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백성들은 다 아는데 왜 그들만 모를까....

▲ 우근민 제주지사
세종실록을 읽으며 눈에 띄는 기록이 있었다.
“세종이 다스린 30년 동안 백성들은 그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기뻐했다”는 구절이었다. 사실 그런 시절은 조선왕조에서 드문 일이었다. 중세 봉건왕조라는 것이 늘 인간을 억압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후기에 행복했던 역사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다.

그러면 근대를 맞이한 우리는 언제 한 번이라도 마음에 마땅한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던가. 독재와 부패와 무능으로 백성을 불행하게 해왔다. 이승만의 백성으로, 전두환의 백성으로 사는 것은 불행이었고 슬픔이었다. 민주화 이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난 20여 년 동안 가까이서 정치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 손으로 우리 지도자를 뽑아 우리 지역과 우리 동네의 행복을 꿈꾸어 보았다.

그런데 55만 제주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도지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거나 주민소환을 당했다. 한국정치판이나 제주도 사정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어떤가. 너무 빤하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백성을 무시하고 원망의 소리조차 외면하는 도지사. 탑동 매립 10만 평도 모자라 또 개발을 서두르는 도지사. 왜 대통령도 도지사도 임기 내에 대형 개발사업을 서두르는지 모른다고? 우리 백성들은 다 아는데 도지사와 도지사 측근들만 모르는 것 같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가 나서서 제주도를 도륙하려 하는데 도지사가 팔짱을 끼고 모르는 체 한다는 사실이다. 강정 해군기지는 국가가 제주도의 여론을 무시하는 처사인데, 제주도를 위험에 빠트리는 처사인데 왜 침묵할까.

제주도에 파급되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고,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위험한 군사기지를 왜 만지작거리고만 있을까. 쉬운 길은 도민들에게 다시 묻는 것인데 왜 주저할까.

500년도 훨씬 넘은 조선시대에 국민투표가 있었다.

1430년(세종 12) 세종은 ‘공법’이라는 새로운 세법 시안을 갖고 백성들에게 찬반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3월5일부터 8월10일까지 5개월간 실시했다. 백성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종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17만 명이 참여하였고 양반에서부터 노비에까지 그 의견을 물었다. 이 세법 시행에 대한 의견 수렴은 이후 몇 년간 계속되었다. 이처럼 백성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500년이 지난 지금도 세종을 다시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그들처럼 우리도 세종의 백성이 되고 싶다.

▲ 허남춘 제주대 교수
지금 우리는 부자로 ‘잘 살고’ 싶다. 그리고 안전하게 평화롭게 ‘잘살고’ 싶다.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의 안전, 땅의 평화가 보장되는 곳에 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해하며 동아시아가 평화롭게 사는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도지사를 만나고 싶다.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 도지사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100년 뒤에도 “우근민이 다스린 4년 동안 백성들은 그의 백성으로 사는 것을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근민 지사 당신도 듣고 싶지 않는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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