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정부의 5년에 걸친 강압적인 강정마을 히군기지 건설로 평화의 섬 제주는  중국의 대국주의, 일본의 군국주의 사이에 위태로워지고만 있다.  사진은 올해 4월 강정마을에서 열렸던 제11차 해군기지 반대 전국시민 집중행동의 날에 경찰이 반대단체 주민.활동가들과 충돌하던 모습. ⓒ제주의소리 DB

<허남춘 칼럼> 문명을 지키는 건 부국강병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중·일갈등에서 우릴 90년대 후반부터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주민과의 집요한 전쟁이 제주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에는 주민들의 반대에 의해 포기한 것으로 알았던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이 다시 재론되었다. 그 후 해군기지 장소가 남원항으로 갔다가 갑자기 강정항으로 정해졌다.

해군본부는 20 년여에 걸쳐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제주도민을 위한 복지혜택, 고용창출, 경제부양 효과, 의료 서비스, 문화사업, 지역사회 안보 강화 등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지루하게 도민들을 설득해 왔다. 그러나 이런 기대효과보다는 불안요소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우려되는 바는 제주가 또다시 동아시아 전쟁의 중심부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일본과 중국의 군사적 표적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일본은 평화헌법을 고치며 군국화하고 있고, 빌미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군사력을 증강하고자 할 것이다. 집단방어체제를 내세우며 한반도에 다시 개입할 태세다. 중국도 대국주의를 지향하며 미국의 견제를 뿌리치려 하는데,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의 중심부라 할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생긴다면 대단히 경계하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고, 군사적 동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독도와 이어도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자주국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의 어느 곳에건 군사기지가 필요하다는 논지에서 본다면, 우리 지역만 안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폭력이듯이 국가주의도 폭력’일 수 있다. 근대에 들어 민족국가가 탄생하면서 소수민족 혹은 소수 집단을 무시하고 묵살하면서 국가 획일주의를 지향하였고, 소수의 역사나 생존권을 국가의 역사와 생존방식에 종속시켰다.

그리고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요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다음 시대는 소수 집단의 역사와 문화, 생존권이 중시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지역과 국가가 함께 존중되고, 변방 제주의 소수자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막무가내다. 존중과 평화와 조화라는 강정의 바람은 옳지만 승리할 것 같지 않다.

사상을 진리로 만드는 것은 사상의 논리적 적합성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양적 크기다. 우리는 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권력)의 크기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을 장악한 새누리당이 신념 하는 것이 바로 진리다.

그래서 국가는 진리처럼 강정 해군기지와 평화를 외친다. 강정을 지키려는 주민과 시민단체는 패하고 있다. 힘이 없으니까. 그 힘을 키울 수 없으면, 그 힘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지속해나가 보라. 반드시 이긴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 권력이 망하기 전까지 국가주의 횡포는 제국주의를 닮아 있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제국주의를 닮아 간다. 경제 영토 확장이라 하면서 실은 그 무서운 제국주의 욕망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을 추종하고 주변의 중국과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무서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가 욕망을 키워 가면 우리보다 더 큰 중국과 일본은 거인의 몸짓으로 바뀌어 전의(戰意)를 더욱 불태울 것이 뻔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중국은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과도 영토분쟁을 계속해 왔다. 냉전이 지속되는 것조차 모르고 대비책은 생각지도 않은 채, 우리는 고구려사나 발해사를 되찾기 위한 열전을 벌였다. 일본도 러시아, 중국, 우리와 영토를 위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뜨겁게 달구어진 감정만 폭발시키고 있다. 차근히 대비하여야 실마리가 풀린다.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한다고 해서, 우리도 대마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어설픈 행동을 하게 되면, 국제적인 사법적 판단에서 불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정당성과 도덕성까지 그르치게 될 수도 있다.

 

▲ 허남춘 제주대 교수

중국이 대국주의로, 일본이 군국주의로 흘러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심이 되어 상생의 원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족과 역사와 문명을 지키는 길은 부국강병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다. 해군 기지를 증설하고 함정을 많이 갖는 것만이 안위의 방법이 아니라, 외교적 능력을 배양하고 문화를 가꾸어 문화 강국이 되면, 무력을 제압할 평화를 얻게 된다.

힘을 숭배하는 제국주의를 버려야 평화가 가능하다. 힘으로 지방을 몰아세우는 국가주의를 버려야 평화가 가능하다. 힘을 버려야 평화가 온다. 대한민국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강정은 평화여야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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