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건축물 존치하면 설계 변경 사업자 침해"...서귀포시 승소

▲ 철거 위기에 놓인 '더 갤러리'.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 중 하나인 제주 서귀포시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해 법원이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줘 철거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오현규 수석부장판사)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소유주 제이아이디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집행영장통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더 갤러리'는 서귀포시 중문동 컨벤션센터의 앵커호텔 홍보관겸 모델하우스로 지난 2008년 완공됐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이라 불릴 정도로 레고레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시공사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과 원고 제이아이디의 비용조달 문제로 앵커호텔 사업은 차질을 빚었고, 결국 지난해 ㈜부영주택으로 넘어가게 됐다.

제이아이디측은 서귀포시로부터 철거명령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고처분과 행정대집행의 사전예고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 갤러리'가 영구적인 존치를 전제로 50억원의 비용을 들여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며 철거 행정대집행은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철거 위기에 놓인 '더 갤러리'
재판부는 "피고인 서귀포시가 제이아이디측에 가설건축물 존치기간 만료일을 통지했고, 자진철거 및 완상복구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와 게시하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고 원고의 주장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는 가설건축물의 건축사적 가치를 주로 내세우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대집행영장 집행을 연기하면서 가설건축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자신의 비용으로 가설건축물을 이전함으로써 건축사적 가치를 유지한 채 불법적인 상태를 해소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설건축물을 지지하는 암반이 앵커호텔 객실 중 일부 조망에 방해되고, 이를 절개하지 않으면 조경이나 계단 등에 관한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등 사업수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가설건축물을 존치할 경우 불법 건축물로 인해 적법한 사업시행자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이 있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대사는 지난 18일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계획을 중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23일 서귀포시를 방문해 철거 중단을 호소한 바 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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