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도시계획은 제주도정 맘대로 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한 사기업이 사업시행자로 나선 소위 ‘연동 그린시티 조성사업’에 대한 특혜논란이 제주전역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쩌면 이번 논란은 제주자치도 도시계획행정의 난맥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연동 그린시티 조성사업은 기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조치해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기존 판매·업무·의료시설 용도지구를 아파트 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아파트 건축물의 높이도 기존 30m에서 55m로 높여 소위 고도를 완화한 복합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한 주된 논란은 이런 행정적 특혜를 입은 소수가 본의 아니게 다수의 불이익을 무릎 쓰고 막대한 경제적 실리는 챙기게 될 것이라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아울러 불가사이하게도 이 사업을 허용하기 위해서 행정이 엄격한 절차에 따라 수립된 기존지구단위계획을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 특별이 정당하고 객관적인 사유가 없음에도 도정의 재량권 행사라는 이름을 빌어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 또한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비판론자들은 이런 무지한 재량권 행사가 가져올 법적· 제도적인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 ‘연동 그린시티’는 도시계획도 ‘사유화’ 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다

말하자면 이렇게 모든 것을 도정에 일임하여 방치하는 것은 제주자치도 도시계획행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되고, 특별법에 의한 제주자치도 도시계획행정의 사유화를 재촉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뜻있는 건설적 비판자들은 권한 있는 지구단위계획변경권자와 밀접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특정인에게 막대한 수익의 기대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허용은 특혜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행정영역에서 특혜는 행정이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근거에 입각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행정 스스로 자기구속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은 데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특혜는 행정이 자의적인 판단과 공정하지 못한 룰(rule)을 편향적으로 개념 없이 적용하는 데서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과 관련하여 제주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대한 자문회의에서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기반시설 수용, 위치 및 교통량 발생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사업예정지를 공동주택 용도로 변경하는 것이 적합한지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자문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위원회는 또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을 감안해 사업시행 시에 최고 높이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특정인을 위한 공동주택 전환과 고도 완화문제를 행정차원에서 심도 있게 재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측은 이 자문에 대해 의기양양하게 건축물의 용도를 공동주택·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도 기반시설 수용 및 교통량 발생 측면에서 적정하다며 건축물 높이에 대해서는 경관위원회 심의를 받은 후 관련 계획을 세우겠다는 취지로 자신들의 사업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사실상 사업시행자측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제주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물론 이 사안에서 사업시행자 측 또는 행정이 자문위원회의 의견에 동조하든 안 하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필자의 관점에서는 의미 있는 조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이하에서는 원칙론에서 이해를 보듬기 위하여 다소 무리하지만 법리적 용어들을 사용하였다.).

#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행정의 ‘자의적 판단’ 대상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토지이용 합리화 계획으로서 도시의 특정구역을 지정해서 입안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간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지구단위계획은 도시기능과 미관을 증진시키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정지역의 특성에 맞는 특수한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하에서 만들어진 행정계획의 한 유형이다.

게다가 지구단위계획은 도시계획 수립대상 지역 안의 일부지역에 대해 수립될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수립대상 지역 안의 일부지역에 대하여 토지이용을 합리화 하고 그 기능을 증진시키며 더 나아가 미관을 개선하고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며, 그 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도시관리계획으로도 이해한다.

지구단위계획은 계획수립 시점으로부터 10년 내외의 기간 동안에 나타날 여건변화를 고려해 계획구역과 주변의 미래상을 상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계획이다. 그래서 지구단위계획에는 구역내 용도지역지구 계획과 도시기반시설 계획, 건축물의 규모와 형태, 미관, 경관계획 등의 기준을 제시하여 놓게 된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에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먼저 지정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지구단위계획은 원칙적으로 구청장 또는 시장, 해당구역 토지면적의 80% 이상주민이 동의하면 입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권한 있는 행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단 구역이 지정되면 3년 이내에 그 구역에 대한 장래의 개발 또는 관리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시·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후 지구단위계획 구역 안에서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지구단위계획에 적합하게 건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여야 한다. 

