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비례대표 '정책청문회'서 소신·포부 자신있게 피력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현애자 남군여성농민회 회장(42)이 9일 중앙당이 마련한 '정책 청문회'에 나가 자신의 소신과 포부를 피력했다.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국회의원 후보로서 '기본적인 정책적 현안'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8일 '일반후보'에 이어 이날 '여성후보'를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정책 청문회'를 개최했다.

중앙당 대회의실에서 오후 6시30분께부터 열린 정책 청문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청문회는 미리 준비한 인터넷 동영상으로 5분간 '정견발표'가 이뤄진 뒤 25분 동안 8명의 패널과 일문일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정세진 중앙대교수(통일외교 분야)를 비롯해 정상호 한양대교수(정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노동),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및 문광명 변호사(사회·인권), 우석훈 녹색정치준비모임 운영위원(환경·농업), 이철호 학벌없는사회 운영위원(교육), 안성배 민예총 정책팀장(문화·예술)이 참여했다.

여성후보 10명중 기호2번을 단 현애자 후보는 1번후보가 중도사퇴함에 따라 이날 맨처음으로 소개됐다.

현 후보는 "노동자들의 잇단 분신과 한·칠레 FTA통과로 비참한 마음을 금할길 없다"고 말문을 연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결의에 따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농민후보로 이 자리에 섰다"고 힘찬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이어진 정견발표를 통해 "여성농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고 민족농업을 지키고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국민들의 파수꾼이 되겠다"며 "또한 외세의 압력으로부터도 당당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농촌에서 민주노동당을 제1당으로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피력했다.

뒤이어 진행된 패널과의 일문일답에선 현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 패널은 "정부가 기업농 육성 정책을 펴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결국 과다한 농약살포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에대한 견해를 묻고 골프장 농약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현 후보는 이에대해 "지금의 농업 구조는 소농·가족농 중심인데 기업농 육성 정책은 농업포기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잖아도 농약·비료 과다사용이 심각한데 이렇게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고 우려한 뒤 "내가 사는 제주도의 경우 개발가능한 초지나 목장지대 마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고 그곳에서 뿌려대는 농약이 땅밑으로 흘러들어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고 조리있게 답변했다.

"원내 진출을 하면 어떤 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현 후보는 "지금까진 현장에서 농민들과 함께 몸으로 (잘못된 농정에)대항했지만 국회에선 법과 제도를 갖고 농민들의 요구를 실현하겠다"고 대답했다.

현 후보는 또다른 패널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 대안을 갖고 농업·농촌을 변화시킬 것이냐"고 묻자 "농업농촌기본법이나 여성농민육성법 등 현재 법률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패널이 다시 "이미 한·칠레 FTA가 통과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보충질문을 던진데 대해 현 후보는 "많은 학자들이 FTA가 농업 뿐만 아니라 공업등 전체 국익에도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으나 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다른 패널이 "평소 제주에서 자주 이용하는 문화시설이 있느냐"고 묻자 "바쁜 농삿일과 농민회 활동 때문에 가끔 동네 아줌마나 농민회 회원과 노래방에 가는 것이 사실상 전부"고 밝힌데 대해 다시 패널이 "노래방도 문화시설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해석이 엇갈린다"고 말해 다소 무겁게 진행되던 토론이 한때 부드러워졌다.

현 후보는 이어 "여성농민회 회장으로서 여성농민센터 시설을 추진중"이라며 부족한 문화시설 확충에도 노력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마지막 질문에 나선 패널은 "4월20일이 어떤 날인지 아느냐"고 묻고 현 후보가 "장애인이 날 아니냐"고 즉각 답변하자 "맞다. 우리는 그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른다"며 "현 후보가 제시한 '복지농촌 건설'내용 속에 장애인 부분도 들어있으냐"고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현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 농민뿐 아니라 소외받는 장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며 "내가 속한 여성농민회는 3년전부터 장애인들과 교류를 가져왔다"고 대답했다.

현 후보에 대한 정책 청문회는 모두 30분 동안 이뤄졌으나 현 후보는 시종일관 자신있는 어조로 송곳같은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선출에 따른 투표는 9일부터 14일까지 이뤄지고 개표는 15일 실시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지지도 15%를 목표를 하고 있으나 비례대표 의석수가 지금보다 10석이나 늘어 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고 본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할 경우 '최초의 여성농민 의원' 탄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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