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제주도가 해적들이 득실거리는 보물섬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지난 보름여 동안 보기 드물게 3개의 태풍이 애석하게도 제주를 엄습하여 할퀴고 지나갔다. 이 난리 중에 태풍 피해복구에 영일이 없어야 하는 상황에서 도정이 오랜 전에 작심하고 기획했으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없는 살림을 쪼개어 돈 들여서 구색을 갖춘 세계자연보전총회, 세계7대 경관 선정 인증대회, 탐라대전과 탐라문화제가 연이어 열렸다.

이들 행사는 공조직과 공동체 지식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공조직은 뒷바라지 하고 지식사회는 의제나 스토리를 구상하여 발제하는 역할분담을 통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마무리 되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도정의 가슴을 뿌듯하게 한 소기의 성과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도정을 비롯한 5천여 명의 공무원들이 하나가 되어 이런 겹경사의 행사를 무리 없이 치러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중 백미는 제주와 서울에서 두 차례 치러졌고, 도정이 가장 큰 관심을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미래비전과 산업구조와 도정의 정책 방향, 특히 산업정책방향을 확실하게 가늠해 볼 수 있게 했던 세계7대 경관선정인증 식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미 알려진 선정과정에서의 행정적· 재정적· 절차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결같이 제주를 가장 극명하게 극찬할 수 있는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자화자찬을 넘어 제주가 당장 세계적 관광지로 발 도움 하였음을 선포하는 자리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말의 성찬이 오르내렸다.

 우선 한국관광공사사장은 “이제 제주도는 세계 유수의 관광지를 물리치고 세계7대 경관으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명품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하면서“제주도의 세계7대 경관으로의 선정은 한국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임으로써 관광산업 발전과 해외 관광객 유치 확대에 큰 힘의 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에 제주도지사는 “ 세계7대 경관 브랜드는 세계 속에서 제주와 대한민국의 가치와 위상을 더욱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면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제주도를 세계의 보물섬으로 키워주길 기대한다.”고했다.

이어서 제주관광공사장은 “제주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과 세계7대 자연경관 타이틀을 가진 세계 최고의 관광지임을 이번 인증행사를 계기로 홍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면서“향후 제주가 대한민국의 대표관광지를 넘어 세계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 관광지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  세계7대 경관 선정 효과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가 절대 요구된다. 

알려진 대로 세계 7대 자연경관선정은 스위스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주관하는 캠페인으로 2007년부터 440곳의 후보로 시작하여, 2011년 11월 11일에 최종 후보 28곳 중에 최종 7곳이 선정되었다.
 제주도지역을 포함하여 브라질 등이 접경하고 있는 아마존 우림, 베트남의 하롱만, 아르헨티나 등의 이구아수 폭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테이블 산,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국립공원, 필리핀의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등이다.

“위키 백과사전”은 이 세계7대 경관 선정과 관련한 설명에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미 있는 비판을 담고 있다.

우선 이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은 공짜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가 차단된 비싼 아프리카와 카리브 해 작은 섬나라들 전화번호로 국제전화비 수익을 챙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보에 오른 나라들에게 비상식적인 금전 요구를 해서 잡음을 일으켰다. 둘째로 인도네시아는 주관단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코모도섬을 세계7대 경관 후보에서 공식 철회한 바 있다.

셋째로 세계7대 경관 투표결과와 관련된 어떠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은 채 후보 지역별 최종 득표수도 알려주지 않고 선정지역을 발표하였다. 넷째로 누구나 중복해서 무제한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하여 유네스코(UNESCO)와 뉴욕타임스 등 영향력 있는 국제사회 기관들은 세계7대 경관 투표가 비과학적인 선정방식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다섯째로 주관단체는 지난 2000년 6월 스위스 중부의 인구 14만4천의 슈비츠 주에서 버나드 웨버라는 사람이 만든 민간단체로서 국제기구나 스위스 정부로부터 세계7대 경관 선정에 대하여 어떠한 공식적인 인증도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세계인이 제주도를 세계적인 명품 관광지로 손색없다는 가치 평가를 통하여 7대 경관으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 주관단체의 편법운영방식을 악용하여 주로 제주공조직과 관광관련 단체 들이 동원되어 거액의 공적 예산을 사용하여 1억 통 이상의 국제 전화사용료를 지출한 대가(對價)로 얻어진 산물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공정성이나 객관성· 가치지향성은 어디서도 확인 될 수 없다. 남들이 제주를 명품 관광도시로 추겨 세워준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돈 들여 추겨 세워준 듯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과 다름 아닐 수도 있다.

