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제주 청정지하수 관리정책의 허와 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량 허용문제가 최대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에선 제주지하수를 도민 모두의 이익, 공공의 이익 또는 공공의 필요성에 입각하여 우선 사용하는 것을 전제한 ‘공수화 관리정책’을 무너뜨리는 지하수 증량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주자치도와 도의회를 향해 요구하고 있다. 또 지하수 증량조치가 단행될 경우 공수화 관리정책의 마지노선이 무너지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어떤 경우이든 제주지하수관리를 위한 미래정책의 오류를 최소화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물론 한국공항 입장에서 당초 행정당국과의 행정적 약조(約條)를 들어 도민을 향하여 읍소(泣訴)하면서 지하수증량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것 또한 어쩌면 인지상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하수 증량요청과 관련해 이윤극대화를 최상의 목표로 하고 있는 굴지의 사기업과 공익을 제일로 삼는 행정 당국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정확한 답을 얻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갑론을박 명분을 내세워 그 이유를 들이댈 것이라는 점이다. 시민단체도 그럴 것이고 사기업도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소 미덥지는 않지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하나는 도대체 제주 지하수 공수화 관리정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기업은 왜 공평하게 제주자치도의 지하수 공수화 관리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없다고 보는가 하는 문제다.   

1. 지하수관리 근본은 공공필요에 부응해 최우선 도민 사용을 보장함에 있다.

제주 지하수 공수화관리 정책은 제주자치도가 법적으로 배타적 지배가 가능하고 관리가 가능한 지하수를 일정한 관리 규범에 따라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도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용도에 따라 적의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공공의 필요성에 부응한 지하수의 사용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정책인 것이다.

여기에는 제주자치도가 필요한 경우 공적 용도외의 지하수 사용을 제한하거나 통제 또는 조정하는 권한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도의회가 지하수 관리 근거를 만들고, 행정에 의한 관리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견제적인 권한 행사를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공공의 필요성’이란 무엇인가? 법적으로는 이 ‘공공필요’라는 용어 외에도 공익, 공공복리, 공공복지, 공공이익, 공공성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이들 각 용어들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거의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이 공공필요 개념은 사익개념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공익은 법질서가 지향하거나 보호하거나 조장하는 집단적 이익 또는 직간접으로 객관적인 법질서와 관련되는 이익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도민이나 미래의 도민이 제주특별법 등에 따라 유지되는 법질서 하에서  지하수에 대한 집단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공법상의)권리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익의 실현을 금과옥조로 하는 제주자치도가 사적 이익 또는 사익의 극대화를 제일의 목표로 하는 사기업이 지하수 증량요청에 대한 허용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또 도의회가 제주자치도지사의 지하수 증량허가결정에 부수하여 그 정당성과 적법성을 부여하는 절차에서 그 본분을 다하는 것은 도민에 대한 공직자의 책무다. 

그래서 도의회가 도민의 집단적 이익으로서의 공공필요 또는 공익에 부합되는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사안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하고 필요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도민을 위한 공직의 기본자세라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제주자치도지사가 지하수 증량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공공필요성의 관점에서 신중한 결단을 하여야 할 것이고, 그 이유를 도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줘야 한다.

2. 지금 세계는 도처에서 자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지하는 바 미국은 엄청난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텍사스 유전지대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미래의 미국을 위해, 이라크인의 자유 쟁취보다 미국의 원유보급로 확보를 위해서 이라크전쟁을 불사했던 것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제1차 산업을 통한 식량무기화 등도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세계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서 지방경제정책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상항에서 제주정책당국은 제주의 모든 것을 매물로 내놓는 과단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자본가들에게 마구 특혜를 부여하여 제주 땅을 매각하려 하고 있고, 제주관광의 희소가치 증대를 위하여 제주관광 안식년이라도 마련해야 할 터에 손익계산을 하지 않고 무작정 제주관문을 여는데 열중하고 있다.

서울에서 삼다수(大) 한 병 값은 1400원이다. 1리터 2천원대 휘발유에 비교될 만큼 고가(高價)다. 이런 점에서 제주지하수는 분명히 제주의 고부가가치 부존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공기업이든 한국공항이든 지하수 증량을 통해 이익을 늘리려는 문제는 간단치 않기 때문에 쉽게 대처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기에 지방공기업은 제주도당국의 후원을 받아 신제품출시를 서둘면서 지하수 증량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급기야 기득권을 가진 사기업까지 증량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

3. 사기업 위한 지하수 증량은 공공필요성 등 엄격한 전제조건하에서 허용돼야

특정지역에서 사기업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하수를 취수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그만큼 도민들이 공적 용도로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제한받게 된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사기업이 순수한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지하수 취수를 허용 받고 있다면 관점에 따라서는 법적 문제제기도 가능해 보인다.

특히 지하수관리권을 단순한 기대이익이나 반사이익이 아니라 법적으로 배타적 지배와 관리 가능한 자연력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으로 재산적 가치 있는 권리라고 한다면 지하수 취수나 증량을 통해 자사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에 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사기업에 지하수 취수 또는 증량을 허용하는 경우 그 주체가 한국공항이든, 제주개발공사 등이든 관리당국은 취수 또는 증량 조치가 공공필요에 부합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그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기업이 취수 또는 증량 신청에 앞서 지역경제의 건전한 발전 등과 같은 명목을 내세워 공공필요성 실현에 부응하려 한다는 입장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경험에 비추어 사기업에게 지하수 증량을 허용하는 것은 그 실질에 있어서는 이윤추구를 우선적으로 독려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앞으로 제주지하수의 관리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은 관리당국의 현안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하수 취수 또는 증량을 허용하는 경우 공공필요성 충족 등과 같은 보다 엄격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말하자면 허용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 이로 인한 이해당사자간의 분란을 최소화시켜나가는 것이 국제자유도시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청정지하수는 제주도지역의 유일무이한 부존자원 중 하나이며, 미래의 도민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고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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