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민중화가 강요배 화백 '설송도' 집무실에 내걸려

▲ 강요배 화백의 '설송도'를 배경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무실에 제주출신 '민중화가' 강요배 화백의 그림이 걸려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 집무실 서재에 내걸린 강 화백의 그림은 100호 크기의 설송도(雪松圖). 만고풍상을 이기고 꿋꿋하게 서있는 소나무의 기상을 서늘한 필체로 그린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집무를 보거나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과 함께, 그림이 있는 뒷 배경이 종종 TV 화면에도 잡히곤 했지만 그동안 이 그림의 '정체'를 아는 이는 드물었다.

설송도는 강 화백이 한라산 탐라계곡 입구에 늠름하게 서있는 소나무를 모티브로 삼은 것. 강 화백은 설산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등반할 때 본 이 소나무를 소재로 약간의 변형을 가해 그림을 완성했다.

강 화백은 "소나무(松)는 꿋꿋한 생명을, 눈(雪)은 당당하게 이겨낸다는 뜻"이라며 "탐라계곡 소나무를 보고 난 뒤 느낌으로 그렸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결국 작품에는 (모진 세파를)당당하게 이겨내고 꿋꿋한 생명력을 간직한다는 강인함이 배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도 이 그림이 청와대 집무실에 내걸린 경위는 알지 못한다.

그는 "TV를 본 지인이 (그림이 내걸린 사실을)알려줬다"며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자신의 그림이 청와대로 간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선 이 그림이 요즘들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청와대가 내부 분위기 일신을 위해 대통령 관저와 본관·신관 등에 걸린 그림 60여점을 교체하면서도 유독 강 화백의 설송도와, 글씨 한 점만은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느냐는 것.

청와대 내부에선 "강요배의 그림에는 자신의 뜻을 기필코 관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며 최근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노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 화백은 4·3, 제주민중항쟁 등 주로 제주민중의 고난사와 항쟁사를 과감하고도 치열하게 화폭에 담아온 민중화가로 널리 알려져있다. 제주민예총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한림읍 귀덕리에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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