이런 확실치 않을지 모른 비판에 대하여 누군가는 필자를 향하여 “”모“로 나든 빡구 ”도“로 나든 먼저 나면 그만이잖아, 이 멍청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도정이나 유관단체장들이 제주관광입도를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는 사정을 깎아내릴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이런 핀잔을 듣더라도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항상 고향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설령 행정이 보기에 심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외형상 제기된 문제들을 끓어 않는 것이 위민행정의 모범이기에 자숙하고 진지함을 보여주지 못할지언정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행정의 나약함을 나름대로 비판하고 싶어서다. 세계적 명품 관광도시가 되고 안 되고는 나중에 후세들의  몫인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역대 도정들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화려한 미사어구를 사용하여 제주의 발전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당장 국제자유도시가 되어 도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던 그들은 10년이 지난 오늘 이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역설적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도민의 민생 수준은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되었다는 징후는 여러 통계치를 통해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음에도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도민을 환상으로 현혹시켰던 제주개발의 환상의 실패에 대하여 자숙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제주개발문제에 대하여 지나친 과욕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결단과정에서 도민의 기대에 반하는 오류도 군데군데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돌다리를 두들겨 개울을 건너듯해야 할 사안들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의 개발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은 똑 부러지게 진정한 제주특별자치도로 거듭나서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내실화에 개발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할 필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알량한 세계 7대 경관 선정이 곧 제주도가 세계적 명품 관광지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유일무이한 지름길이라고 도민에게 알림에 있어서도 정중한 배려의 자세가 우러나 있어야 할 것이다. 인적· 물적 여건과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주자치도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여건과 능력을 초월하여 전지전능한 신의 경지에서 하듯 제주개발의 신통력을 보여주겠다는 아집에서 한발 물러서서 도민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행정에서 도정의 일방주의가 득세함고 있어서 이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차근차근하더라도 언제가 내가 떠난 후에 제주명품관광도시가 되기만 하면 여한이 없다고 하면 되는 것임에도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권위적 발상을 자제하려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도정을 비롯한 현세대 주역들이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역으로 가는 기반다지기에 주력해주고 떠나면, 미래의 주역들이 현세대의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국제자유도시의 완성과 더불어 세계인의 명품 관광도시로 제주도를 거듭나게 하면 그만이라는 행정의 연속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 유네스코 3관왕 자연자원의 실리적 이용보다는 엄격한 보전에 대한 국제적 관심표명이다.
 
현재 제주도지역은 유네스코에 의하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전제로 한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지질학적으로 빼어난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다. 특히 유네스코는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삼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인류 전체를 위하여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들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여 국제적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지역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현재 64개국의 136개의 자연자원 보전지역이 세계자연유산지역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중 다수의 세계자연유산지역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는 미국(12개), 호주(11개), 러시아(6개), 브라질(7개), 인도(4개), 캐나다(5개)등을 들 수 있고, 인접한 일본은 2개, 중국은 4개의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지역으로 등재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세계자연유산지역에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이 지정되거나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제주가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과 세계7대 자연경관 타이틀을 가진 세계 최고의 관광지임을 이번 인증행사를 계기로 홍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고, 향후 제주가 대한민국의 대표관광지를 넘어 세계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 관광지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제주관광당국자의 유네스코 3관왕 획득과 세계7대 경관 선정에 대한 자화자찬은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제주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침이 넘쳐나 있다.

특히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을 등재하거나 세계생물권보전지역을 지정 또는 세계지질공원 인증하는 일련의 조치는 이런 자연 자원을 직접적으로 해당 국가의 관광자원화를 도모하도록 권장하는 유엔 기구의 공식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이런 자연자원에 대한 인류 보편적 가치 개념에 입각한 엄격한 보존을 권장하는 국제기구의 의사표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해당국가가 인류 전체를 위하여 보호되어야 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여 자국의 자연자원을 국제적 공인기관에 등재 되거나 지정 또는 인증 받으려는 목적사항으로 부가하여 관광자원화를 고려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적 공인기관에 등재되거나 지정 또는 인증 되는 경우 그 자체가 관광자원화의 전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자국의 자연자원에 대한 보편적 가치 평가에 대한 평판도가 널리 알려짐으로써 반사적· 간접적으로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왜 제주도가 해적들이 득실거리는 보물섬인가?

