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상) 문화예술-외교문제 비화 "시야 넓혀야"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전경.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이후 ‘더 갤러리’)는 제주컨벤션센터의 앵커호텔과 레지던시리조트인 <카사 델 아구아>의 분양을 위해 지어진 모델하우스 겸 갤러리다. 멕시코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작품으로 2009년 3월 완공되었다.

총 공사비 43억 원이 들었고, 2층 건물에 1279m²의 면적 규모로 지어졌다. 시공사인 (주))JID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앵커호텔이 완공되면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갤러리와 VIP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와 <카사 델 아구아>는 레고레타가 이후 다른 작품을 남기지 않고 2011년 12월 30일 타계함으로 해서 그의 마지막 유작으로 남았다.

<카사 델 아구아>와 레고레타의 디자인은 2010년 미국 블룸버그 TV와 뉴욕타임즈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상인 아메리칸 프로퍼티 상(American Property Award)의 베스트호텔건축디자인(Best Hotel Construction & Design)상을 수상했다.

▲ <카사 델 아구아> 모형조감도. 앵커호텔과 레지던시리조트가 함께 어우러진 전경.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빛과 색과 물, 세 가지 언어로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멕시코전통에 뿌리박으면서도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그의 건축미학은 그를 세계건축의 거장 반열에 올렸다. 특히 제3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명성이 높았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이 멕시코가 낳은 건축거장의 작품이 이역만리 제주도라는 작은 섬에 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세계적 거장의 작품이 철거 위기라니? 말만 들어도 무지막지한 이 상황의 내막은 무엇일까? 뉴스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기에 그동안의 논란의 상황들과 해법은 없는지, 또한 이 논란의 본질은, 이 논란으로 인해 한껏 확장된 공공성과 예술성의 갈등에 대한 담론의 의미들은 무엇인지 톺아보자는 것이 이 글의 취지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 위기의 배경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주 방식으로 2003년 3월 제주컨벤션센터를 완공했다. 컨벤션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국제행사의 지원 및 숙박센터의 역할을 하는 앵커호텔은 일류급 컨벤션센터의 제 기능을 보장하는 필수시설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컨벤션센터가 만들어져 영업에 들어간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자력으로 지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다가 영국에 본사를 둔 홍콩 그룹 타갈더(Tagalder)에 중문단지 내 현 부지를 매각하게 된다. 타갈더 그룹은 2005년 9월 설립한 제주현지법인 (주)JID를 통해 사업비 2,847억 원을 투자해 앵커호텔과 레지던시리조트를 건립하기로 하고, 멕시코의 세계적 건축가인 리카르도 레고레타에게 설계를 의뢰하게 된다. 레고레타의 작품이 제주에 오게 된 사연이다. 이때 이미 레고레타는 78세의 고령이었다.

앵커호텔은 (주)JID를 시행사로, 금호산업을 시공사로 해서 2007년 6월 착공해 골조공사까지 완료했으나, 시공사인 금호산업의 워크아웃과 (주)JID의 투자비 확보문제로 2010년 1월 공정률 5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다. 이에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개발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하나대투자증권, (주)아시아벨로퍼 등이 2011년 3월 특수목적회사인 (주)제주앵커를 설립, 사업권 인수 희망업체 유치에 나서나 6개월 동안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다가 2011년 10월 (주)부영주택을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 (주)부영주택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영은 600억 원에 호텔 부지를 사들였고,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주)부영주택이 전 사업자로부터 앵커호텔과 부지를 인수하면서 ‘더 갤러리’를 제외하게 된 것이다. 제외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나 (주)JID 측의 인수비용 요구를 (주)부영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 부지는 앵커호텔의 새 사업자인 (주)부영으로 넘어갔으나 ‘더 갤러리’ 건물 소유권은 JID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그 와중에 가설건축물 존치연장신청도 이루어지지 않아 관할 행정청인 서귀포시는 ‘더 갤러리’가 건축 당시부터 건축물의 법적 지위가 가설건축물로 허가를 받아 존치기간만료(만료일 2011년 6월 30일)이 경과한 점, 중문관광단지 해안선 100m 이내에 영구건축물 건립을 제한한 환경영향평가 규정 등을 들어 철거를 결정했다. 서귀포시는 (주)JID가 철거에 응하지 않자 지난 5월 강제철거 행정대집행 명령을 내렸고, (주)JID는 이에 제주지법에 행정대집행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시는 2012년 8월 6일을 행정대집행일로 통보했다. 결국,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일촉즉발의 철거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 결과 이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예기치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주)JID와 (주)부영주택, 제주특별자치도청 간의 법적․행정적 문제를 넘어서서 건축계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이슈화되는 모양이다. 또한 여기에 제주를 찾는 많은 탐방객들과 레고레타의 작품에 감동받은 사람들의 관심까지 증폭되면서 최근에는 강정해군기지 문제에 버금가는 이슈로 대두되었다.

