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호 칼럼> 탑동 추가매립계획에 따른 경관훼손 문제

최근 탑동 앞바다를 추가로 다시 매립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것도 기존매립지의 몇 배가 되는 규모라 한다. 현 매립지의 상습 월파 피해를 방지하고 급증하는 해양관광 수요에 부응할 친수레저항만의 건설을 위한 매립사업이라고 한다.

필자는 월파방지와 신수요에 부응할 항만시설 확보라는 목적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하여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의견을 낼 수가 없다. 다만, 추가매립지가 만들어진다면 현 매립지의 월파방지는 가능하겠으나, 새로운 매립지의 월파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라는 막연한 의문이다.

새로운 항만시설이 왜 600년(혹은 2,000년)의 역사성을 갖는 도심의 바로 코앞에 엄청난 규모로 신설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연안어장의 피해와 함께 환경영향에 관한 문제제기도 있는 형편이다.

또, 최근 들어 도시의 지형을 바꾸는 대형사업들이 신중한 논의과정이나 다양한 의견수렴도 별로 없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만을 설득하여 시행하려는 듯이 보여 커다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러한 대형사업들의 대상지는 대부분 시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기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만의 승인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감대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의 의문과 우려에 대해서는 또 다른 전문가들의 지적을 기대하면서, 필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역사경관과 해안경관의 도시경관에 관한 얘기이다. 필자가 작성한 [그림 1]에서 보면 추가매립지와 항만시설의 규모가 기존시가지와 비교되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러한 규모와 매립의 방향이 도시경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림 1] 제주시 해안과 사라봉 및 용담해안도로에서의 조망관계 [네이버지도에 매립계획도 합성, 적색선은 사라봉 정상(그림 3), 황색선은 어영연대(그림 4)에서의 조망].

#. 영주십경 중의 사봉낙조

제주에는 예부터 웬만한 제주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영주십경(瀛州十景)’이란 명승들이 있는데, 그 중에 ‘사봉낙조(紗峰落照)’가 있다. 서쪽바다로 떨어지는 석양을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일품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제주시 앞바당의 해안경관과 어우러져 만들어진 풍광을 일컬으며, 산지포구에서 낚시하는 풍광(‘산포조어(山浦釣魚)’는 이미 사라졌다.)과 함께 제주읍성의 절경이었을 것이다. 그 옛날 제주사람들이 가졌을 사봉낙조의 감상을 지금의 우리도 그 옛날과 다르지 않게 똑같이 느끼고, 미래의 제주사람들도 그리해야 할 자산인 역사유산인 것이다.

만약 발표된 계획대로 새로운 매립지가 건설된다면, 예나 지금의 그 사봉낙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지 모른다. [그림 2]에서 보면, 지금은 사라봉에서 해떨어지는 풍광이 그나마 봐줄만 하다. 바로 눈앞의 산지항이나 탑동매립지의 대형건물들이 시야의 일부에 들어오지만, 큰 부분이 아니며 시가지의 일부로 인지되기에 그래도 봐줄만 하다는 것이다.

▲ [그림 2] 사봉낙조(紗峰落照) [사진출처 : 블로그 한라산지기].

하지만, 매립지가 신설되면 사라봉 정상에서 우리의 시야에 잡히는 장면은 [그림 3]에서 지적하는 대로 바뀌기 쉽다. 시점(視點)이 낮은 산지등대 쪽에서 조망한다면, 사봉낙조는 더욱 심각한 장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탑동매립계획에 대한 보도기사를 보면 총 사업비 1,500여억 원 중 민간투자가 800여억 원이라는데, 이 민간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을 위해 시설물의 규모수준(건물의 높이나 용적율 등의 규모)을 어떻게 정해갈지는 앞으로의 일로 미루더라도, 최소한 지금의 대형호텔이나 대형마트, 여객선터미널의 규모이상으로 건설되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사실은 이 사안이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인데, 시설물의 규모가 경관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런 추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그림이 [그림 3]인 것이다.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서쪽바다의 조망은 멀리 노을 지는 수평선과 바다 사이에 들어선 추가매립지의 인공구조물들이 시야를 크게 어지럽게 할 것이기에 ‘사봉낙조’는 그야말로 옛이야기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림 3] 사라봉 정상에 본 매립 대상지. 적색선 부분이 시설물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청색선은 수평선 부분이다.

