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재경대정포럼회장)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백승주 칼럼> 2박3일 제주관광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

지난 7월29일 필자는 정치학자, 중앙관료 친구와 제주를 찾았다. 둘 다 간만에 제주를 찾은 터라 비행기 트랩을 내리자마자 한 친구는 제주의 발전상에 휘 둥그레 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가 신공항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자문과 자료를 요청했던 한 친구는 트랩을 내리면서 “이렇게 제주공항이 넓고 큰데 무슨 신공항이 필요하냐?”는 서울 촌놈의 개념 없는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그날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무려 4만 여명에 이르렀다는 저녁뉴스를 접하면서 오늘 우리의 제주여행이 기록경신에 일조를 했다는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우리 일행은 신제주에 있는 한 토속음식점에서 개발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제주의 문화와 전통의 보존에 대하여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개발의 허와 실에 대하여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는 필자의 친구 제주문제 전문가를 만났다.

 어느 정도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이어지자 제주현안에 대하여 별반 아는 것 없었던 두 친구가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평소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는 제주현안 등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피력했고, 박식한 제주전문가가 이에 답변하는 식으로 대화는 계속되었다. 아울러 중간 중간 제주의 전통과 역사 등에 대해서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제주개발상황, 평화, 4.3문제, 강정문제, 중문관광단지의 매각, 신공항건설, 한라산 등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이날 사려 깊은 제주전문가를 통해서 제주의 알파와 오메가에 대하여 개괄적이나마 전반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 제주의 평화염원은 창대하나 현실은 혼돈 그 자체였다.

 둘째 날 아침 우리 일행은 초등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한라산 중턱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제주관광의 하루를 열었다. 우리일행을 반기기라도 하듯 한라산 중산간지역의 주변 경관은 초록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뤘다. 더욱이 북쪽을 향해 굽이 내려다보이는 지평선과 태평양 끝자락이 와 닺는 제주해안선 그리고 그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제주지역 도시들의 모습과 크고 작은 오름의 배열을 보노라니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는 그것 이상으로 자연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목적지로 출발하기에 앞서 한나절 관광코스와 일정을 정했다. 우선 제주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에서 평화로(平和路)를 따라 평화박물관과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후 제주주거문화의 상징으로 겨우 남아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성읍민속촌을 거쳐서 7대 경관 선정의 상징으로 부상한 성산일출봉을 찾고, 이어서 돌아오는 길에 중문관광단지를 찾기로 했다. 그리고 오후 필자의 고향을 거쳐 고산지역의 차귀도의 낙조(落照)와 수월봉의 세계지질경관을 코스에 넣었다.

 지난봄에 평화박물관과 강정마을 관광하였기에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평화박물관을 찾았을 때에는 바쁜 중에도 관장이 필자와의 낯설지 않은 인연으로 인하여 기꺼이 우리 일행을 정중히 맞아 주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주로 일제강점기의 부여노동 등에 대한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어 전국적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강정마을을 찾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강정마을은 최근 유력정치인들이 중앙정부와의 타협을 전제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소위 정치인으로서 그럴듯하게 포장된 제스처(Gesture)를 내보이는 현장이다. 특히 이들은 표를 의식해서 도민을 위해 웅변하듯 나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일행이 구렁비 바위 저만치에서 바라본 해군기지공사현장은 이들 기대와는 사뭇 다르게 돌아가는 듯 했다. 어림짐작해도 “공사가 상당히 진척 되었구나”하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래서 이들 중 어느 누군가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공사 중지를 명하거나 원상복구를 강구할 것을 명하는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했다. 특히 마을 곳곳 설치된 푯대위에 펄럭이는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보노라니 인간중심적인 사고(思考)의 발로에서 필자로 하여금 몇 가지를 떠오르게 했다. 

국가나 제주자치도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국책사업이면 어떤 경우이든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생사회복의 문제를 무시하고 밀어붙여도 되는 것인가? 역대도정들은 왜 해군기지건설공사를 위한 일련의 행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민들의 하소연을 받들어서 직을 걸고 중앙정부를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역대도정들은 왜 절대보전지역 해제나 사업승인이라는 결단을 이행하기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여 명의 주민을 설득하는 끈기를 보여주지 못했을까? 개발하여 돈 되는 것이라면 주민들이 싫다고 해도 민·군 복합항 건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과 어떤 점에서 달리 평가될 수 있는 것인가? 도의회는 제주도정의 결단과정에서 견제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여 그 본분을 다하여 왔는가?  의문은 계속 이어졌다.