▲ 멕시코의 주요일간지인 <레포르마>는 7월 9일자 문화면 1면에 더 갤러리의 철거를 주요기사로 다뤘다.

마르타 오르티스 데 로사스 주한 멕시코대사는 지난달 23일 직접 서귀포시청을 방문해 간곡하게 <더 갤러리>의 철거 중단을 요구했고, 멕시코 외교장관은 지난 2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통해 철거방침 철회를 요청했다. 멕시코 정부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 현대 건축의 대표작이며, 또한 한국의 문화유산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건축가협회는 지난 2일 “<카사 델 아구아>가 가설건축물이지만 제주의 특성을 건축으로 승화시킨 문화유산이다. 이권관계에 따라 철거한다면 국가의 품격까지 실추시킬 수 있어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평갤러리는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를 지키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6일까지 전시회를 진행했고, 다시 이달 말까지 연장키로 하는 ‘더 갤러리’보호에 나서고 있다.

<더 갤러리>의 존치와 철거,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이 건축물과 관련된 논란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우선 <더 갤러리>가 처한 상황의 주요 팩트만을 놓고 보자면,

첫 번째, 철거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실정법상의 문제이자 법원에서도 철거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던 사실로, 이 건축물은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지역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의해, 해안 지적경계선으로부터 100m 내에는 관광시설물의 설치가 제한돼있는 지역인데 설치되어 있어서 존치할 수 없다는 상황(행정의 철거 근거)이다.

두 번째, 현재 이 건축물의 소유주는 (주)JID이며, 토지주는 (주)부영주택이라는 점(이 점은 영구건축물로 허가될 수 없는 조건이기도 함)인데, 600억에 앵커호텔과 레지던시리조트 전체의 사업권과 부지를 매입한 부영의 입장에서 50억 상당의 모델하우스는 처음 매입 시부터 부담되는 건축물이었다. 결국 이 모델하우스는 계약에서 배제된다.

세 번째, (주)부영주택에서는 WCC총회에 맞춰 공원을 조성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조망권을 해치는 <더 갤러리>의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네 번째, 이 건축물의 철거는 원래의 약정대로라면, (주)JID가 비용을 대서 철거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내부 전경들.

다음으로 대척점에 서있는 입장들을 보자.

