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애플마라톤클럽 마크는 1/2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사과 반쪽 모양이다. "'사과 반쪽도 나눠먹자'는 의미다. 달리기를 하면서도 항상 소외된 이웃과 나누며 살자는 다짐”이라고 부회장 고동환(59)씨가 설명했다.
이들의 슬로건도 '나누는 기쁨, 달리는 즐거움'이고 달릴 때 쓰는 구호도 “애플”-“나눔! 기부!”다. 마라톤을 뛰면서 1km당 100원씩 적립해 연말에는 좋은 데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한다. 연습 일정을 쪼개 봉사활동도 다닌다.
지난 2011년 창단된 이 클럽은 2010년 애플마라톤교실에서 '클럽'으로 모양새를 달리하며 만들어졌다. 올해로 3년차, 총 60여명의 회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내 유수 마라톤클럽에 뒤지지 않는 건 회원들 사이가 유난히 돈독해서다. 오로지 '마라톤'만 하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에 두 번씩 오름 등반도 하고 사적인 모임도 잦은 편. 훈련부장인 강조한(44)씨가 “회원들 대다수가 나가라고 내쫓아도 안 나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3회 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사람은 25~30명 정도. 보통의 마라톤클럽은 주1~2회 정도 모이는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횟수다.
강조한 씨가 “일주일에 한 번 모이게 되면 일이 생겨 빠지고 나면 금방 흐름이 깨진다. 다들 초보이기에 간단한 몸풀기라도 모여서 하려고 한다”며 “마라톤은 혼자서는 못한다. 일단 뛰기 시작하면 혼자 하는 운동이고, 자기와의 싸움이지만 연습과정은 다 같이 모여야 발전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처음 출전한 마라톤이 '2010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 “처음 대회 참가를 계기로 소문이 났는지 그 후로 회원이 많이 늘었다. 아름다운마라톤 대회가 우리 클럽 분위기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박현우(49)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애플마라톤클럽의 창단멤버로 아름다운마라톤에도 매해 참여하고 있다.
고동환 부회장이 “아름다운마라톤은 우리가 처음 출전한 마라톤이어서 회원 모두들 잊지 못하는 대회다. 게다가 우리 마라톤클럽이 내세우는 뜻과도 맞아떨어져서 더욱 마음이 많이 간다”며 “매해마다 이 대회만큼은 전원이 참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독한 레이스’로 알려진 마라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뛰어넘어 이웃에게도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이들이 뛰는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기부는 또 기부를, 나눔은 또 나눔을 낳는다고 믿고 있었다. 지난해엔 아름다운 마라톤 대회 참여하는 것 말고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30여만원을 현장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고 부회장이 “아름다운 마라톤에게 한 수 배웠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아름다운마라톤 기부 내역을 줄줄 꿰고 있었다. “나마스떼 갠지스, 김만덕, 등 지난해에는 구좌지역 청소년 인문학 센터를 설립했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양로원이나 보육원 같은 곳만 떠올렸는데 앞으로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도 뭔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아름다운마라톤은 10월 28일에 열린다. ‘좀 뛴다’는 달림이들의 목표인 춘천마라톤과 일정이 겹친다.
강조한 씨가 "우리도 30명 쯤 모아서 단체로 춘천마라톤에 참가하려 했으나 아름다운 마라톤과 일정이 겹쳐 취소했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마라톤이 훨씬 중요하다. 처음 대회를 뛰던 마음을 되새기기도 하고 좋은 일에도 동참하려고 한다"며 "아름다운 마라톤과는 떼려고 해도 뗄 수가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첫 대회 클럽이 막 결성된 때라서 10km 코스에만 참여했지만 올해는 10km 코스 두 팀, 풀 코스 한 팀 총 세 팀 40여명이 도전장을 내민다. 메달권 진입도 노리고 있다. "가족들도 데리고 축제 놀러가 듯이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다"고 강씨가 말했다.
고 부회장이 "아름다운 마라톤은 제주 3대 마라톤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건 그만큼 '기부'와 '나눔'이라는 취지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