#  제주적이거나 제주다운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광자원화가 요구된다.

 제주 전통적인 공동체의 실상과 주거문화의 상징으로서 관광자원화 된 성읍민속촌을 찾았다. 친구들에게 제주의 전형적 공동체구조와 주거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 동네 어귀에 들어섰으나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지는 못했다. 성읍민속촌의 분위기 또한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일행의 눈에는 그렇게 산듯하다는 느낌으로 와 닿지 않았다. 한적한 길거리에서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주로 음식점들이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제주도로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행정은 매일 그 누계를 내어 발표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소득수준으로 자본주의적 성공에 들떠 있는 중국의 중산층 이상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오래전 주로 일본관광객과 내국인 관광객을 위해 조성된 성읍민속촌이 현재적 관점에서 소득수준이나 성장배경 등이 그 때와 전혀 다른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관점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입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나 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들 상당수가 아마도 중국의 신흥개발도시에 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서울의 명동이나 동대문상가 주변에서 쇼핑을 즐기고 용인민속촌을 돌아 제주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말하자면 제주관광이 경유지 관광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매우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성읍민속촌관광은 또 하나의 ‘식상한 관광코스’에 불과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시대상황에 부합되는 성읍민속촌의 변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현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성읍민속촌과 행정이 혼연일체가 되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지 않은 한, 지금의 성읍민속촌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유일하게 보존·관리되는 제주인의 공동체 형태와 제주인의 생활 흔적들은 온데간데없이 영원히 사라질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관광객의 경우도 중국관광객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들 또한 풍요 속에 자유분방하게 성장하였고 외향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세대들이라는 점에서 성읍민속촌 관광 자체를 즐길 것이라는 기대가능성은 경험에 비추어 전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지경에 이른 이유를 들자면 우선 행정당국의 제주개발 정책이나 관광정책의 편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지식하고 고루하게 제주관광개발행정은 시장주의의 폐해가 적나하게 드러나고 비판되는 마당에서도 시장주의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시설관광개발만을 고집하고 있다. 필자는 서울사람들로부터 제주도에는 서울이나 육지부 또는 외국의 그것들과 유사한 짝퉁 구경꺼리들이 왜 그리 많으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고 관광자원화 될 수 있는 제주적이고 자주다운 것들을 왜 관광객들에게 드러내 보여주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 이들은 왜 제주개발이 전적으로 시설개발 중심으로 가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사실 필자는 제주전문가로부터 제주도지역에는 관광자원화가 가능한 유물이나 유적 또는 제주인이 살아 온 흔적들이 지천에 널려있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금 다듬거나 정리하기만 하면 외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가치가 충분한 관광자원으로서 전혀 손색이 유물 등이 많다고 했다.  사실 2박3일 여러 곳에서 짝퉁스러운 관광시설물들이 산재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현재의 성읍민속촌의 경우도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봤으면 한다. 
   
#  행정은 관광자원의 개발·유지· 보전·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성산일출봉의 경관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절경인 것이다. 그 장엄함이나 인고의 세월동안 자연 스스로 만들어내 그 비경을 보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지근거리에서 쳐다보거나 등반하여 정상에서 분화구를 보는 것 못지않게 다소 떨어진 곳에서 관망(觀望)하는 것이 성산일출봉 관광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차제에 행정이 관광객들을 위하여 아담한 관망 장소를 하나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였다. 

성산일출봉에서 돌아오는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시간이 지체 되어 중문관광단지관광은 일정상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문관광단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제주관광의 일번지이다.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은 들리고 싶어 하는 곳이다.

