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대 선 록의 전설 들국화 '제주예찬론' 펼친 까닭은?

 

▲ 제주의소리 <김정호기자>

“우리가 다시 모인지 불과 한 세달 전입니다. 재결성을 결정하고 나서 처음 소리를 내본 게 제주도에요”

역시 들국화였다. 한국 록의 전설이라는 수식어는 25년 공백기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전인권의 폭발적인 가창력도, 최성원의 뛰어난 감각도 모두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관'록'을 업고 더욱 짙어졌다.

24일 오후 7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오픈 포럼(Open Forum) ‘명사와 함께하는 강연 콘서트’. 네 번째 주인공으로 들국화의 보컬 전인권과 베이시스트 최성원이 무대에 올랐다.

이제는 어엿한 제주도민인 최성원 씨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음악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들거나 부른 노래에 팔자가 결정 된다. 인권이는 행진으로 계속 행진하는 팔자고 전 제주도의 푸름밤 덕분인지 작년부터 제주에 눌러 살게 됐다”며 인사를 건네자 도민들 역시 큰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 제주의소리 <김정호기자>

곧이어 최성원씨가 1987년에 작사.작곡한 ‘제주도의 푸른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 씨는 “그때 1987년도에 우리가 해체하고서 인권이가 일간지에 대마초 구속으로 실렸다. 그때 나는 부산으로 도망을 갔다. 거기서 제주까지 배를 타고 내려왔다. 무조건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남쪽으로 가다 보니 서귀포까지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제주에 왔던 최씨는 보름 간 서귀포 정방폭포 근처에 아는 작곡가 형 집에 머무르며 신세를 졌다. 그집 아이 이름이 푸르메인데 서울로 올라가며 내가 음악 하는 사람이니 널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줄게 약속을 했던 것이 ‘제주도의 푸른밤’이라는 노래가 나오게 된 것. 유명 가수들 사이에서 리메이크 되며 25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곡이다.

 

▲ 제주의소리 <김정호기자>

최 씨는 “그때 가사들이 생각을 해서 쓴 게 아니라 이야기하면서 나왔던 내용들이다. 형더러 여기 왜 사냐 물으니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다가 좋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름 간 지내며 보고 들은 이야기 그대로 쓴 것이 노래가 됐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강연 내내 둘 사이에 ‘제주예찬’이 오고갔다.

전 씨가 “제주도에 공연하러 오면 앞으로 많이 와달라. 저희가 제주도를 굉장히 좋아한다. 자꾸 왔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제주도만큼 좋은 데가 없다”며 즉석에서 제주의 ‘명소’를 꼽기도 했다.

전 씨가 서귀포시 대평리를 추천하자 최 씨는 자신은 제주도 ‘가이드’도 할 수 있다며 받아쳤다.

최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까지 다닌다”며 “20년 살았다는 사람들 제주도의 북쪽을 한눈에 보려면 어승생악, 남서쪽을 보려면 군산오름, 또 형제오름을 가봐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씨가 “실은 예전에 개인택시를 빌려다 ‘제주도의 푸른밤 스티커’를 붙여서 가이드나 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깜짝 발언을 했다.

전 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 “내가 이은미한테 ‘성원오빠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전해 듣고서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모른다. 성원이야 좋겠지만 보는 우리도 생각해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제주의소리 <김정호기자>

전 씨가 “장필순과 (어떤날의) 조동익이 애월읍 소길리에 살고 있고, 그의 형인 조동진도 하귀에 산 적이 있다. 고산에는 윤영배가 살고 있다. 제주엔 은근히 좋은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 많이 숨어산다”며 “그런 사람들 보면 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는 120분가량 진행됐다. 들국화가 지닌 ‘환경’에 대한 생각과 들국화의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관객들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았다.

 

▲ 제주의소리 <김정호기자>

특히 강연 외에도 ‘매일 그대와’, ‘제발’, ‘제주도의 푸른밤’ 등 자신들의 히트곡을 비롯해 스틱스(Styx)의 더 베스트 오브 타임(The Best of Time), 존 레논(John Lennon)의 이매진(Imagine) 등을 들려주며 제주도민들에게 깊은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들이 네 번째 강사로 나선 ‘강연 콘서트’는 명사를 초청해 환경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자연스레 세계환경보전총회(WCC)를 알려 범국민적, 범도민적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9월8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 총 11강이 펼쳐진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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