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 칼럼>  탑동 매립 후 뭐가 남았나요? 앞바당 이젠 그만 죽이십시오! 

제주도지사님.저는 제주시 탑동출신 신재경 이라고 합니다. 저의 어머님은, 탑동매립때 맹렬하게 반대를 했던 당시 삼도2동 해녀회 회장, 강달인입니다.

도지사님.
탑동매립을 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엇을 잃었는지부터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당시 범양이라는 서울에 있는 회사가 정부에 상당한 로비활동을 벌여 허가를 따내 매립을 했습니다. 매립을 해서 승자는 누구입니까? 승자는 없고, 다 패자들만 만들었습니다.

천하제일의 자연이 없어졌습니다. 그 자연, 얼마나 좋았습니까? 그 좋은 먹돌사이에 있는 보말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지역주민 및 제주시민이 제일 큰 피해자입니다. 그 바다를 밭으로 여겼던 해녀들과 어부들의 밭이 없어졌습니다. 그 자연을 보고 즐길 자격이 있는 제주시민들은 여름철 이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돈 좀 벌겠다던 범양(범양건영)이란 회사. 그 돈 벌어서 재벌이 되었나요? 재벌은 커녕 그 회사 홈페이지를 가 봤더니, 제일 먼저 올라오는 글이 회생채권등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말해 주고 있지요.

행정도 패자로 전락했습니다. 매립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큰돈을 거기에 넣었습니까? 제가 듣는 소문에 의하면 300억원 이상의 돈을 월파 방지를 위해 썼다고 하는데, 사실인지요?

어느 개인회사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그 뒷감당으로 수백억원의 국민의 혈세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국민의 혈세 세금을 그렇게 써도 되는 건지요?

지역주민도 제주시민도 행정도 돈 먹겠다던 범양이란 회사도 다들 패자로 전락 했습니다. 그 좋은 자연에 손을 댔더니, 다들 패자만 만들고 말았습니다.

도지사님.
요즘에 또 탑동매립이란 단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사님께서 "탑동매립은 아직 때가 아니다." 란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 때가 오면 매립을 다시 하겠다는 겁니까? 또 설계도까지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런 도면은 누가 무엇때문에 만든 겁니까?

나는 토목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탑동에서 태어나서 자랐기에, 탑동 앞바다에 대해서는 상식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아닌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식 위에 전문지식이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기초 위에 전문지식이 있습니다. 전문지식은 상식에게 집니다.

지금도 매립한 바다는 수심이 깊습니다. 더 매립해 나간다면 더 깊은 바다를 매립해야 되며, 그러면 더 큰 파도의 충격을 감당해야 됩니다.

앞으로 바다쪽으로 1m를 더 나간다면, 얼마나 더 큰 파도의 충격이 예상되는지요?

아마도 1m 씩 바다로 나간다면 그 1m당 8배의 파도충격은 더 심해 질 겁니다. 아직도 월파가 겁나서 바다를 매립하겠다는 건데, 더 큰 월파를 만든다는 거 아닙니까?

도지사님.

구제주시 앞 바다를 이제 여기까지만 죽여 주십시오. 더 이상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여기까지 죽은 것만 봐도 눈물이 나는데. 더 죽여 버리면, 이젠 나올 눈물도 없습니다. 월파 방지를 위해서 바다를 매립한다구요? 더 깊은 바다를 매립해야 됩니다. 더 깊은 바다를 매립했기에 더 깊은 월파방지, 더 깊은 돈이 필요로 합니다. 애물단지가 더 큰 애물단지를 만들고 마는 경우입니다.

매립해서 땅을 만든다구요? 지금 탑동주변 길을 천천히 걸어 보십시오. 놀고 있는 땅들이 쌓이고 쌓였습니다. 그 땅들을 활용한 계획이나 기획하시는 일이 천만 만만 잘하시는 일입니다.

▲ 신재경 세이비(成美)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지금 매립해 버린 바다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을 한 후, 이 자연 그대로 더 이상 자연에 손대는 일 없이,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로 합시다. 매립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는 우리 후손들이 결정 할 일입니다. 후손들이 해야될 일까지 우리가 뺏지 맙시다. 그때가 되면, 더 좋은 기술로 그들이 의사결정을 할 겁니다. /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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