우선, (주)JID의 입장이다. (주)JID는 이 작품은 세계적 거장의 작품이므로 철거하지 말고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주)JID 측은 “모델하우스는 임시건물이긴 하지만 앵커호텔을 완성한 뒤에는 VIP룸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의 건축물로 예술적 가치가 있고, 이후 갤러리로 활용되는데다 건축학도들의 견학 코스로도 이용돼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며, 가설시설물이 아니라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작품으로 보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부영주택과의 협상과정에서는 레고레타의 작품성을 들어 무리하게 수용가격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되었다(도청국장의 발언)고 한다. 즉, 받을 건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주)부영주택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한 입장은 지난 6월 21일 제주지방법원의 현장 검증에서 밝힌 “레고레타의 설계는 제주의 지역성을 반영하지도 못했고, 부영의 영업전략상 활용 가치도 없다.”며 “9월 세계환경보전총회에 맞춰 앵커호텔을 준공해야 하는데 공사차량 이동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데다 조망권에 지장을 주고 전체 조경 계획에도 배치돼 철거하기로 결정하게 됐다.”(2012. 06. 26. 한라일보 기사)는 발언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주)JID 측과 그동안 <더 갤러리>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협상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도청국장의 발언을 통해 추측건대, 가격협상까지 들어갔던 것을 보면, 위의 발언을 액면가로 믿을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더 갤러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결렬 이후 더욱 완강해졌고, 감정적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실정법상 지적경계선 저촉범위 내에 있는 모델하우스는 영구건축물 불가 이행조건으로 허가된 사항으로, 모델하우스는 서귀포시청으로부터 2008년 8월 28일 가설건축물(견본주택) 허가를 받은 2011년 6월 30일까지의 존치기간이 만료됐고 “만료 시에는 스스로 자진철거 등 원상복구 조건”으로 허가돼 현재 건축법과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철거대상이다.

모델하우스를 양성화할 경우 앵커호텔의 해안 조망권이 제약을 받게 되어 앵커호텔 측은 행정을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관련해 (주)JID 측이 행정대집행영장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25일 기각판결을 받아 시청에서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각 입장에 대한 필자의 촌평이다.

(주)JID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면서 그 책임소재 또한 가장 크다. 그것은 단순히 최초 사업자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애초에 이 건축물을 지을 때, 법적 테두리  내에서 건축행위를 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범위 밖에 가설건축물로 한시적 허가를 받아 건립한 데 따른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최초의 잘못은 결국 모든 문제의 시초이기도 하다. 레고레타에게 건축 지적경계선으로부터 100m 밖 지점의 부지에 설계를 의뢰했다고 레고레타가 설계를 거부했을 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인 (주)JID는 의도적으로 이곳에 건축물을 짓게 한 것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주)JID의 법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최근에 발표된 (주)JID의 입장을 보면, “처음에는 모델하우스로 활용하다가 나중에는 갤러리 및 VIP룸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했는데, 사실상 숨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또한 이 건축물은 모델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임시가설물이 아닌 완벽한 건축시설물로 완공되었다. 이 말은 애초부터 임시가설물로 존치기간 만료 후 철거할 생각보다는 나중에 편법적으로 이 건축물을 영구시설물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청 담당 국장은 “현재 앵커호텔 건축을 맡은 부영도 이러한 복잡한 문제 때문에 JID와 협상을 했는데 JID가 가격을 너무 높게 불렀다.”라며 “허가 사항처럼 <카사 델 아구아>는 모델하우스이기에 철거에 있어서 JID가 비용을 부담하고 이행하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부영에 높은 가격에 매각하려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주)JID 측은 최소한 매각협상에서 레고레타의 작품성을 들어 (주)부영에서 받아들이기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무리함이란 작품의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법적으로는 본인들의 철거비용까지 대야 하는 상황에서 해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행정에서는 JID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주)부영주택의 경우, 더 근본적으로 레고레타의 작품성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레고레타가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 토착성과 현장성,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건축이었고, 또한 그러한 건축철학 때문에 그는 세계적 건축가로 인정받았고 추앙받았는데, 현장검증에서 부영측이 내뱉은 단 한마디로 레고레타의 <더 갤러리 카사 델 아쿠아>의 건축적 가치를 평가절하 해 버린 것이다.

