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철 칼럼> 곤강산에 불이나면 옥도 돌도 모두...

한시대를 풍미했던 주나라의 강태공,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와 손자. 그들 모두는 신전론자(愼戰論者)다. 주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인 강태공은 당대의 대정치가이자 고대 군사학의 원조라고 불려지고 있다. 그는 천하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이른바  '육도삼략(六韜三略 )'을 강론하면서도 무기와 전쟁을 상서롭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군대를 두고는 '흉한도구(兵爲凶器)'라고 했다. 그러기에 마지못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공과는 시대를 크게 달리하는 노자와 손자도 그와 철학을 같이 했다. 노자는 '무기란 도무지 상서롭지 못한 도구(兵者不祥之器)일 뿐, 군자의 도구는 아니라고 했다. 전쟁미학의 극치라는 손자병법을 남긴 손자 역시 '군대는 전쟁도구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전쟁을 그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쟁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곳이며, 존재와 멸망을 가르는 것인 만큼 부득이한 경우에만 응해야 한다고 했다.그것 또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손자는 춘추전국시대 중원의 강과 산을 피로 물들이게 한 장본인이다.그 자신이 저술한 손자병법을 통해서다. 손자병법 12편인 '초토화작전' 이른바 '화공(火攻)'이 널리 사용되면서다.

사실 손자병법이 등장하기전인 춘추시대만해도 전쟁은 낭만적인 싸움이었다. 제후들이 넓은 벌판으로 전차를 몰고나와 쌍방간 일장 설전부터 벌인다, 그리고나서  장수끼리 담판을 짓고 승패를 가름하는 것이 예사였다. 졸들은 그저 뒤에서 함성이나 지르고 구경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군대 역시 일반 서민은 축에도 못꼈다. 귀족의 자제나 신분이 제법 있는 병사들로 구성됐다.

그러던것이 전국시대 손자가 등장할 무렵 군대는 일반 상민들이 참여하게 되고, 산전 수전 공중전으로 전쟁이 격렬해졌다.전쟁이 대규모화 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대량의 인명 살상이 이뤄 졌다. 특히 초토화전략이 크게 활용되면서 인명은 물론 강산이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

손자병법은 오늘날 현대전에서도 십분 활용되고 있다. 다만 불의 종류가 크게 달라져 있을 뿐이다. 옛날의 불과 화약과는 비교가 안되는 핵무기란 '공포의 불'이 그것이다.

그것이 가공할 위력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실증됐다. 그야말로 일본열도가 불바다가 되면서 그옛날 손자의 말대로 전쟁(2차대전)이 그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참상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대재앙이었다.

그 재앙의 정도가 얼마만큼였으면 당시 '공포의 불'을 만든 과학자가  양심에 가책을 느껴 세상을 등졌을까. 그옛날 손자가 재앙덩어리라며 자신의 병서를 불태우고 초야에 묻혔던 것 처럼...

제3의 불에 의한 공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인류최초의 핵 재앙을 맞았던 일본이 최근 또 한번의 재앙을 맞고 좌불안석이다.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쓰나미에 의한 핵발전소 사고가 그것이다.

지금 일본은 그 여파로 해외 피난처 마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원폭의 타산지석이 있었음에도 상스럽지 못한 도구를 곁에 둔 업보다.

사정이 그럴진대 또 하나의 불상지기를 바라보는 강정주민과 제주섬사람들의 심정은 어찌 좌불안석이 아닐까.

그들의 불안은 단순히 '내집 앞마당에는 안된다'는 님비차원이 아니다. 국방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일이기에 역부족을 느끼고는 있다.하지만 이웃 일본이나 최근 동북아 주변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바라보는 그들에게는 그일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
더더욱 지금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는 불상지기인 핵추진잠수함이 드나들 것이라는데 어찌 그렇지 아니할까. 고장이라도 나면,어쩌다 충돌사고라도 나면,그래도 정말 괜찮을까. 내 삶의 터전인 바다 잃고,마을도 잃고...그야말로 자라보고 놀란 토끼가슴이다.

옛말에 옥이 많이 나는 곤강산에 불이 나면 옥도 돌도 모두가 탄다고 했다.불이나면 사람도 대자연도 안전하지 않다. 유엔이 인정해주는 제주의 대자연, 이제 막 세계환경수도로 발돋은 하려는 지구촌의 보물섬. 불상지기로부터 안전하다는 뚜렷한 보장이 없으니 걱정이다. 그나마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존총회(wcc)에 거는 기대가 없지 않았었는데.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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