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 의욕도 좋지만 현실 직시해 한발한발 나아가야

제주도를 과연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로 가꾸겠다는 목표가 가능할 것인가.

제주도 주민이 아니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에 대해 답변을 은근히 얼버무리거나 우물쭈물해서는 곤란하다. 즉각 대답이 튀어나와야 한다. 물론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이어야 한다. 한국 국민으로서 그러한 노력에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여러 가지 야심찬 계획들이 진행중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국제공항을 자유무역의 거점으로 만들고 중문단지에 해양공원을 조성하며, 첨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타운을 꾸민다는 계획이 여기에 두루 포함되어 있다.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키우겠다는 특별법에 따른 개발 계획이다.

계획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물류의 인프라 구축으로 국제투자진흥지구 제도를 운영하며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세우고 해외대학 유치를 통해 영어교육 타운을 만든다는 방안도 들어 있다. 골프장 건설을 늘리는 한편 획기적인 세제 혜택으로 이용 요금은 대폭 낮춘다는 것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임은 물론이다.

이런 계획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때마침 희소식도 들려온다. 동양 최대 규모로 세워지는 섭지코지의 아쿠아플라넷 수족관의 개관이 다음주로 다가왔으며, 지난 6월 한달 동안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6만명을 돌파함으로써 월별 기록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뉴스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그동안 논의로만 거듭돼 왔던 제주 주재 중국 총영사관도 드디어 개설 날짜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제 열흘쯤 뒤인 15일부터는 문을 열고 정식으로 영사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써 지금껏 광주 총영사관이 담당해 왔던 중국여행과 관련한 민원업무들이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 공관이 당초 영사사무소 급으로 거론되다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총영사관으로 격상됐다는 점이다. 중국인에 대해서는 비자가 면제되므로 제주방문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로서도 뒤늦게나마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지난해만 해도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17만4000여명에 이른다.

이로써 제주에는 지난 1991년 설치된 일본 총영사관과 함께 2개의 외국 공관이 주재하게 되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입장에서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국제기구 사무소와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국제자유도시를 목표로 추진중인 모든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외국 대학을 유치한다거나 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한다는 등의 계획이 대체로 축소되거나 현실에 맞게 조정되고 있다.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자체가 난관에 부딪쳐 있는데다 외국 당사자들과의 협의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외국인의 투자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아직 매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투자를 했을 때의 기대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며 활동에 필요한 교통·통신 인프라도 만족할 만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골프장이나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계획에 있어서도 우리 내부적으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귀포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를 겸한 복합 관광미항을 두고 논란을 벌였던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군사적 영향을 논외로 한다면 대형 크루즈선이 드나든다는 자체만으로도 제주도의 주목도는 훨씬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동안 공사 진척에 어려움을 겪어오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다시 공사가 본격 재개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여론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그밖에도 미적지근한 구석은 수두룩하다. 제주국제공항의 출입국관리 시스템이나 면세품 진열대의 품목 운영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중 음식점이나 기념품점에서는 바가지 요금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플래카드의 구호와 목표는 거창하지만 계획을 이끌어가는 책임자들의 운영 능력과 태도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총영사관이 들어서게 됐다고 해서 반가워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조차도 중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20주년을 기해 주어진 하나의 정치적 선물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그 의미를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후속 조치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지금의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다면 다른 나라의 공관이 새로 들어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기만 하다.

물론 앞으로도 중국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소지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중국 관광객들 위주의 정책으로 무역이나 금융거래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발상도 설익은 계획이다. 해상과학단지나 다른 대규모의 관광시설을 세워놓고 방문객이 없어서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미리 대처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의욕 하나로만 해결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미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진행된 국제자유도시 제1차 종합계획의 투자실적이 원래 목표했던 35조3700억원 가운데 10%를 약간 웃도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되짚어봐야 한다. 오는 2021년을 목표로 하는 제2차 종합계획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33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조달하는 자체가 부담이다.

앞에서 제시한 질문을 다시 던져보고자 한다. 과연 제주도가 홍콩과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동북아의 관광·금융·물류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본다 해도 지금으로서는 “아직 이르다”는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감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그렇다고 해서 지레 의욕을 상실하고 목표 자체를 낮추어 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멀리 바라보지 않고는 멀리 날아갈 수 없는 법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21조원, 도민 1인당 소득 3만 달러, 관광객 수 1300만명 달성 등등. 앞으로 10년 뒤 제주도의 청사진이며, 부분적으로는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우려되는 것은 거창한 숫자에만 집착하다가 눈앞의 문제에 대해 소홀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의욕을 앞세우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발한발 내딛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러다 보면 꼭 10년 뒤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젖히고 저만큼 앞서 나가는 제주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허영섭/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