물론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직접 제주를 방문해 제주섬의 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는 바로 그 작품에 대한 평가를 쉬이 내린다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 부영이 시공하는 앵커호텔과 리조트 모두 레고레타의 설계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건축물들도 모두 제주의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건축미학으로 승화시켜 설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주)부영주택은 레고레타의 작품을 자신들의 구미대로 개작․수정하고자 할 것인가? 또한 영업전략과 공사차량의 불편, 조망권의 지장초래, 조경계획에 배치된다는 몇 가지 이유를 덧붙였지만, 이는 사족에 불과한 일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철거를 위한 변명으로 들리기는 매 한가지다.

또한 (주)부영주택의 철거이유 중 중요한 이유가 앵커호텔에서 바다로의 조망을 해치는 장애물이라서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는 매우 논리가 빈약한 변명일 뿐이다. 아무리 모델하우스라지만, 레고레타 자신이 설계한 앵커호텔의 조망권 내에 지은 모델하우스인데, 전체 건축물과의 조화와 조망권을 계산하지 않고 뚝딱 눈앞에 지었을까?

또한 레고레타는 단순히 레지던시리조트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영구적 갤러리로 건축설계를 한 것이었다.(이 과정에서 (주)JID가 레고레타에 어떤 조건과 수준에서 이 작품의 설계를 의뢰한 것인지 내막은 알 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부영주택에서는 단순히 조망권을 침해하니 이 가설모델하우스를 빨리 눈앞에서 치워달라고 주문하고 있으니 몰지각하다는 사회적 원성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거기다 공사차량 이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데, 아래 위성사진에서 보듯 더 갤러리의 위치에서 공사차량이 다닐 수나 있겠는가?

▲ 네이버 위성사진으로 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카사 델 아구아> 공사장 전경.

행정의 경우,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지역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의해, 해안 지적경계선으로부터 100m 내에는 관광시설물의 설치가 제한돼있는 지역에 존치기간이 지난 가설물을 법적으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이는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것은 행정에서도 정말 몰랐을까? 나중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초에 100m 내의 가설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이곳은 해안 절경지 위에 설치되는 건축행위이기 때문에 일반 평지에서의 모델하우스 가설 허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건축부지의 용적률과 건폐율이 초과되는 사실 역시 처음부터 인지하고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행정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투의 입장표명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더 갤러리>는 일반 아파트 모델하우스들과는 달리 그 자체로 완결된 건축물이다. 모든 시설이 사용 가능하도록 영구적으로 시설되어 있다. 이 또한 애초에 건축행위를 허가할 때 전혀 몰랐던 것일까? 또한 (주)JID에서 사용기간 연장 신청이 이뤄져 연장허가가 났다면, 지금처럼 날짜를 못 박고 철거 강행의 강수를 두었을까 하는 문제들이다.

서귀포시 건축과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당시 사용승인을 갱신하면 철거명령은 내리지 않았을 텐데 (주)JID 측에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JID 조강원 대표는 “지난해 6월 앵커호텔 건설을 이을 후속사업자가 정해지던 때 ‘더 갤러리’도 당연히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승인을 갱신할 필요가 없었다. 부영과도 구두로나마 합의가 된 상태였기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2012. 06. 11. 제주의 소리 기사)”고 말했다.

어쨌든 행정의 입장에서 이 건축물을 존치했을 때의 법적․행정적 문제는 향후에 변칙적이고 편법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귀포시의 불법 건축물 단속 등 건축행정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문제는 이번 사태를 횡단하는 가장 중요한 철거의 근거가 되는 대목이다. 특히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에서 감독관청의 공정한 법의 집행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또한 이번 사태를 통틀어 공공성과 예술작품의 보존이란 고민의 경계에 위치한 대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하지만, 행정은 또한 법집행에 앞서 이것이 단순한 가설건축물, 불법건축물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다루는 문화예술적 차원의 문제라는 특수한 국면으로의 확장된 측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또한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전문가들에 의해 인정되고, 또한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포그레인으로 밀어버린 후의 후폭풍에 대해서도 적절한 고민이 필요한데, 거기까지 미치지 못함은 안타까운 일이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 이번 <박경훈의 제주담론>은 상, 중, 하 세 편의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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