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은 교수, 제주YWCA 여성의 피난처 개소 15주년 기념 특별 강연

▲ 19일 열린 제주YWCA 여성의 피난처 개소 15주년 기념 특별 강연 '내적 치유와 자기 성숙'.ⓒ제주의소리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중단하라"

19일 제주YWCA 여성의 피난처(소장 강미라) 개소 15주년 기념 특별 강연에서 오제은 교수(천안대 상담학)는 '내적 치유와 자기 성숙'을 위해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대우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대하라고 당부했다.

▲ 오제은 천안대 교수.ⓒ제주의소리
오 교수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 먼저 치유하고 편견없이 내담자를 대하며 내담자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그것이야 말로 '참만남(encountering)'"이라고 강조했다.

"한 때 나는 3년 넘게 끊임없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 그 어떤 것도 내게는 불필요한 것이며 세상은 단지 빨리 끝내고 싶은 곳일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 상담치료사가 내가 잊고 있었던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도와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오 교수를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구원해 준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여겨지며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그 때의 기억이었다.

바로 외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어린 시절 외할머니, 외할아버니는 거의 나만 바라보며 사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 분들의 사랑을 알기에 방학 때 시골에 있는 외가에 가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실망하실까봐 착한 아이가 되어 외가를 방문했다. 어느 날 오후 외할머니 무릎을 베고 정말 꿀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외할머니가 온데 간데 없는 것이다. 집주위를 온통 찾아봐도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아무도 안 계셨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울면서 할머니를 한참 찾는데 저 멀리 아래서 광주리를 이고 오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반갑기도 했지만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계속 표정을 굳히고 있다가 할머니가 오시자 짜증과 화풀이를 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저 나를 하염없이 달래며 광주리 안에서 나를 주기 위해 가져온 과일이며 온갖 것을 꺼내 보이셨다. 그 때는 세상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귀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외삼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할머니는 나를 위해 20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렇게 자주 오가셨던 것이다"

▲ 강연을 들으러 온 상담 관련 여성들이 오 교수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제주의소리
오 교수는 부부간에도 갈등이 있고 그것이 계속 악화된다면 부부간에 형성된 파괴적 패턴을 찾아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라고 조언했다.

"남편은 부인의 잔소리만 없으면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부인은 남편이 술만 먹지 않으면 잔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경우 이 부부는 파괴적 패턴을 형성해 가정을 유지해 가기 힘들어진다. 힘들지만 상대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으로 여기는 훈련을 하면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될 수 있다"

오 교수는 "누군가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졌던 기억이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줌으로써 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고 자신과 타인을 귀하게 여기기를 당부했다.

한편 제주YWCA 여성의 피난처는 지난 1990년에 신설돼 성폭력, 가정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예방, 상담, 교정, 치료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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