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도지사 공약보다 못한 빛바랜 국제자유도시 비전

제주개발 비전 실현 사업은 제주개발을 계획적으로 추진해 목표연도에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앞당기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개발행정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비전을 실현시킬 사업들이 잘 드러나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여러 문제들로 꼬여 있는 정부주도의 강정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비롯해 신공항건설사업, 7대 경관선정사업, 탐라광장조성사업, 트랩사업, 그린시티개발사업, 행정체제개편 등 국책사업과 크고 작은 선거공약 사업들만이 도민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제주자치도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명분에 입각해 차분하게 여건을 조성하고 충분한역량을 발휘하면서 시행해야 할 사업들은 도민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종합계획에 따른 제주개발비전 실현사업을 주도하기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살펴가며 국책사업에 대처하거나 공약이행사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제주비전 실현 명분에 걸 맞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공감대 형성·구축에도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제주공동체 성향은 외부로부터의 인구유출과 유입에 따라 도민성향이 변하면서 개별 현안에 대한 합의된 결론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제주개발 비전실현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처는 비전실현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제주비전 포기’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징후는 예컨대 전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정부 조치 등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정은 지방자치단체 최대현안으로 부상한 재정위기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제주비전이 도민의 기대에 반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균형행정의 모범을 보이고 도민의 지혜를 끌어 모아야 한다. 

 # 도지사 선거공약이 국제자유도시 비전보다 우선시 된다면...
 
역대 도정의 책무라면 도민이나 정부의 의중 또는 관심을 반영한 제주개발 비전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이와 연계한 선거공약 사업을 실천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제주도정이 주도하는 현안사업들은 도지사 선거공약 사업이 대부분이다.

우선 대표적으로 강정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국책사업이긴 하지만, 당시 제주도정의 생각 없는 도민무시의 행태가 얼마나 졸속한 일이고, 그 역사적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이는 권한이양에 따라 도정의 당당한 권한이 있어도 ‘호랑이 굴’ 앞에 서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제도개선 무용론’마저 나오게 한다. 아마도 전임 도정의 잘못된 권한행사로 시작된 해군기지 건설사업이지만, 조만간 상당수 도민의 의지와 이익과는 무관하게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둘째로 신공항 건설도 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용역기관이 통계수치로 치장한 수요 예측치를 제시하며 신공항건설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게 고작이다.

셋째로 세계7대 경관선정사업은 제주를 세계에 알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200억 이상 혈세를 쏟아 부었으나, 그 후 드러나는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선 제대로 치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이 주도하는 일이라면 그게 어떤 것이든 객관성과 정당성이 공익차원에서 분명하게 확보돼야 하다. 행정은 건설적인 비판의 토양에서만 ‘위민행정’의 정도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탐라광장조성사업은 그 취지여부를 떠나 어쩌면 서울 ‘청계천사업의 아류’라는 회의적 생각을 하게 한다. 관광객들에게 쉼터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면 제주관광의 트랜드(trend)를 먼저 눈여겨봐야 한다. 구도심 전체가 관광자원으로 새롭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광객들이 과연 탐라광장을 찾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구도심 대책 또한 난무(亂舞)하나 별다른 대책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 올레길 걷기, 생태체험관광, 중문 섭지코지 등의 휴식관광, 골프관광 등이 주류를 이루는 관광객취향도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트램사업은 실패한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사업을 연상케 하는 노면전차 건설 사업이다. 사업성이나 공익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했지만, 우근민 도정은 정부재정(60%)과 지방재정(40%)을 끌어들여 2천여억원 사업비로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물론 아직 확답은 하지 않고 있지만 차제에 이 사업을 아예 포기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1500억원 규모의 중문단지를 매입한다면 어떨까 한다. 얼토당토않게 개발이익 환수 운운하며 “400억 원에 매각 하려면 하라!‘는 식의 정부에 대한 우격다짐을 접고 60% 수준의 정부지원을 조건으로 우선 매각대상자로 재차 나서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중문단지는 제주관광의 상징이고 앞으로 공영개발을 통한 기대 이상의 도익(道益)창출을 위해서도 도민의 이름으로 유지하는 게 절대로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섯째, 그린시티개발 사업은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도시계획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사업시행자의 의중에 좌지우지되는 제주 도시개발의 현주소를 드러낸 사업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번 뒤돌아보고 신중하게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 앞으로 2년 도정은 제주비전실현을 위한 기반다지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2001년 11월 29일 정부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장기적으로 제주도지역을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가개방 거점 내지는 동북아의 중심도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제주를 관광·휴양도시로 변모시킨 후에 점차 비즈니스ㆍ물류ㆍ금융 등 복합기능을 수행하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시작된 제주국제자유도시 10년. 그러나 성과는 도민들이 체감하기엔 매우 역부족인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획기간 동안 29조 4900억 원을 투자해 그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 됐던 제주개발은 고작 공항·항만 등과 같은 공공시설과 골프장 조성을 비롯한 민간개발 사업에 13조원정도 투자하는데 그쳤다. 특히 핵심 사업을 위한 투자실적도 최근까지 목표액 6조 5000억원의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정부는 제주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홍가프로젝트’를 제시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 비전을 실현을 위한 담대한 정책을 제시하지도,  충분한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제주비전 성패여부는 도민의 성원과 제주자치도의 체계적인 정책 입안과 실천 그리고  공리(公利)를 위한 제주도정의 리더십(지도력)에 달려 있다. 즉, 이들 간의 공조가 무너지게 되면 제주비전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최근 확정된 제2차 종합계획도 1차 종합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우근민 제주도정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10년 내에 도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제주비전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는 게 현 도정의 책무라 한다면 종합계획에 따라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되, 도지사 선거공약 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제주비전을 순항시킬 기반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가는 게 남은 2년의 책무일 것이다.  <제주의소리>

<백승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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