기존 지구단위계획 자체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도시 도는 지구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가치 등을 고려해 변경·결정해야 한다. 이런 가치개념으로는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최근 발표한  ‘연동 그린시티 조성사업은 고도완화·용도변경 등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주변 오름과 한라산 조망권의 저해 우려, 교통 혼잡 예상 등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라는 성명서 내용 중에서 ‘주변 오름과 한라산 조망권의 저해 우려, 교통 혼잡 예상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 내용변경 중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을 경제적 가치가 높은 용도지역으로 내용을 변경하는 결정의 경우에는 경험에 비추어 개인(법인포함) 또는 사회전체에 기대이상의 큰 이익, 특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확실한 당위성이나 타당성이 전제하여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런 지구단위계획의 내용변경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 지구단위계획은 국민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진 행정의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은 도시행정에 관한 전문적· 기술적 판단을 기초로 입안된다. 게다가 도시계획은 도시의 건설, 정비, 개량 등과 같은 특정한 행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관련되는 행정수단을 종합해 조정함으로서 장래의 일정한 시점, 즉 도시계획기간 종료시점에서 일정한 질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기준으로 설정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도시계획의 유형으로는 크게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은 이 중 법령, 조례 등에 의하여 행정과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을 갖는 도시관리계획의 한 유형에 속한다. 그래서 도시계획의 일반법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제30조)는 그 결정절차를 정하고 있다. 아울러 동 법률(제31조)은 그 결정의 효력에 대한 규정을 두어  지구단위계획의 효력이 미치는 지역 내의 주민 또는 이해관계인은 이 계획에 따른 이익, 즉 그것이 사적 이익이든 아니면 공적 이익이든 간에, 그것을 향유할 수 있고, 그 불이익에 대해서는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 근거법령에서는 추상적인 행정목표와 절차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그 내용결정에 대하여는 행정에 일임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계획 중 도시관리계획의 한 유형인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하여 결정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변경·입안하여 결정하는 경우 권한 있는 행정기관은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 즉 내용을 구성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무제한적으로 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제한이 수반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컨대 제주도정이 만약 그린시티사업시행자를 위해  기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사업시행자뿐만 아니라 기존지구단위계획의 효력이 미치는 지역 내의 주민이나 여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하여 도정은 자신의 변경권한을 행사하도록 제한받게 된다. 이 경우 도정은 이들 각자의 공익과 사익 간에는 물론 이들 각자의 공익 상호간 또는 사익 상호간에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익을 비교하여 저울질 하여 공평 또는 공정함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만약 기존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변경함에 있어서 도정이 이러한 각자의 이익을 비교하여 저울질 하지 않거나 이익을 저울질함에 있어서 마땅히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각자의 이익을 비교하여 저울질 하였으나 정당성이나 객관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도정의 지구단위계획변경 결정은 자신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이런 논의는 제주특별법상 특례규정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 도시계획은 제주도정 등 그 결정권자의 ‘일방적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계획행정에서 권한 있는 결정권자의 의지 또는 자의에 따라 도시계획이 일방적으로 입안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와 왔다. 이런 일방주의는 권위주의 정부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부족으로 인하여 국민 대다수가 당연히 행정은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몸집을 키워 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누구도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은 중앙정부의 경우도 그랬고 지방정부의 경우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민권의식의 신장됨에 따라 행정계획이 중요한 행정작용의 한 유형으로 인식되면서 행정계획에 대한 입안 결정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비추어 의식 있는 도민들에 의한 그린시티조성사업 승인여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제주도민의 민권의식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실 도정의 입장에서는 국토계획, 광역계획 등과 비교하여 최하위의 지구단위계획쯤이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새롭게 입안하거나 기본의 것을 변경 입안하여 도의회의 동의를 얻으면 그만이지 무슨 난리냐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하위 지구단위계획의 효과가 다른 상위 계획과 비교하여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보다 밀접한 관계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실생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있다는 점이다. 여차하면 특정인에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 조치하여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지금까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며 공평 또는 공정하게 이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공익이나 사익을 향유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13억여 원을 들여 만들어낸 법정 계획인 제주개발종합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종합계획의 범위 안에서 입안 결정된 지구단위계획이라면 법적으로  모든 해당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한 공·사익이 특별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정의 자의에 의하여 종합계획을 위반하여 지구단위계획을 변경·조치하는 것은 중대한 과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하여 행정은 기존의 지구단위계획으로 만들어진 파이를 공동체 구성원에게 골고루 나누고자 하는 공정의 관점에서 보다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특정인에 몽땅 그 파이를 주어 그 파이를 부풀려 다시 나누어 주면 더 좋지 않으냐고 자의적인 불공정 게임 룰을 은근히 제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은근슬쩍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전혀 옳은 접근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축구대표팀은 병역 혜택과 함께 총 15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다. 홍명보 감독은 3~4위전에서 승리를 예감하자 순발력을 발동하여 아직까지 뛰지 못한 한 선수를 4분 동안 뛰게 하여 선수 전원이 병역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는 뉴스가 해외토픽으로 회자되고 있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이런 병력 특례 또한 마찬가지로 특혜로 비쳐질 수 있다. 그야말로 왕 특혜라고 할 수도 있다. 특혜로 비쳐지고 있는 그린시티 조성사업의 경우도 사업시행주체 구성원들이 공동체에서 회자되는 루머대로 지방선거 공로자들이고 도정이 임기내에 이들에게 뭔가 은혜를 갚을 대안을 암중모색 중이었다면 축구대표팀 감독의 특혜선례는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것이다. 아주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양자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경우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축구대표팀 감독에게는 자의에 의한 배려가 가능한 권한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법상 이런 특혜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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