 최근 지역 언론이나 행정 누구든지 주저하지 않고 제주를 자랑할 경우에는 보물섬이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 빈도수가 최근에 부쩍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를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세계7대 경관선정인증 식에서 제주도정이 보물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이를 음미해보니“ 아 그렇구나!”하는 감을 겨우 갖게 되었다.

사실 소설“보물섬”은 19세기 영국의 로버트 스티븐슨의 작품이다. 그 줄거리는 어떤 늙은 해적이 보물이 숨겨진 지도를 남기고 죽게 되자, 한 소년이 그 지도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되었다. 수소문 끝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해적들이 뒤쫓아 와 서로 간에 추격과 도망, 그리고 격전이 벌어진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결국 그러기를 거듭하다가 소년은 보물섬을 찾아 목적했던 바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순진하게 이 소설의 줄거리를 현재의 제주개발의 현재 상황과 연계하여 주인공 소년은 도민으로, 개발사업자들은 해적들로 분장하여 상상해보면, 도민들은 개발사업자들의 힘을 빌어서 제주개발을 도모하고 나중에는 개발사업자들을 배제한 상황에서 도민 다수가 제주개발이익을 만끽하게 된다는 것으로 각색하여 끝을 맺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7대 경관선정인증 식에서“세계7대 경관 브랜드가 세계 속에서 제주와 대한민국의 가치와 위상을 더욱 높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기에 중앙정부 등은 제주도를 세계의 보물섬으로 키워줘야 할 것이라고 하는 제주도정의 심중을 들여다보면 이런 해피앤딩의 스토리는 전혀 연상될 수 없어 보인다.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그 반대의 암울한 현실만이 부각될 뿐이다.

첫째로 지금까지 관주도로 거대 예산을 사용하여 추진하였던 세계7대 경관 선정 작업의 목표가 관광산업 투지를 명분으로 제주도에 자본을 투자하는 국내외 거대 자본기업의 수익구조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제주관광 브랜드화였다는 사실이다. 감귤을 포함한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나 제조업의 근력다지기는 안중에 두지 않았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자영 영세 관광업자들을 위한 배려 또한 심각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음도 은연중 유추해 볼 수 있다.

둘째로 현재 세계자본주의 경제 질서가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주도정의 지역경제 정책은 여전히 신자유주의 경제기조를 유지하려 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신자유주의 경제 환상 속에서 제주지역 경제의  피폐와 낙후되어 가고 있는 현실상황을 못 본 채 하려는 징후도 드러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하에서 자본가 중심의 관광산업 육성을 제주지역경제의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징후는 일련의 제주역내에서의 자본가들을 위한 특혜논란을 비롯하여 관광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삼성, 롯데, 한화, 보광, 현대자동차, 한진, 아시아나, KT 등이 최근 제주지역에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투자를 환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될 수 있다.

셋째로 이번 연설을 통해서 감지되고 있는 또 하나의 상황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타 제주 산업에 대한 안정장치를 위한 제주산업구조의 재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넷째로 이번 연설에서 제주의 모든 것은 제주관광산업의 육성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능력 있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관광산업에 매달리게 하고, 행정은 토목사업개발에 대한 통제권한을 강화하여 행사하는 수준에서 제주지역경제를 주도하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경제전문가가 필요한 경제부지사자리에 법률 전문가를 앉히는 것 또한 이런 도정의 의중과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 백승주(재경대정포럼 회장)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생각건대 위와 같은 사실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보면 제주개발의 과실이 소년에게 돌아가기보다는 해적들의 몫이 될 것이 뻔해 보이고, 그들 각자가 자기의 몫을 챙기고 떠나면 소년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국제자유도시 건설도 그림에 떡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때 그 소년은 원주민이 되어 민속춤이나 추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여러분 이런데도 제주도가 해적들이 득실거리는 보물섬이 되어야 하는가요?  보물섬을 상징으로 삼고 싶으세요? /백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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