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씨 부부, 올레 19코스 동복교회 마당에 ‘올레평화공원’ 개장 화제

 

▲ 스페인 카나리아 군도 출신의 호세 디아즈 씨(69)와, 그의 아내이자 동복새생명교회의 전도사인 오경애 씨. '올레평화공원'을 마련한 주인공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쉰일곱 번째 현충일인 6일, 이색적인 평화공원이 제주에서 문을 열었다.

말이 공원이지 소박하다 못해 시골집 마당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아니면 마을 어귀 폭낭(팽나무의 제주어) 아래 모여 두런두런 쉬어가던, 흡사 마을 초입의 정자목 아래 같은 공간이다.

제주올레 제19코스가 지나는 구좌읍 동복리 동복새생명교회 앞 마당에 6일 ‘올레평화공원(OLLE PEACE PARK)’가 문을 열었다.

사실 문을 열었다고 하기 보단, 열려있던 교회 앞마당에 더 활짝 열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 제주올레 제19코스가 지나는 구좌읍 동복리 동복새생명교회 전경. 교회 입구에 ‘올레평화공원(OLLE PEACE PARK)’ 표식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제주올레 제19코스가 지나는 구좌읍 동복리 동복새생명교회 앞 마당에 6일 ‘올레평화공원(OLLE PEACE PARK)’가 문을 열었다.  6일 개장행사에 찾아온 올레꾼들이 교회에서 마련한 잔치국수로 넉넉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스페인 카나리아 군도 출신의 호세 디아즈 씨와, 그의 아내이자 동복새생명교회의 전도사인 오경애 씨가 6개월여 전부터 이 아름다운 교회의 정원을 올레꾼을 위한 쉼터로 손수 돌을 쌓고 나무를 깎아 ‘올레평화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대학에서 본래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스포츠 전문기자로 약 39년을 활동하다 은퇴한 호세 씨는 선교활동 차 스페인 카나리아에 왔다가 자신을 만나 평생 배필이 된 부인 오경애 씨와 지난 1991년 신혼여행지로 찾았던 곳이 제주도다.

그런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평화의 섬 제주에서 만난 평화의 길 ‘올레’가 너무 좋아서, 제주에 아예 눌러 살기로 했고, 강화도가 고향인 부인과 함께 올레길 옆에서 교회를 운영하며 찾아오는 올레꾼들을 만나는 것을 ‘낙(樂)’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평화의 섬 속의 평화의 길을 걷는 올레꾼들을 위해 ‘올레평화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호세 씨는 스페인 카나리아 군도의 전철을 제주도가 밟지 않길 원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1960년대 이후 외국의 대자본들이 물밀듯이 스페인 카나리아를 점령(?)하면서 세계인들이 찾는 유명관광지가 되긴 했지만, 원주민은 모두 쫓겨나고 외국자본만 남는, 대규모 외지자본 유치의 폐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 호세 씨 부부는 약 6개월 전부터 손수 돌을 나르고 나무를 깎아 ‘올레평화공원(OLLE PEACE PARK)’의  문을 열었다. 거친 돌을 나르고 쌓느라 호세 씨의 손 여기저기에 상처투성이다. 호세 씨는 그래도 즐겁단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올레평화공원(OLLE PEACE PARK)’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의 보물섬 제주도가 이런 전철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외국인인줄 알았던 호세 씨가 어느새 제주인보다 더 제주인 다운 DNA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날 올레평화공원 개장식에서 만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도 호세 씨에 대한 칭찬이 그치질 않았다.

서 이사장은 “스페인 출신의 호세 씨는 제주를 자신의 고향인 카나리아군도가 망가지기 전과 매우 닮은 곳으로 자주 말해 왔다”며 “청정한 자연이 잘 보존된 제주도가 더 이상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 많이 찾아 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빛 고운 바다를 지나, 다시 바다에서 솔 향 가득한 숲으로, 숲에서 다시 정겨운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서 만나는 ‘올레평화공원’, 올레꾼들에겐 꼭 필요한 쉼터다. 올레꾼들의 타는 목을 적시고 지친 발을 쉬어가게 할 ‘쉼팡’이 될 것이다. 그 쉼터지기 호세씨 부부를 만나는 일도 행복할 듯 하다.

한편 제주올레 19코스는 제주시 조천읍 만세동산에서 시작해 함덕·북촌·동복을 거쳐 김녕리까지 이어지는 18.8㎞의 길로, 바다와 오름, 곶자왈, 마을, 밭 등 제주 섬이 가진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코스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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