤 콘텐츠를 담느냐가 중요하다. 김만덕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념관이 됐으면 하는데.

“김만덕을 필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전 세계에 김만덕과 같이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았던 위인들을 소개하는 기념관이 제주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오면 ‘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분이 계시구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끔...저는 7대 자연경관 하기 전부터 ‘풍광이 아름다운 좋은 제주도, 그 속에 사는 사람은 더 아름답다 김만덕을 보라!’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었다. 김만덕기념사업회는 유엔과도 세계 빈곤퇴치 프그로램으로 파트너십을 갖는 것을 협의 중에 있다. 우리 도민들이 보면 한편으론 섭섭할 수 있지만 이제 김만덕을 제주에 묶어놓지 말아야 한다. 김만덕을 세계에 알림으로서 제주를, 제주사람을 알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우리가 물질적으론 잘 살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하다. 가진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김만덕 정신이 이런 부족함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김만덕 정신은 세계 어는 곳에서도 통할 수 있다. 그가 공부를 했나 부모를 잘 만났냐. 그게 아니다. 이 시대 재벌들이나 가진자 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정신이다. 재벌들은 세금낸다고 하는 데 그건 가장 기초적인 거다. 사회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그럼 가진자들이 없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도네이션(donation) 해서 양극화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세금 내더라도 많이 남지 않느냐 그걸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미국의 빌 게이츠를 봐라 어떻게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세금 적게 내서 자식에게 물려줄까 고민하는데 이 잘못된 문화다. 내가 사회에서 번 돈을 어떻게 사회에 아름답게 환원할까 이런 문화로 바꿔야 한다. 김만덕은 이 정신을 묵묵히 알려준다.”

     7대경관논란 “일하다보니 접신 깨진 건 사실...재단에 돈 준 사실 없어”

- 지난해 세계7대자연경관선정을 위한 범국민회사무총장으로 일해 왔다. 제주도민과 많은 국민, 해외동포들이 참여해 7대경관에 선정됐다. 경사스런 일인데, 그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가시질 않고 있다.

“모든 일을 하다보면, 큰 잔치를 할수록 접시는 깨진다. 또 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접시도 많이 깬다. 물론 다 잘했다는 건 아니다. 사실 접시도 많이 깨졌다. 인정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범국민위를 주도했지만 접시 안 깨려고 무수히 노력했다.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긍정적으로 표현해서 도민들에게 양해 구하고 싶고, 또 문제를 삼는 분들에게 간곡히 애정 어린 부탁을 하고 싶은 건, 큰 잔치 때 접시를 깼다. 깬 것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 문제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접시를 깼지만 (7대경관 선정이) 안된 게 나으냐, 된 게 나으냐하면 그래도 된 게 낮다. 접시를 깼다는 건 솔직히 말하면 공직에서 (전화를 조직적으로) 많이 했다는 건데 그게 개인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다. 지금 전화비를 많이 쓴 게 문제된다. 재단의 공신력도 문제를 제기하는데 100% 공신력 있다고 하는 건 아니다. 공익기관으로 스위스에 등록 돼 있지만 수익사업도 한다. 비교 하자면 기네스북이나 미스유니버스 뽑을 때 그 주최가 어딘지 아는 게 없다. 기네스북은 완전 영리단체지만 홍보하려고 돈을 낸다.”

- 그래도 많은 돈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그 중심엔 전화비가 문제가 된다.

“범국민위 사무총장을 맡을 때 국내 최고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홍보 견적서를 받았는데 66억원을 달라고 하더라. 6억원만 있으면 내가 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 유명인 5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홍보대행사에 의뢰해 박지성 선수를 홍보대행사에 위촉했다면 몇 억원을 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십원 한장 안 쓰고 밥 한번 사줘 본 적 없다. 인간적으로 국가를 위해 제주를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을 뿐이다. 심지어 지난번에 7대경관 최종후보에 들어간 외국대사들을 초청했을 때 제주도청 경비 안 들였다. 자동차만 지원받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주변에 호텔비 밥값 도와달라고 받아왔다. 버나드 웨버가 왔을 때 언론에서 공적자금 썼다고 했는데 쓴 적이 없다. 제주도민 세금으로 쓰는 것 원하지 않는다. 항공료도 내 개인 돈으로 냈다. 호텔 숙박도 내 친구들이 갖고 있는 무료 숙박권을 얻어서 썼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주관련 뉴스가 제주관련 뉴스가 1만7000회나 세계 뉴스로 나갔다. 7대경관 선정 과정 캠페인으로 제주가 많이 알려지고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건 부정하지는 못한다. 만약 전화비를 제주 홍보비로 쓴다고 생각해 보라. 홍보가 되겠냐. 절대 안된다. 돈으로 되지 않는다.”

