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사 노래모임 '소리바라기' 하례초서 정기 공연

6월 마지막 주, 하례초등학교가 술렁거렸습니다. 주말에 귀한 손님을 맞아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방문하실 손님들이 예사로운 분들이 아닙니다. 학교를 지도감독하기 위해 오신 높으신 분들도 아니고, 수업을 참관해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오신 선생님들도 아닙니다.

노래 공연을 통해 아이들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하례초 어린이 밴드와 음악으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오시는 분들입니다. 이 선생님들은 자신들을 '소리바라기'라고 부릅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제주도내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모임이죠. 소리바라기 선생님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하례초등학교로 노래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 선생님 밴드 '소리바라기'가 하례초등학교에서 2차 정기 공연을 펼쳤다.

 

그런데, 소리바라기 선생님들은 왜 하필 하례초등학교로 음악여행을 온 걸까요? 그건 하례초등학교에 선생님들과 더불어 노래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밴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어린이 락밴드인 '라온밴드'를 결성하였는데요,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해서 일제고사 공부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이번 공연이 소리바라기 선생님들에게는 금년 두 번째이고, 라온밴드에게는 결성 후 첫 공연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선생님과 아이들이 뜨거운 여름날에 함께 노래를 부르기 위해 따로, 그러면서 함께 공연준비를 하였습니다.

공연이 있는 30일,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마을이 온 마을이 분주했습니다. 고원배 교장선생님, 김삼철 운영위원장님, 진명자 어머니회장님 등을 포함하여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공연이 열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현재근 마을회장님이 마을 주민들을 대표하여 행사를 축하하였습니다.

드디어 젊고 발랄한 소리바라기 선생님 13명이 다목적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소리바라기는 지난 98년에 창단되어 지금까지 세대를 교체해가며 매해마다 공연을 하였다고 합니다. 소리바라기 대표를 맡은 유상범 선생님은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특별히 하례초등학교 공연을 위해서는 매일 연습을 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 하례초등학교 어린이 밴드인 '라온밴드'가 소리바라기 공연에 노래로 화답했다.
▲ 주말, 객석에 앉은 부모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그리고 하례초등학교 라온밴드를 지도하는 강명균 선생님은 "예전에 소리바라기 소속이었는데, 지금은 하례초등학교 밴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공연을 위해 지난 3개월간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소리바라기 선생님들은 자작곡 '여행길'을 부르며 공연의 막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네모의 꿈'을 불렀고, 동요 '반달'을 아카펠라 연주로 선을 보였습니다. 선생님들의 젊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노래 중간에 하례초등학교 라온밴드가 '오솔길'과 '혜성'을 선보였는데요,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가 정말 경쾌했고, 전자기타와 키보드의 연주가 보컬의 음색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관람석에서는 "정말 잘한다. 선생님들보다 낫다"는 격려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소리바라기 선생님들은 하례초 아이들과 교가를 같이 부르기도 했고, '풍선'과 '뽀로로'도 불렀습니다. 아이들아 좋아하는 노래여서 모두들 즐겁게 따라 불렀습니다.

▲ 공연이 끝나고 함께 한 짦은 시간

선생님들은 공연 마지막에 앵콜송으로 '희망 만들기'라는 자작곡을 불렀는데, 노래 도중에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을"이라는 가사가 가슴에 꽂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꼭 참석했으면 좋았을 분들이 오지 않았네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씀하시는  '그분들' 말입니다. 우리 하례초등학교 아이들이 적지만 서로 희망을 노래하고, 선생님들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으면 좋았을 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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