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양동민 선거법 통과 소식에 '격분'

제주시 삼양동이 북제주군선거구에 편입되는 선거법 개정원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일 밤 8시30분경.

북군선거구 편입에 반대하며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삼양동사무소 앞 천막농성장에는 TV뉴스를 들은 분노한 삼양동민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분을 삼키지 못하는 듯 "국회의원들 ×××돼" 라며 흥분하는 마을 청년회원들에서부터 "정치인들 탓에 삼양동이 졸지에 초상을 치르게 됐다"며 끓어오르는 가슴을 간신히 삭이는 아주머니들에 이르기까지 순식간에 70∼80명의 동민들이 천막농성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동건 대책위원장(삼양1동 마을회장)과 송신용 연합청년회장 등 대책위 지도부들이 모인 천막농성장안은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아무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기자가 회의 현장에 들어가 플래시를 터트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회의장은 깊은 침묵만 흘렀다.

그러나 대책위의 회의는 이외로 간단히 끝냈다.

"지금까지 우리가 수차례 밝혀왔던 사안들을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이의 없으십니까" 이동건 대책위원장의 제안에 참여했던 대책위원들은 이구 동성으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라며 의견의 일치를 모았다.

극히 짧은 순간에 이뤄진 회의가 끝나자 마자 청년회원들은 모레(11일)로 예정된 항의집회를 준비하기 위해 삼양동사무소에 별도로 모여 역할분담을 하는 등 농성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날 삼양동 대책위는 11일 오후2시 신제주로터리에서 삼양동 편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기고 결의했다.

그리고 총선거부와 제주시선거구로 주소이전 후 후보 낙선 운동 등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내용들은 계속 유효했다.

"차떼기 도둑질이나 하는 의원들을 위해 왜 삼양동이 희생돼야 하느냐"며 이곳 저곳에서 가슴에 묻어뒀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아주머니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이당 저당 옮겨 다니던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이동 저동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제맘대로 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우리가 맘이 좋고 못생겼어도 이 같은 쓸개빠진 정치인들을 위해 삼양동을 희생할 수는 절대 없다"며 분개했다.

한 청년회원은 "어떤 사람들은 우리보고 '제주시민도 되고 북제주군민도 되니 좋은 것 아니냐'면서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면서 "도지사·시장·군수가, 도민들이 우리들을 보고 이기주의라고 하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담배만 깊게 빨아들이는 이동건 대책위원장은 동민들의 흥분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푹 숙였다.

삼양동민들의 분위기를 전해준 것은 송신용 연합청년회장이었다.

"우리는 제주도 3개 선거구가 유지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찬성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자기네 동네를 희생하는데 '대승적 견지'라며 찬성하겠습니까? 우리는 제주시민으로서의 주권을 오늘 박탈당했습니다" 송 회장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

"지금까지 누구 하나 이에 대한 잘못이나 양해를 동민들에게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도지사는 천막농성 8일째가 되도록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금뱃지는 중요하고, 도지사의 자존심만 중요하고 우리 삼양동민들의 명예나 자존심을 중요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제주시민이 아니고, 제주도민이 아닙니까"

이 때 한 청년회원이 "우근민 도지사가 삼양동 근처에까지 왔다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 되돌아갔다고 합니다"란 말을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물론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천막농성장은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에 농성천막현장에 지금까지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도청 공무원들이 모습이 목격됐다.

삼양동민들의 분노는 계속 이어졌고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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