▲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았던 그는 일부에서 캠페인이 지나쳤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은 제주도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지금은 논란보다 선정효과를 어떻게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 재단에 돈을 준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잘못했다고 한다면 공무원들이 ‘우리가 꼭 돼야 한다’는 욕심이 앞선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일부에서 말하는 재단에 뭐 줬다는 건 하나도 없다. 내가 모 언론과 인터뷰 할 대 ‘재단에 돈 준 게 있으면 자살한다’고 까지 했다. 재단과 맺은 협약은 이미 전임 지사 때 사인한 게 다 있다 .비밀이 있을 수 없다. 그대로 인계받아 했다. 우리는 스위스 재단에 199불 낸 것 밖에 없다. 그 이상 아무 것도 없다.”

  “타 지역은 관광객 넘쳐 난리...제주, 7대경관 신공항건설 명분 삼아야”

- 양 회장 이야기는 접시는 비록 깨졌지만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 인만큼 이해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선정된 결과를 잘 활용하자고 한다. 어떻게 활용하자는 것인가.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하자. 7대경관에 선정 안됐지만 우리나라보다 돈을 더 쓴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은 홍보비만 공식적으로 230억 썼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우리는 후회 없다. 사해를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에 230억 써서 떨어져도 원이 없다’고 이스라엘 장관이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필리핀은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직접 행사를 하고, 베트남도 베트남 메인스타디움에서 정부행사로 주석 부주석이 다 나와서 했다. 하롱베이에선 지역행사에서 4만5천명이 참여했다. 흥미로운 건 7대경관에 선정된 곳 대부분이 제주보다 인프라구축이 안된 곳이다. 7대경관에 선정된 후 관광객이 몇 백% 늘어나는데 하롱베이만해도 인프라가 부족해 넘치는 관광객을 받지 못해 안달 났다. 지금 베트남 정부에서 하롱베이에 몇 천억원 투자해서 비행장 만들고 도속도로 만들겠다고 해서 난리다. 우리 제주도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돼 있다. 이때 따 먹어야 하는데 이게 안되는 게 안타깝다. 이 시기를 놓쳐선 안된다.”

- 전화논란에 묻혀 7대경관 선정을 순기능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전도민적으로 공감대를 아직은 얻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게 7대경관에 되자마자 문광부가 제주도 TF팀을 만들어 관광진흥 지원을 해 주려고 했는데 자꾸 논란이 되니 손 들어버렸다. 며칠 후 보니 남해안에 2300억 투자한다고 뉴스 나왔다. 깜짝 놀랐다. 우리가 가져와야 할 돈인데. 우리가 그렇게 해서 얻어질 게 과연 뭐냐. 7대경관선정 사실을 반납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느냐. 가만히 놔두면 두고두고 써 먹는 건데. 신공항을 만들 명분도 된다. ‘제주사람들 힘이 없어서 그렇구나 우리가 도와줘야 겠구나’란 국민적 공감대를 7대경관으로 만들 수 있다. 부산 경남은 공항 때문에 자기들 끼리 싸우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제주에 공항을 지어주자고 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해주자고 하지 않겠느냐. 이게 바로 7대경관 이용해서 효과를 누리자는 것이다.”

- 7대경관 선정을 신공항 건설 명분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이야긴데.