#. 용담해안도로에서의 동쪽 경관

제주 상징 중의 하나인 ‘용두암’은 현 탑동매립지의 대형건축물로 인해 이미 반쪽짜리 명승지가 되어버렸다. 용두암의 서쪽에서 바라보는 조망의 배경은 대형호텔 건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은 매립의 방향이 해안을 따르고 있고 방파제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시가지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다.

이렇듯, 사라봉에서의 조망만이 제주시의 해안경관인 것은 아니다. 해안선과 직교하는 추가매립지가 건설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용담해안도로의 어디에서든 동쪽을 바라보는 경관은 포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림 4]에서 보는 것처럼 중간에 돌출되어 가로막힌 추가매립지의 인공구조물들로 인해 전형적인 해안풍경이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라봉의 뒤편으로 원당봉, 서우봉이 차례로 보이는 해안경관이 추가매립지의 시설물로 인하여 대부분 가로막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용담해안도로에서의 동쪽 경관은 심각하게 훼손되리라 판단하는 것이다.

계획도(안)상의 필지형태를 보면, 대형건물의 경우는 남북으로 긴 건물이 들어설 확률이 놓기 때문에 이러한 건물의 배치는 더더욱 해안도로나 사라봉에서의 조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도시경관심의제도가 이곳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도 궁금하며, 해안경관에 저해되는 매립과 시설을 허용한다면 다른 곳의 경관에 대한 심의의 형평성은 어떻게 될지도 덩달아 궁금해진다.

이렇듯 먼 미래에까지 남겨야 할 우리의 경관을 희생하면서까지 얻을 이득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은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회복이 불가능한 대규모 해안매립이어서 이해의 폭은 더욱 좁아질 뿐이다.

▲ [그림 4] 용담해안도로의 어영연대에서 본 사라봉 경관. 적색선 부분이 시설물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으로, 원당봉과 서우봉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 토지이용계획(안) 상의 문제

보도 발표된 토지이용계획도(안)([그림 5])을 들여다보면, 다른 자료가 전혀 없는 필자이기에 궁금해지는 점이 몇 가지가 더 있다.

▲ [그림 5] 탑동 추가매립지 토지이용계획도(안).

신설방파제와 인접하여 공원과 녹지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가능한 계획인지도 의문이다. 자연그늘이 전혀 없는 지금의 탑동광장(운동시설)에는 강한 해풍의 영향으로 나무를 심을 수가 없다는데, 지금보다 더 깊은 수심의 바다에서 쳐오는 파도를 막아내고 공원이나 녹지를 만들 방책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추가매립지의 서쪽 끝부분에 숙박시설용지가 있는데, 이곳 역시 월파와 해풍을 적절히 차단할 방법은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또 현재 산지천 하류주변에 드넓은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려는 계획이 추진 중인데, 50,000㎡의 ‘탐라광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일단 건설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고 도시의 지형이 바뀌는 대형사업은 계획단계에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타진한 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사업이라 판단되면 그 시점에서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세대가 공유해야 할 역사경관과 자연경관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결론을 도출함으로써, 시민사회가 수긍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행정행위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 역사적 사건일 수 있는 탑동 추가매립

얼마 전(2011. 12. 21), 도의회 행자위에서 행한 제주특별자치도인재육성기금 사업의 심의과정에서, 탑동매립건설사 대표의 이름이 장학금의 명칭으로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 대표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의결했다고 한다.[뉴시스 기사, 2011. 12. 22 참조]

그만큼 탑동매립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그 탑동을 추가로

▲ 양상호 제주국제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가매립사업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서도 제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내놓지 못할 가능성까지도 심각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또 한 가지, 필자의 친우 중에 ‘탑바리’ 근처에 살던 이가 있다. 언젠가 이 친구가 탑동매립(1차)에 대한 분통을 터트린 적이 있다. 자신의 본가도, 어릴 적의 추억도 전부 사라져 버렸다고. 그리해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필자도 이곳에서의 어릴 적 추억은 머릿속에서만 아련할 뿐이다.

이렇듯, 시민사회의 입장에서든, 개인의 입장에서든, 역사적인 사건일 수 있는 이곳의 추가매립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양상호 제주국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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