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풀잎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3 그녀가 띄우는 즐거운 편지

▲ ⓒ이풀잎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사진을 보면서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떠올린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 시를 읊조리고 다니면서 가슴을 설레던 기억이 새롭다.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내 지난 시간과 공간들이 명징하게 되살아난다.

풀잎이가 찍은 사진은 의도된 사진이라기보다 우연히 얻은 사진이다.
사진도
흥미롭지만 시적인 느낌이 강하다.
과감한 구도.
한 줄기 빛과 편지.
넘실대는 선생님의 옷소매.

풀잎이의 사진에서
한 줄기 빛은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다.
사진 전체가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다.
자신의 심리에 사진을 접목한 흔적도
엿보인다.
풀잎이의 이 작품은 그래서일까.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더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풀잎이의 마음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한 장의 사진에 풀잎이는 사진과 시와 음악을 동시에 담았다.

세상 밖 또래의 친구들은 문자며 메신저로 자신의
감정을 주고받지만
이곳 친구들은 오직 편지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편지는 그들의 유일한 숨통이다.
그래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편지지라고 한다.
그것도 '꽃편지지'.

움직이는 이미지보다는 사진이 기억하기 훨씬 쉽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깔끔하게 베어내어
또 다른 시간을 만드는 일이다.

풀잎이는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또 다른 시간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고현주

                       
   

사진가 고현주씨는 제주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사진가인 삼촌덕분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쥐게 됐고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꿈꾸는 카메라>는 2011년 6월 8일부터 2012년 7월 19일까지 프레시안에서 연재됐던 것을 고현주 작가와 프레시안의 동의를 얻어 앞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제주의소리>에서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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