“제주 현안 중 제일 중요한 게 도민들 숙원인 신공항 건설하는 거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김포-제주 노선이 전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노선이라고 했다. 이 정도라면 문제가 되는거다. 제주도민과 도정이 도의회가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이 됐는데 정부에서 뭐하냐, 신공항을 정부에서 해결하라고 국민 여론을 묶어야 한다. 대국민 호소는 지금이 시점이다. 관광객이 못 온다. 도민도 못 다닌다. 불편하다. 신공항 문제 해결해 달라.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게 바로 7대경관이다. 나를 만나는 분들마다 ‘축하한다. 잘됐다. 그런데 제주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말한다. 이게 명분이다. 신공항을 푸는 방법은 대국민 홍보다. 대정부 압박은 7대경관이 무기다.”

▲ 양원찬 서울제주도민회장. 그는 25만 제주도민을 구슬로 꿰어 보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제주의소리
  “고향위해 신나게 일 할 것...아름다운 소식만 들려오길 바란다”

- 인구 1% 밖에 안되는 제주가 더 큰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도내외 제주도민이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제주에 사는 도민들과 도외 도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색함과 경계가 있다. 뭐랄까 재외도민들이 이방인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내가 비교적 고향엘 많이 다니는데 이젠 문화가 옛날과 다르다.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나는 출향인사가 제주에서 사업하거나 돈을 벌겠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그 좁은 바닥에서 도민들과 경쟁하게 된다. ‘돈 잘 벌고, 똑똑한 놈 왜 여기에 와서 내 밥그릇 빼앗으려고 하느냐’는 인식이 있다. 그걸 알아야 한다. 또 하나, 밖에서 보면 안타까운 게 있다. 지난 에이펙 총회할 때도 부산이 내정돼 있는데 제주도민은 그 때 궐기대회하고 있다. 위정자도 (부산이 내정돼 있다는)정보는 다 갖고 있다. 도민들이 원하니 ‘하는 척’ 해선 안된다. IOC총회도 다른 지역에 이미 내정돼 있는데 제주에서는 나중에 돼서야 하겠다고 돌아다닌다. 도지사가 나서는 바람에 도민들은 기대만 부풀고, 중앙정부에겐 ‘왜 우리는 안 도와주냐’는 갈등만 생긴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도민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 서울도민회장으로 임기내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구상이 있으면 밝혀 달라.
 
“도민회에 처음으로 김창희 현대건설 고문, 현천욱 변호사를 부회장에 맡겨 앞장서도록 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도민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도록 하겠다. 임기 2년동안 회칙을 개정해서 불편부당한 제도를 만들겠다. 연임은 생각 않는다. 단임으로 간다. 그래서 쓸데없는 잡음을 차단시키겠다. 명실상부 도민회가 유력 도민들이 나와서 어려운 도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도민회가 되도록 하겠다.”

- 도민들과 호흡하는 도민회, 어떤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인가. 

“쉬운 것부터 하겠다. 예를 들면 도민회원 중 서울에 대학병원이나 개원의가 300여명있다. 이들을 소개하면서 제주도민증, 명예도민증을 갖고 가면 싸게 할 수 잇도록 하겠다. 변호사도 소개하고 도민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알리겠다. 도민회보와 인터넷에 실어 실제 도민사회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서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갖도록 하겠다. 두 번째는 상공회의소와 같은 모임을 서울에 만들겠다. 제주출신 대기업 중소기업 경제인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겠다. 김창희 부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또 문화예술인들의 모임, 엔터테인먼트 미술 문학 소설을 총망라하는 모임을 만들겠다. 내 임기동안 제주인들의 구슬을 꿰겠다.”

- 마지막으로 고향에 당부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달라.

“고향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일하겠다. 명예도민증을 만든 건 정말 잘했다. 그 정도만 해 주면된다. 서울제주도민들이 제주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향에 바라는 건 우리가 열심히 일 할 테니 갈등 없이 편안하게,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아름다운 소식이었으면 좋겠다. 그것만 바란다. 제주는 선거한번 하면 전쟁터다. 아름다운 민주주의로 승화시켜야 한다. 감정까지 개입시켜선 안된다. 도민회가 고향을 돕더라도 신나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고향을 위해 도와주면 마치 위정자, 도지사 누구를 도와주는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면 할 말이 없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전해지길 바란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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