최근 정부가 공공시설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민들의 희생으로 어렵게 조성된 중문 관광단지를 민간에게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단지가 민간에게 매각될 경우 엄청난 특혜가 부여될 것이라는 전언(傳言)도 들리고 있다. 이런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시큰둥하게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주자치도이고 도정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필자는 제주자치도가 관광단지 매수에 이유를 내세워 소극적이라면, 행정을 대신하여 뜻있는 도민들이 적극 나서서 미래의 제주 유산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도민의 이름으로 중문관광단지의 공유화를 위하여 소위 ‘중문관광단지 공유화운동’이라도 전개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산지역에 위치한 수월봉 위에서 차귀도를 그 배경으로 하는 낙조와 수월봉의 세계적 지질경관 또한 제주의 환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사실 도정을 비롯하여 누구든지 제주를 자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이 마르도록 제주도(濟州島)는 세계적 지질경관을 포함하여 유네스코로부터 3관왕을 획득한 보물섬이라고 한다. 고산수월봉의 세계지질경관의 유지관리에는 행정의 손이 크게 미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충 내용을 요약한 안내판 하나만이 이곳이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지질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세계적 명소임을 알려주었다. 물론 필자 개인적으로는 중학시절을 이 지역에서 수학했기에 그때도 지금처럼 잡풀이 나있고 안내판조차 없었기에 무덤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행정의 무관심이 극에 달할 경우에는 이렇게 방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제주관광행정의 겉과 속 다름이 이 지경에 이르고 있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제주자치도가 매년 공공시설 유지관리비로 1천 억 원 정도 사용하여야 하고, 제주자치도가 상주직원을 두고 있는 대다수의 공영관광지조차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나름대로 세계적인 관광자원 여부를 떠나 인지상정으로 돈 안 되는 공영관광지 관리를 어쩔 수 없이 허술하게 하여야 하는 행정의 정서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같이 여행 온 똑똑한 서울 촌놈 둘은 아마도 오름 아래 암벽이 세계적 지질경관이라고 필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 4.3 평화공원 의미 있으나 접근성 강화가 절실해 보였다.

셋째 날 아침 우리일행은 제주도의 상징인 한라산을 보기 위하여 평화로를 내달려 어리목을 지나 1100고지를 향하였다. 물론 직접 차를 몰고 가본 적이 없어 어리목코스를 경유하여 이곳까지 도착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날 1100고지에서 한라산 정상을 관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를 압도하는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라산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었다.

특히 여기가 한라산 1100고지임을 알리는 표지석 뒷편에 새롭게 조성된 습지공원에서 우리는 한라산 생태계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1100고지를 오르내리면서 오묘한 조화와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도로변 풍광은 서울 촌놈들에게 제주도하면 연상되는 한라산의 의미를 재차 되새겨 보게 하였다.

이어서 차를 몰아 12만평의 대지 위에 조성된 4.3평화공원을 찾았다. 큰 오름이 드리워진 넓은 초지위에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후세들이 만들어 놓은 위령비들이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었고, 뒤돌아 4.3 평화공원 한 복판에 향로를 연상케 하는 듯한 모습의 기념관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경내를 들러보면서 후세들이 4.3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뜻으로 이런 성역화에 나섰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면 수집되어 전시된 자료의 분량에 비하여 전시공간이 넓어 보였다는 것과, 이 기념관을 개방하는 이유가 후세나 관광객들에게 제주4.3의 의미를 전수하려는 뜻이 분명하다면 4.3평화공원내의 전시관이 제주시 도심 한 복판에 설치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찾은 그날 2시간 동안 한증막 더위라 그런지 몰라도 10여명 정도 외에는 많은 내방객이 찾아온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유지관리비 조달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우리일행은 전시관을 두루 둘러보면서 당시의 참혹상을 그림으로나마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좌우이념논쟁을 떠나 일제강점기 후 해방공간에서 국가공동체의 질서유지가 국가기능의 최고의 선(善)으로 인식했던 극단적인 국가주의자들에 의하여 4.3의 희생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회장)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게다가 전반적인 전개상황이나 비교시점이 전혀 다를 수 있으나 현재 타협과 소통이 요구되나 전적으로 배제되고 도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이를 이념투쟁으로 폄하 시켜버리는 상황, 즉 인간중심의 개인주의가 무시되고, 공권력과 권위를 앞세운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앞으로 남방무역로에서의 국적선의 항해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을 국익이라고 내세워 개인의 생사회복과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추구를 국가의 시혜적 개념 정도로 인식하는 국가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강정문제도 아울러 유추하여 생각해보게 했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회장)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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